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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센터에 처음 갔던 날.

by 일상의 봄
이미지 출처 : pixabay

2006. 어느 금요일 저녁

- 센터에 처음 갔던 날.


센터에서 처음 가서 춤추던 장면이 떠오른다.
스타카토와 카오스로 넘어갈 때, 정신이 없었다.
다들 소리도 치고 열심히 춤을 추는데 나는 이질감을 느꼈다.


밖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꼭 그 안에 있어야만 하는 줄 알고 꾹 참았다.
음악은 쾅쾅거리니 머리는 터질 것 같고...


벽에 등을 기대고 섰다.

나중엔 도저히 못 서 있겠어서 주저앉았다.

어린 시절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간 것 같았다.


기억의 한 조각.
같이 잘 놀다가 다들 배고프다며 하나 둘 집으로 가고
나는 벽에 기대 그 공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회색 햇빛이었다.
왜 나만 여기 있을까. 어디로 가지?


등... 내 관계의 상징이었다.

공터에 기대 서있는 나를 감싸준 등,

내가 한 번도 안아주지 못했던 내 등.


누군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다른 이의 등을 보며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었다.

인사동에 가서 그림을 보면 등이 저렸다.

슬픈 영화를 보면 등이 추웠다.

얼굴은 무표정인데 등이 혼자 울었다.


그러다가 마지막 침묵의 리듬이 들리 나서야 조금씩 움직일 수 있었다.
참 이상하다. 음악이 바뀐다고 춤이 저절로 나오네.
마지막에는 밝은 가요가 나왔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조금씩 가까이 가서 눈인사를 하란다. 고개를 조금씩 들려했지만 사람들의 눈은 마주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님이 가까이 왔다.

나도 웃으며 인사하려는데


... 생각지도 못한 울음이 터졌다.
한참을 펑펑 울었다. 온몸을 들썩거리며 울었다.
커서 울었던 것 중 제일 크게 울었다.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막 울었다.
좀 가라앉아서 몸을 떼려니 ○○님이 한번 더 안았다.
또 펑펑 울었다. 내 몸이 울었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울고 싶었던 걸까.


눈물이 나올 것 같으면 말을 멈추고 화를 내서라도
어떻게든 정지버튼을 누르며 가라앉혔는데 오늘은 제어장치를 작동할 틈도 없이 그냥 터져버렸다.

가끔 내가 나에게 놀란다. 그날이 그랬다.


전에 다른 곳에서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대강 이런 뜻이다.


"자신을 위해 울어보지 않은 사람은

남을 위해 울지 못한다."


춤을 추면서 그 말이 정말 맞네 싶었다.
이제는 울 줄 아는 나를 안아주고 싶다.


오늘의 춤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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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고통에 울어보지 않은 사람은

세상의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없다"

-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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