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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으로 Aug 03. 2024

작렬하는 태양&미스터리 와인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하얀 벽에 검은색 지문이 선명하다. 또  한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다른 여인을 향해 슬금슬금 검은 손이 뻗어오고 있다. 심상치 않다. 바짝 신경이 곤두선다. 범죄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미스터리 소설 이야기가 아니다. 언제나처럼 와인에 대한 썰(?)을 풀어보려하는데, 오늘 할 이야기는 '추리소설을 떠올리게 하는 와인들'이서 분위기를 잡아보았다.


먼저 지문 와인 만나보자.  이 와인은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 키호테'의 배경으로 유명한 스페인 카스티야 지방에서 생산되었다.  보다 자세히 설명하면 카스티야 라만차의 '알만사'라는 지역인데  대륙성 기후에 석회 토양 등 와인 생산을 위한 천혜의 환경을 갖추고 있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곳에 자리잡은 아다라스 와이너리는 자연주의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서 기계적 요소는 최소화하고 자연스러운 맛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아다라스의 와인들은 과하지 않은 아로마와 맛을 선사한다.

가성비 좋은 이 곳의 여러 와인들 중 오늘의 주인공은   '지문'이라는 뜻의 스페인어인 '후에야'이다.


 

이 와인은 스페인의 대표적인 레드 품종인 가르나차 60%와 모나스트렐 40%가 들어간 블렌딩 와인으로 블루베리, 체리, 건자두, 블랙 커런트, 다크 초콜릿 등 아로마를 느낄 수 있다.  부담스럽지 않은 타닌감과 더운 지역 출신답게 14%라는 꽤 높은 알코올을 지니고 있다.  


여기까지 보면 사실 일반적인 스페인 레드 드라이 와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굳이 특징을 언급한다면 가성비 좋은 드라이 와인이라는 정도?


그런데 와인 레이블은 상당히 독특하다. 하얀 바탕에 검고 선명한 지문이라니. 비밀스러운 사연이 담긴 미스터리한 사건의 증거일까? 아니면 극악한 범죄의 피해자가 남긴 흔적일까?

셜록 홈즈와 포와르, 미스 마플, 엘러리 퀸, 브라운 신부가 총출동하고, 나의 추리 상상력이 발동되기 시작한다.


추리 DNA를 확실하게 깨워줄   '킬리빙빙'을 만나보자.

 '호주 남부 랭혼 크릭에 위치한 '브라더스 인 암스' 와이너리에서 생산한 것으로 현재는 5대손인 '가이&리즈 애덤스 부부'가 경영하고 있다. '킬리빙빙'은 호주 원주민 말로 '빛이 난다'는 으로 이 와인이 '잔에서 빛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맛도 좋지만  킬리빙빙은 고전영화  '찐팬'이었던 애덤스 부부의 취향이 물씬 담긴 개성있는 레이블로  유명하다.


킬리빙빙 시리즈  스크림, 스나키, 쉐도우는 모두 쉬라즈를 베이스이며 순서대로 쉬라즈 100% 24개월 오크숙성 , 쉬라즈 100%에 12개월 오크숙성, 쉬라즈 75%에 카베르네 소비뇽 25% 로 만들어졌다.


바로 딱 느낌이 오지 않는가. 왜 이 와인들이 무더운 여름과 잘 어울리는지 말이다.


 오싹한 미스터리물을 보는 듯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와인들.

이들과 잠시나마 추리의 세계에 빠지는 그 순간은 바로 길고 무더운 여름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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