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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꿈이 내게 전한 메시지

-배신감과 버려짐을 지나 내게로 돌아오는 길

by 파랑새의숲


항상 다정했던 남편

그가 내가 모르는 다른 이를 옆에 다정하게 끼고 있었다.

누구냐고 당황해서 묻자,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


당황한 내게 미안한 표정을 하고 말했다.


넌 정말, 내가 진짜로 널 아끼고 사랑하는 줄 알았어?
미안하지만 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어.


순간, 나의 세계가 와장창 무너졌다.
나는 깨진 가슴을 부여잡고 소리쳤다.


뭐라고???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데 왜 나랑 결혼한 거야?
결국 너도 나를 이용한 거야?
네가 사랑하는 그 사람과 평생 같이 살지,
왜 나와 결혼해서 내 인생을 망쳐버린 거야?
난 평생 자유로울 수 있었는데!
당신 믿고 장밋빛 미래를 꿈꿨잖아!


울며 외치는 나를 보며,

신랑은 평소와 다른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낯설었다.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어차피 너도 너 좋으려고 나 이용한 거잖아.
엄마에게서 도망쳐 나한테 온 거 아냐?
결국 나한테 기대고 의지하려고 결혼한 거잖아.


심장이 서늘해지는 소름 돋는 충격과 함께 눈을 번쩍 떴다.
옆에서 평소와 다르지 않게 곤히 자고 있는 남편.


꿈이었다. 정말 간담 서늘하게 무서운 꿈.


결혼 후 언젠가부터 나는 이런 종류의 꿈을 반복해서 꾸었다.
꿈속에서 그는 늘 내 곁에 있으면서도,

숨겨둔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나는 그저 ‘아내’, ‘아이들의 엄마’ 일뿐이라고.

그래서 애틋하긴 하고, 자기 삶에 필요는 하지만
자신의 진짜 마음은 다른 곳에 있다며,

네 인생에 대해서는 미안하다고 말하면서도,

이미 어쩔 수 없으니 내게 계속 견디라 했다.


눈을 뜨면 분명 꿈이라는 걸 알면서도,
심장은 여전히 뛰었고, 온몸은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그 배신감과 존재가 무너지는 듯한 감정은 너무나 생생했다.
어쩔 때는 애꿎은 현실의 남편이 미워지기까지 했다.


꿈일 뿐인데 왜 이렇게 감정이 진짜 같을까?


나는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도대체 왜 같은 꿈을 계속 꾸는 걸까.

이 꿈이 내게 전하려는 건 뭘까.


심리학에서는 꿈을 종종 분석한다.

현실에서 억누른 감정들이 꿈을 통해 표출되기도 하고,
상징이나 내용이 지금의 삶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래서 감정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들

또는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꿈 분석이 유용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내 반복되는 꿈의 핵심은 단 하나였다.

엄청난 배신감, 그리고 내가 버려졌다’는 강한 감정.


돌아보면 그건 단순한 상상이 아니었다.
나는 현실 속에서도 남편과 시댁 관계에서
큰 배신감과 버려짐을 반복해서 느끼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는 감정을 선명히 받았다.

아들과 어머니로 엮여 있는 그들의 가족은 굳건했고,

나는 그 안에서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방인,

버려짐을 끊임없이 반복 체험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차마 드러내지 못한 감정을,
꿈이 가장 생생하게 불러내 대신 말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내 무의식은 끊임없이 나를 흔들며 말했다.


네가 붙들고 놓지 못하는 게 무엇인지 봐라.
그걸 계속 고집할 때, 네가 겪게 될 감정들도.


그랬다. 무의식이 반복해서 보여주려던 것은

내가 무엇에 의존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에 대한 대가가 무엇인지였다.


언젠가부터 나는 늘 남편 곁에 매달려 있었다.


엄마로부터는 정신적으로 독립했다고 믿었지만,
실은 또 다른 방식으로 남편과 그의 가족에게 기대고 있었다.
그에게서, 그 관계에서, 나의 존재감을 확인하려 했다.

그러나 아무도 '나'의 존재감을 확인해 주는 이는 없었다.


그러면서 점점 더 ‘나’를 잃고,
스스로 그들이 부여한 역할들 속에 나를 구겨 넣고 있었다.

꿈은 그 두려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파노라마였다.


결국 문제는 남편이 아니었다.
내가 홀로 단단히 서지 못했기에,
그가 내 곁에 없는 듯 느껴질 때마다,
시댁이 내게 서운하게 할 때마다,
나는 세상이 무너지는 경험을 반복한 것이다.


남편의 배신은 꿈속 환영일 뿐이었지만,
그 안에서 드러난 내 감정은 진짜였다.

그리고 그 감정은 나를 향한 메시지였다.

반복되는 꿈은 내게 속삭이고 있었다.


언제까지 네 목소리를 남편에게 맡길 거니?
그가 대신 말해주지 않는다고 징징대며 배신감을 느끼고,
나는 버려졌다 슬퍼할 거야?
언제까지 너의 존재를 규정하는 권리를 남에게 맡길 거야?


또 감정적으로 너무 힘든 그 꿈에서 깨어

어둠을 조용히 응시하던 그날 밤,

마음속에서 깊게 어떤 메시지가 올라왔다.


이제 네가 직접 네 대변인이 되면 되잖아!
네가 너를 배신하지 않고, 네가 너를 버리지 않는다면
누구도 너를 버릴 수 없어.


그랬다. 나는 한 번도 내 편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엄마가 얼마나 속상하시겠니

남편이 얼마나 곤란하겠어

시어머니가 걱정해 주시는 거 아니겠니


남들 편만 들었을 뿐,

그 안에서 내가 느꼈던 모든 감정들은 무시해 버렸다.


나쁜 딸,

못된 아내,

괘씸한 며느리가 될까 봐 두려워서.


그렇게 그들에게 나쁜 누군가 되면,

그들의 사랑과 인정을 잃을까 무서워서,

단 한 번도 내 입장에서 느낀 서운함이나 배신감들을

제대로 표현해 본 적조차 없었다.


그러려면 다시 돌아가야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 있었다.

생각해 보면, 언제나 그 문제였다.


넌 누구야?

먼저, 그 답부터 찾아야 하지 않겠니?


꿈은 내면에서 온 메시지이며, 무의식이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자연스러운 표현이다.
Dreams are messages from the inner self,
the natural expression of the unconscious revealing itself.

-칼 융, 분석 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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