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
꽃을 볼 수 없으면 거긴 감옥살이지! 라고 말씀하셨다. 화초를 좋아하시고 꽃을 좋아하시는 어머니, 매일매일 화초들에게 정다운 인사말을 건네며 하루를 시작하시는 어머니! 내게는 꽃처럼 어쩔 땐 꽃보다 더 어여쁘신 어머니!
나이 들면 다들 화초 좋아하나 봐요! 성대 앞 오래된 안경점 주인이 오늘 내게 말했다. 사실 아주 귀찮은데, 라고 작게 하는 말소리를 등뒤에서 들어버려서 기분이 좋진 않았는데, 그 앞을 지나갈 때마다 그 집 창가에 놓인 기린선인장이 너무 이뼈서 불쑥 안으로 들어가 선인장이 너무 이쁘네요 하고, 이 녀석은 몇 년 되었어요? 하고 물어본 것이기에 어쩌면 내가 귀찮았나 싶어 그냥 못 들은 척, 수고하세요! 하며 밖으로 나왔다. 들어오는 사람들이 자주 묻는다고 했다. 얘는 몇 년 되었나요? 하고.
20년 되었다고 했다. 기린선인장이 20년을 주인과 살면서 창밖으로 풍경이 변하는 걸 말없이 지켜보고 있는 거였다. 우리 어머니도 20년 넘게 곁에 두시는 화분이 하나 있는데 이름이, 천사의 나팔꽃이다.
사진의 꽃은, 궁금해서 네이버렌즈로 검색해 보니 ‘일일초’라고 나왔다. 서커스싸구려관람석 옆건물 김밥집 아주머니가 한 움큼 준 것을 잘 보살피니 이렇게 이쁜 꽃을 보여준다.
화초 보듯이 타인을 쳐다보고
화초 된 듯이 그들 곁에 머물기!
조용히 지내고만 싶은 요즘의 내 심리상태인데, 밀양에서 현섭에게 그 말을 털어놓고 나니까 왠지 속이 편안해졌었다. 공연 일정이 모두 끝나는 10월에는 커피학원을 좀 다녔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몇 번 하면서 이제, 해저문 먼 하늘을 조금 쳐다보다가 나도 많이 짙어진 얼굴로 다시 하던 일을 하려고 책상으로 돌아왔다.
날씨는 너무 덥고, 너무 더워서 무더위라고 하나? 그러나 저러나 8월 첫날이니 또 한 달을 잘 지내기로 마음먹는다!
#오늘의꽃
#일일초
#8월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