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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휘 Aug 16. 2022

잔향

“능소화의 꽃말은 그리움이래”

  집 앞까지 당신의 손을 잡고 배웅해줬던 날은 당신의 잔향이 내 손금 사이사이마다 남아있었다. 적응이 빠른 후각을 탓해야만 할까, 당신의 향에 익숙해지곤 감응하지 못했지만 분명 내 손금 어딘가엔 당신의 자취가 잠들고 있었을 것이다.


  연이 다해 당신의 손을 잡을 수 없게 된 후, 불현듯 어디선가 불어오는 하늘바람에 당신과 닮은 향이 맡아질 때면 뒤돌아보는 날이 잦았다. 어떤 날은 무언가에 홀리듯 그 향을 따라가 본 적도 있었지만, 그곳에 당신은 없었다. 그런 날이면 그곳에 가만히 서서 내 손을 빤히 쳐다보곤 손금 사이에 숨어있을 당신의 얼굴을 찾기도 했었다.


  쨍쨍한 태양, 그리고 끝없이 우는 매미 소리, 곳곳엔 능소화가 보인다. 곧 장마철이 시작될 예정이라는 뜻이다. 오래전 당신이 동네 담벼락을 타고 내려가는 능소화를 보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능소화의 꽃말은 그리움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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