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늘 생존과 공존하고 있었다.
죽음의 단어를 인식하는 순간
살다 보면
죽음에 대해 무심코 잊고 있다가
내가 죽는 순간에 대해 떠올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어릴 적부터 내 몸이 사라지면 난 어디에 존재하는 것 일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감각도 없고 생각도 없을 테고 의식이 없는 무언가가 된다는 기분이 도대체 무얼까?
그건 내가 죽음을 눈앞에 두어야지만 알 수 있을 것들일 것이다.
나이가 드니 병원에 검사를 하러 가는 경우가 잦아졌다.
특히 MRI검사가 있는 날에는 온몸의 신경이 바짝 곤두서는 기분이 든다.
커다란 통으로 내 몸을 집어넣고 티기닥 덕덕덕 이런 소리가 들리고 앞은 통 안의 벽만 보일 뿐이라 만약 이 상태로 기계가 꺼지는 상상만으로도 불안해진다.
난 통속에 들어갈 때마다 안드로메다 어딘가의 우주를 부유하는 물질이 되는 상상을 하곤 한다.
그곳에서는 감각도 없고 그저 떠다닐 뿐인 그런 부유물이 된 자신을 생각해 보다 보면 한동안 빠져들었던 코스믹호러의 한 장면도 떠오른다.
러브크래프트의 이야기 속 말도 안 되는 괴물을 부유하는 물질 상태로 마주하다 보면 어느새 검사는 끝나있었다.
통에서 해방과 함께 현재를 살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내가 언제 죽음을 마주할지는 알 수 없으나 언제 가는 꼭 들어가야 하는 방문 중에 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다.
열어야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님을 감사해하며 이번 추석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잘 지내보려고 한다.
무탈히 잘 지나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