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의 '명품'에 대하여
연회비가 100만원으로 국내 신용카드 중 최고 수준인 현대카드가 발급 대란을 겪고 있단다.
무려 발급대란이다. 신용카드를 발급 받으려고 줄을 선다는 얘기다.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면 현금을 쥐어준다며 다가오는 직원들이 심심찮게 보이는 이유가 카드 발급아닌가.
신청자격을 보니 연회비만 100만원 연소득은 8000만원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기준이 낮아진거란다.
문제는 유지다. 온라인에서는 월 300만원의 카드를 긁어야만 유지할 수 있는 권리때문에 '선풍기 돌리기'가 성행하고 있단다. 이른바 상품권으로 돌려막기를 하는 하는 것이다.
몇십만원의 수수료를 감내하면서까지 유지하고 싶었던 이유는 '멋있어 보여서' 였다고.
만약, 허영심을 위해 막노동을 하면서 혹은 컵라면으로 끼니를 겨우 때우는 형편이라면 더욱 문제다.
나는 영화 '리플리'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소설이 원작이고 '리플리 증후군'이란 말도 거기에서 유래했다. 현실 세계를 부정하고 허구의 세계만을 진실로 믿으며 상습적으로 거짓된 말과 행동을 일삼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뜻한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 인격장애를 가진 인물에 묘하게 설득이 되는 자신을 느낄 수 있다.
멧데이먼이 잘 생겨서가 결코 아니고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능의 호소다.
영화 '리플리'는 어렵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톰 리플리가 상류층 파티에 대타로 피아노 연주를 하러 가면서 시작된다.
목표 대상인 디키가 좋아하는 재즈 음반을 들으면서 취향부터 파악하고 (재즈 취향마저 탐이난다) 관계까지 모두 섭렵해 나간다. 그리고 결국 디키가 된다.
지금은 매우 유명한 명작이라 딱히 새로울 게 없지만 처음 이 영화를 보고 받았던 충격은 나의 내면 어딘가에서 봤음직한, 꽤 그럴듯한 모습에서 오는 불쾌함이었다.
호텔 조식이나 무료 체크아웃, 가능할 경우 객실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서비스. 이런 게 아등바등 할 정도로 꼭 필요한 서비스일까? 멀찍이 떨어져 본 시야에 들어온건 한심하기만 한 누군가다.
다른 이야기지만 '오픈런' 줄서기 알바 고용도 서슴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톰 리플리의 정체가 탄로날까 내내 마음을 졸이며 영화를 봤다면 단순히 "무분별한 허영심은 나빠" 라며 선비같은 소리만 해서는 바뀌지 않을 현실의 무게를 안다는 뜻이다.
점점 달라지는 요즘의 허영심에 대해 생각한다.
나를 돋보이게 하는건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