귀여운 포즈
이것은 트릭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지.
고양이가 연체동물인 것을...
가만히 쳐다보며 탈출을 생각했니?
산에서 도심으로 이사 온 후
집고양이로 적응하던 산고양이는
집사 주변에만 맴도는 척하더니
한 눈 판 사이 담벼락을 뛰어 올라가버렸다.
이럴수가. 이렇게 빨리?? 이렇게 쉽게??
교통사고는 당하지 않을까,
길고양이들과 싸워서 다치지는 않을까,
당시엔 겨울이라 밤새 추위에 떨지는 않을까,
온갖 상상을 하며 온 동네를 밤새 걸었다.
대문이 옆집과 비슷해서 못 찾아올까봐
밥그릇과 물그릇을 대문 밖에 내놓았다.
선잠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 확인해 봤는데
사료나 물을 먹은 흔적이 없었다.
이놈아~ 어디까지 간 거냐~~
당근마켓에도 고양이 찾는 글을 올렸다.
이틀째 되는 날 오후.
창문 밖 아래에서 낯익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이노무씨끼, 집사는 엄청 걱정시키고
나간 김에 아주 신나게 놀고 왔구먼~
목욕을 시켰다.
털 말리고 책상 위에 올라와 배를 보이며 잠을 잔다.
집사가 밤새 찾아다닌 건 신경도 안 쓰고 편안하다.
어흥~~!!
무섭고 귀여운 이빨을 내보이며 잔다.
고양이 찾았다는 글을 당근에 올리고 나서야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이참에 이름을 바꿨다.
산고양이 시절에는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이게 모야? 저게 모야? 하는 눈빛에 [모야]였는데
지금은 호랑이 같은 야옹이가 되라고 [호~야]다.
집 안에 있으면 한 귀퉁이에 가서
몸을 배배 꼬며 지루해하는 호야,
낮에는 잠만 자고 밤에는 계속 울었다.
옆집 사람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울었다.
성대수술을 시킬까 하다가 그것까진 아닌 것 같아서
밤에 놀러 갔다 오라고 창문을 살짝 열어줬다.
책상 위에 올라가서 가만히 아래를 쳐다본다.
고양이가 보는 것은?
아이고, 옴마야~!!
일찍 들어오는 날은 꼭 곤충을 물고 오는 날.
위에서 내려보다가 움직임이 없으면 툭툭 친다.
어떤 날은 송충이를 물고 오기도 한다.
"아, 너 정말 왜 이러니, 나는 곤충 싫어 ㅠ.ㅠ"
쓰레받기에 담아 다시 풀밭으로 보낸다.
가서 잘 살아라~~ 고양이한테 잡히지 말구!!
어떤 날은 작은 새도 물고 왔다.
어떤 날은 작은 쥐도 물고 왔다.
동네 길냥이들과 싸우기 전까지,
호야는 이때가 제일 좋았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