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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란 Sep 11. 2024

동행,서로가 서로의 빛깔에 스며들었던

나만의 행복을 찾아 떠난 길 위에서 써 내려간,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

“한국에서는 무슨 일 했었어요?”

“교사였어요. 기간제 교사.”

“교사면 교사지, 기간제는 무슨.”


언젠가부터 누군가 내 직업을 물을 때면 교사라는 직업보다 기간제라는 수식어에 방점을 찍어 대답하곤 했던 버릇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그는 그런 내게 무심한 듯 수식어 따위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답했다. 일에 치이고, 불안정한 상황에 치이며 내가 처음 교사를 시작했던 이유, 사랑이라는 가치를 나누며 살고 싶어서라는 선택의 본질을 잊어갔던 내게 그 무심한 한 마디가 마음속에 동요를 일으켰다.



서러움에 잠식당하지 않겠다고 한국을 탈출한 나는 지금 마라케시에서 사하라로 가는 택시에 앉아있다. 무심한 듯 덤덤히 내뱉는 말로 무뎌지다 못해 다 타버리고 재만 남은 것 같아 버석거리던 마음에 불을 지펴주는 이들과 함께.  


마라케시에서 메르주가로 가는 열세시간, 그리고 이어진 사하라에서의 이틀밤 동안 쉴새없이 이어진 이야기들. 같은 곳을 향해 가며 서로가 서로의 빛깔에 스며들었던 꽉찬 이틀의 시간. 같은 곳을 향해 간다는 동행의 의미에 이보다 더 잘맞는 사람들을 만날수 있을까. 


정말 오랜만에 어디에 던져져있었는지도 모르게 깊숙이 박혀있던 무수한 생각과 감정들이 끝없이 이어져 올라온다. 무뎌지다 못해 다 타버리고 재만 남은 것 같았던 버석거리던 마음이 이들을 만나 다시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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