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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관리에 대하여

중학생 자살소식

by 사공리셋

감정이 얼마나 중요하고 삶을 좌지우지하는지 깨닫는 순간이 많다.

나 또한 그렇다.

어떤 상황이나 결과에 놓였을 때 감정을 앞세워 판단한 경우 결과가 좋았던 적이 거의 없었다.

20대나 30대에는 그렇게 넘어지면 일어날 힘이 있었에,

어떻게든 나를 일으켜 세워 나만 끌고 가면 됐었지만, 40대 중년의 감정적 판단에 따른 행동의 결과와 책임은 나의 몸과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 함으로써 그 여파가 가족들에게 가서 가까운 사람들의 희생이 요구 되기에, 그래서 더욱 감정관리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엄청나게 달리다가도 한순간 마음이 무너지는 것도 나의 감정이 요동칠 때 이고, 그 감정을 그때그때 돌봐주지 않으면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여 바닥을 헤매고 있기를 반복했었다.


지금은 아이들이 눈에 띄게 커감으로써 이제는 보육을 넘어 교육도 물론이지만 정서적 지지자가 되려면, 그 밑바탕에는 나의 건강한 멘털이 베이스가 되어 있어야 했고, 수시로 바닥이 되는 체력도! 건강도 아무리 좋은 영양제나 약을 챙겨 먹는다 해도 몸과 마음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난 후...

마흔 이후 나의 평안함과 풍요로움을 내 삶에 정착시키기 위해 마음공부에 시간을 내고 있다.


얼마 전 동네 단톡방이 잠시 시끄러웠었고, 들어보니 바로 우리 동서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사건이 있었다.

바로 그 주 주말 집안 결혼식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동서를 만났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동서도 볼일을 보고 딸아이와 귀가 중이었고 오후 4시경이었기에 지나던 사람들도 꽤 많았다고 했다.

경찰차 4대와 119차와 사이렌 소리에 웅성웅성 사람들이 모였고, 사람들 사이로 흰 천이 눈에 띄어 놀란 동서는 딸아이 손을 끌고 돌아서 집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사건은...

남자 중학생이 자살을 시도했고, 결국 사망했으며... 초기발견해서 신고한 학생도 같은 아파트 단지에 지나는 중학생들이라고 했다.

같은 아파트 단지의 아이들이었다면 보나 마나 같은 학교 학생들이었을 것이다.

자세한 이야기와 억측을 막기 위해 해당 학교에서는 빠르게 공문을 돌렸고 지금도 사건을 조사 중일 테지만..

그 이상 자세한 내막도 모르고 마음이 힘드니 더 이상 알고 싶지도 않지만... 마음이 먹먹하고...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연이어 부산에서 3명의 여고생 동반자살 소식까지 듣게 되었다.


아이들이 자살을 선택한 경위나 과정을 속속들이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마음의 괴로움이 쌓였는데 해결책도 모르겠고 도움요청할 용기나 힘도 없어서 그냥 그것만이 그 어린아이들에게는 최선의 선택으로 여겨졌던 게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이 드니 더 오랜 시간 마음이 착잡했다.


마흔 중반의 어른이 된 지금도 내 마음을 몰라 갈팡질팡하는데, 사회경험이 없는 어린아이들은... 오죽했을까... 싶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서,

내 아이는 중학생이 아니지만 중등을 바라보는 초고학년의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생각하면 더... 불편했다.

아이들도 성격 나름이겠지만 그 또래들 특징을 생각하면

대화를 길게 하지 않으며, 친구를 너무 사랑하며,

단순하고 재미있는 것들에 깔깔 웃고 즐기며, 어른의 기준에 못 미치는 교정되어야 할 것들이 무지하게 많지만 본인들이 다 잘하고 있고 맞다고 생각하며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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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로서 거리 두고 바라보기 참으로 쉽지 않아 간섭과 참견을 하게 되지만,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때로는 대견하고 때로는 너무도 불안정해서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해 보인다.


빠르게 급변하는 세상에서

빠르게 발맞춰 나가기도 바쁜 어른들이지만


그래도 오래 살아본 경험으로...

세상을 보는 눈을 넓게 가지기 전인

이 불안정한 아이들을

비록 그냥 스치는 어른일지라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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