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일지의 시작
언젠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었다. 그런데 아마 소설은 아닐 거라는 생각을 했고 시는 더더욱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정말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된다면 수필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 적은 있었지만 정말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그렇지만 새로운 생명을 품고 있는 임산부가 되고 나니 전에 겪지 않던 새로운 세상들과 마주하게 되었고 다양한 일들을 마주하게 되다 보니 이것들을 기록하고 싶어 지게 되었다.
누군가는 여자면 다 겪는 일이고 별 다를 일이 없고 누구는 아이를 안 낳아봤나 하면서 뭘 이런 거를 쓰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처음이고, 나에게는 지금
아주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일이고 아주~~ 별 일이라서 그리고 나처럼 처음을 마주하고 있는 예비엄마들을 위한 글은 육아백과사전밖에 없는 게 너무 아쉬워서 이렇게라도 일지를 적어보려고 한다.
나를 위해, 또 태어날 아이를 위해! 그리고 이 글이 작게나마 임신을 하고 있는 예비엄마들에게 공감대를 사서 작고 무료한 일상에 소소한 웃음을 선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일지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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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이란 것에 대해 늘 생각해 왔다. 나는 여성이고 30대니까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임신이란 것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게 되는 것은 아마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이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 때는 아이를 낳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여겨지던 세상이어서 친구들하고 아이를 낳게 되면 무슨 26살에 낳는다는 둥 이런 이야기를 하고 몇 살에 낳을 건지에 대해 논했던 것 같다. 그러다 20대 중반쯤 되니 각자의 결혼가치관, 출산주의/비출산주의에 대한 뚜렷한 세계관이 생기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임신에 대해 논하게 된다. 그 누구도 서로를 비난하지 않는다. 출산주의는 그대로 이해가 가고 비 출산주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지금은 결혼-출산이 결부되어지는 세상이 아니다.
나는 아이를 가지고 말지는 한 여성의 개인적인 자유라고 생각하고 개인의 결정권이라고 생각한다. 저출산이라는 문제를 여성의 사회적 진출과 결부 지어서 이야기하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하나다. 내가 임신/출산을 한다고 해서 이 가치관에 대해 어느 누구에게도 강요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그저 나는 내 이야기에 개연성을 높이기 위해 내가 출산을 결정하게 된 이유를 몇 자 적어본다. 내가 출산을 결정한 건 개인적으로 아이들을 좋아하는 성향도 있었지만 생명을 품는다는 것은 부모가 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전인적 성장을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 “남편 위해서는 못 죽어도 자식 위해 죽을 수 있다.”는 어머니들의 사랑을 - 내가 겪어보면 - 그 사랑이 무엇인지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내 목숨을 내줄 만큼 사랑할 수 있다니 - 이보다 더한 성장은 없다고 느껴졌다. 이것은 아가페적 사랑이기에 - 난 한 번도 누군가를 위해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 이건 정말 인간으로서 해 볼 수 있는 전인적 성장의 일이겠다고 아이를 키우며 나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예전부터 생명을 관장하는 것은 가장 신비로운 일이라고 여겨졌다. 자궁을 가진 여성 만이 할 수 있는 신비로운 일이다. 누군가는 간절히 원해도 할 수 없는 일- 열 달 동안 생명을 품어보는 일- 세상에 생명을 탄생시키는 일 - 모두가 고귀하고 아름답다고 표하는 그 기적과도 같다는 출산이라는 것을 경험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엄마라는 어머니라는 존재가 된다는 일이 어떠한 삶인지, 그리고 내가 엄마가 된다면 나의 어머니의 마음을 더 이해하게 된다던데 그 과정도 몹시 궁금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남편과 나를 닮은 2세를 낳고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인간의 본능과 욕구 등 아주 많은 이유로 나는 임출육(임신/출산/육아의 약어)의 세계로 발걸음을 힘차게 내디뎠다!!! 그런데 진짜 마음도 먹었고 생각도 해왔지만 진짜 차원이 다른 세상이었다.
이제 겨우 임신 6주 차 완전 초기 임산부 면서도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지는 세상이었다. 왜 맘카페가 있는지 절실하게 느끼고 왜 임출육 단톡방이 있는지도 절실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더더욱 이 기록들을 전부 다 적어 낼 수는 없겠지만 하나하나씩 적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양치하다가 토하는 나, 그 모습이 어이없고 웃긴데 호르몬 때문에 눈물이 나서 엉엉 울어버리는 나, 물 비린내도 나서 생수도 못 마시고 벌레에 물려도 진통제 들어간다 해서 버물리도 못 바르는 나, 식은 피자 진짜 좋아하는 난데 박테리아 때문에 안된다고 해서 식은 피자도 못 먹게 되어버린 나!!!!!!!!!
그냥 이 글은 이제 임신 6주 차 초기 임산부!!!! 그냥 기록하고 싶어서 적는 그냥 임산부의 임신 기록일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