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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란 Sep 18. 2024

하루만 더, 다시 하루만 더

나만의 행복을 찾아 떠난 길 위에서 써 내려간,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

“택시 예약한 거 취소해 줄 수 있어? 하루 더 머물고 싶어졌어.”

“노 프라블럼. 근데 어제도 그랬잖아?”

“맞아. 가긴 가야되는데 자꾸 더 머물고 싶어져. 아까는 계속 여행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사막에 누워있는데 갑자기 구름 모양이 세계지도처럼 변했어. 이게 네가 말한 사하라 매직인가?”

“하하. 네가 말한 YOUTHPIA가 이 곳, 사하라인 거 아니야?”  


마라케시에서 사하라로 오는 열세시간, 그리고 이어진 사하라에서의 이틀 밤 동안 동행들과 사하라 사람들과 함께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어디에 던져져 있었는지도 모르게 깊숙이 박혀있던 나의 무수한 생각과 감정들을. 너무 오랜만에 만난 이 감정들을 좀 더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이 곳, 사하라에 머물면서.


첫날에는 바로 옆에 함께 있는 듯 낮게 떠있는 별을, 둘째 날에는 불타오르는 채로 낙하하는 별똥별을, 셋째 날에는 신비로운 모래바람을, 넷째 날에는 낙타를 이길 수 있다는 열 번째 별똥별을 선물해 준 사하라. 떠나기 싫은 내 마음을 아는지 마지막 날의 사하라는 가만가만 혼자 산책하기 좋은 적당한 볕을 내어준다.





산책을 끝내고 멋진 기념사진을 남기고 싶어 마라케시에서부터 사 온 비눗방울 총을 꺼냈다. 방울이 잘 만들어지지도 않는 싸구려 장난감을 가지고 혼자 실랑이를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아기를 업은 여자아이가 나타났다.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하고서는 멀찍이 떨어져 지켜보고만 있는 아이를 불러 비눗방울을 불어보라고 했다. 수줍게 웃으며 조금 가지고 놀더니 이내 다시 돌려주고 가버렸던 아이가 세상 신나는 표정으로 다른 아이들과 함께 돌아왔다. 비눗방울 총을 손에 쥐어주자 잘 되지도 않는 작은 싸구려 장난감 하나에 다같이 달라붙어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며칠 전 지프투어에서 만난 아이들이 떠올랐다. 



평일인데도 학교에 가지 않고 작열하는 태양 아래 하릴없이 내버려져 있는 아이들, 사막 여우를 보고 싶어 하는 관광객들을 데려가기 위해 호객 행위를 하고 있는 아이들. (그렇게 호객에 성공하면 자기 몸보다도 훨씬 크고 낡은 성인용 자전거를 타고 힘겹게 집으로 달려가 손님이 왔다고 엄마를 부르는 아이들.) 폴라로이드 사진 한 장에 설레어 어쩔 줄 몰라하다가 엄마에게 달려가 자랑하는 아이들. 한국에서는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약 하나가 없어 상처가 큰 흉터로 남아버린 아이들의 모습이.


별 거 아니라고 여겼던 것에 기대 이상으로 행복해하고,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전혀 당연하게 주어지지 않는 아이들의 삶이, 이들의 세상이 마음속에 큰 울림을 준다. 너무 많은 것이 주어진 채로 살아가느라 쉽게 질려하고, 쉽게 포기하고, 쉽게 단념하며 합리화하는 삶을 살았던 건 아닐까 하는 반성과 함께.  

언젠가 어디엔가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지금, 여기에 당장 없을지 모르나 언젠가 실현할 수 있는 이상향 같은 공간. 행복과 행복, 꿈과 꿈, 이상과 이상이 만날 수 있는, 그래서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청춘의 유토피아, YOUTHPIA를 말이다.


당연히 내가 나고 자란 한국에서 만들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자꾸 사하라가 내 마음을 움직인다. 재미있는 일, 가슴이 시키는 일, 하는 나도 보는 이도 함께 하는 사람도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일을 왠지 지금, 여기, 사하라에서 해야 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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