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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쥔공 May 22. 2024

나의 가장 소중했던 친구에게 -상편-

지나서야 보이는 잘못

고등학교 1학년 때, 어떤 친구들을 만났다. 이들은 일란성쌍둥이 자매였고 첫인상으론 꽤나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처음에는 둘을 구별하기가 꽤 어려워 작은 특징이나 소품을 가지고 구별하려 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의 이야기는 가장 오래된 내 친구인 쌍둥이 언니가 아닌, 함께 가장 오래된 친구가 될 뻔했던 쌍둥이 동생에 관한 이야기다.








1학기까진 그저 같은 반의 일원일 뿐이었는데 2학기 때 동생이랑 짝이 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 친구의 이름을 S라고 하자. S는 앞서 말했듯 소심하고 조용했다. 나는 이상하게 그와 친해지고 싶었고 그래서 S와 J(언니)와 친해지고 같은 무리에서 놀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소심하고 조용한 게 전부가 아니었지.



상대적으로 S는 J보다 착했다. 자기주장만 강하게 내세우기보단 싫더라도 끌려가주고 부딪히길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J는? 물론 자기주장이 중요한 타입이었지. 나 역시도 황소고집이라 나와 J는 S를 끌고 다녔다. S는 알고 보니 나름 우스갯소리도 하고 스스로의 고집도 있었으며 싫은 건 싫다고 말하는 성격이었다. 그랬음에도 나와 J가 고집부려 끌려간 뒤, 마지막엔 S도 웃어줬기에 우리와 함께 하는 시간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 애가 싫다고 할 게 있다고 하는 말이 전부 튕기는 것처럼 보였다. 벌써 내 잘못이 진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S는 우리 셋 중 가장 노력하는 타입이었고 항상 성실하고 멋진 친구였다. 그 친구가 게으른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가장 게으른 쪽은 역시 나였다. 나는 제 잘난 맛에 살았기에 뭐든 대충 하고 잘하는 걸 미덕으로 여겼으니까. 그런 내게도 S의 꾸준함은 대단하게 보였다. 내가 가지지 못한 모습이라 더 매력을 느낀 것이겠지.



2학년이 되고 S는 예체능을 시작해 문과로 가고 나와 J는 이과로 갔다. S는 정말 바빠졌고 학교 수업뿐만 아니라 학원까지 다니는 데다 교실까지 멀어 보기가 더 어려워졌다. 예체능을 꽤 늦게 시작했음에도 S는 노력으로 입시에 성공했다. 그 뒤 대학생이 된 이후에도 항상 바쁘게 과제며 토익이며 열심이었다. 주욱 쓰면서 생각 드는데 S 정말 대단하다. 내가 본 모든 사람 중에서 가장 열심히 하는 사람 몇 안에 들겠다 싶을 정도다.








우리 모두가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는 쉬이 만나기 어려웠다. 고등학생 때처럼 매일 보는 건 차치하고 한 달에 한 번 보기도 약속을 잡아야 가능했다. 그래도 우리는 고등학생 때부터 매일같이 단톡방에서 카톡을 했다. 지금 먹은 게 뭔데 맛이 있니 없니, 길 가다가 비둘기 엄청 많이 봤다느니, 오늘 날씨 정말 덥다느니 시시콜콜한 얘기로 매일을 함께 나눴다. 그 덕에 우리가 오래 떨어져 있어도 어제 만난 사이 마냥 가까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내가 서울에 올라가게 되고 서울에 살게 J와 S를 쉽게 있게 됐다. 



당시의 나는 외롭고 우울했고 안정적이지 못했다. 게다가 당시의 내가 생각했던 친구란 모든 것을 공유해야 하는 사이였다. 우리 사이에 비밀은 없다고. 그래서 나는 내 괴로움을 모두 친구들에게 뱉었다. 카톡으로 하기도 갑자기 전화를 걸어 4시간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J와 S는 내내 잘 들어줬었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분명히 그 친구들이 부담을 느꼈을 거라고 지금에서야 생각할 수 있다.



외로웠기에 갑자기 만나자고 연락도 자주 했다. S는 할 일이 남아있다고 싫은 내색을 보였지만 J와 내가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면 마지못해 나와줬다. 몇 시까지는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던 S에게 알겠다고 해놓곤 그게 한 시간 두 시간, 몇 시간이나 늦어졌던 게 몇 번일까. 그러다 S가 진지한 어투로 말한 적이 있다. 갑자기 약속 잡는 거 정말 싫다고. 나는 그제야 조금 뜨끔한 기분을 느꼈지만 S의 사인을 또 가볍게 지나가고 말았다.








그래 이제 와서 생각하면 나는 최악의 친구다. 싫어한다는 걸 알면서 강요했고, 결국 그 친구가 웃었기에 싫어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멋대로 상대의 마음을 판단하고 내가 즐거우니 상대도 즐거울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친구니까 모두 함께 같이 경험하고 느껴야 한다며 행동했고 모든 시시콜콜한 이야기와 쓸데없는 잡담 그리고 무거운 고민으로 그를 짓눌렀다. 결국 친할수록, 가까울수록 남이라는 걸 알아야 했는데. 그래서 더 소중히 대해줘야 했던 건데 말이다.



결국, S가 나를 그만 만나고 싶어 한 건 정해진 결과였다. 아무리 시간을 되돌려도 그때의 내가 얼마나 어리고 본인밖에 몰랐는지 이야기를 마칠 때쯤에는 항상 우리는 갈라서 있을 테다.





사진: UnsplashPriscilla Du Preez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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