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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고양이 적응기 3 - 탈출, 사냥본능

by 일상의 봄

탈출


귀여운 포즈

이것은 트릭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지.

고양이가 연체동물인 것을...

가만히 쳐다보며 탈출을 생각했니?


산에서 도심으로 이사 온 후

집고양이로 적응하던 산고양이는

집사 주변에만 맴도는 척하더니

한 눈 판 사이 담벼락을 뛰어 올라가버렸다.


이럴수가. 이렇게 빨리?? 이렇게 쉽게??

교통사고는 당하지 않을까,

길고양이들과 싸워서 다치지는 않을까,

당시엔 겨울이라 밤새 추위에 떨지는 않을까,

온갖 상상을 하며 온 동네를 밤새 걸었다.


대문이 옆집과 비슷해서 못 찾아올까봐

밥그릇과 물그릇을 대문 밖에 내놓았다.


선잠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 확인해 봤는데

사료나 물을 먹은 흔적이 없었다.

이놈아~ 어디까지 간 거냐~~


당근마켓에도 고양이 찾는 글을 올렸다.


이틀째 되는 오후.


창문 밖 아래에서 낯익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이노무씨끼, 집사는 엄청 걱정시키고

나간 김에 아주 신나게 놀고 왔구먼~


목욕을 시켰다.


털 말리고 책상 위에 올라와 배를 보이며 잠을 잔다.

집사가 밤새 찾아다닌 건 신경도 안 쓰고 편안하다.


어흥~~!!

무섭고 귀여운 이빨을 내보이며 잔다.


고양이 찾았다는 글을 당근에 올리고 나서야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이참에 이름을 바꿨다.

산고양이 시절에는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이게 모야? 저게 모야? 하는 눈빛에 [모야]였는데

지금은 호랑이 같은 야옹이가 되라고 [호~야]다.




사냥본능


집 안에 있으면 한 귀퉁이에 가서

몸을 배배 꼬며 지루해하는 호야,

낮에는 잠만 자고 밤에는 계속 울었다.

옆집 사람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울었다.

성대수술을 시킬까 하다가 그것까진 아닌 것 같아서

밤에 놀러 갔다 오라고 창문을 살짝 열어줬다.



책상 위에 올라가서 가만히 아래를 쳐다본다.

고양이가 보는 것은?


아이고, 옴마야~!!

일찍 들어오는 날은 꼭 곤충을 물고 오는 날.

위에서 내려보다가 움직임이 없으면 툭툭 친다.



어떤 날은 송충이를 물고 오기도 한다.

"아, 너 정말 왜 이러니, 나는 곤충 싫어 ㅠ.ㅠ"


쓰레받기에 담아 다시 풀밭으로 보낸다.

가서 잘 살아라~~ 고양이한테 잡히지 말구!!


어떤 날은 작은 새도 물고 왔다.

어떤 날은 작은 쥐도 물고 왔다.


동네 길냥이들과 싸우기 전까지,

호야는 이때가 제일 좋았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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