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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준호 Nov 21. 2019

아이와 함께 걷는 시간_세번째

생명의 탄생

햇살이의 탄생을 지켜보면서 가장 마음아팠던건 수술의 과정이었다.

제왕절개라고 하면 그냥 아이를 꺼내는 줄 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의사는 아내의 몸을 헤집는데 거침이 없었다. 몸이 크게 흔들리고 그 진동이 나에게까지 느껴질정도로 그 폭은 컸다.

'내가 무슨짓을 한거지' 라는 후회가 들만큼 그 진동은 가슴을 후벼팠다. 영원처럼 느껴질정도로 길었다.

가장 찬란한 순간에 벌어지는 지독히도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상황에 눈을 감아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누워보는 차가운 수술대의 느낌, 지나치게 밝은 전등과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의사들의 손아귀에서 아내는 오로지 내 얼굴만 바라보며 견디고 있었다. 그 눈을 외면할 수 없었다. 두 손을 꼭 잡고 잘 되고 있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의사가 햇살이를 꺼냈다. 시장에서 물건을 건내받듯 무감각하게 햇살이를 건내받은 간호사는 3.3키로의 새생명을 뒤집고 때리며 울음을 강요했다.


이내 울음이 터졌다.

간호사와 함께 햇살이를 대리고 밖으로 나갔고, 아내는 수술실에 홀로 남겨졌다.

아침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던 처가식구들과 우리집 식구들이 햇살이를 맞이했다. 서둘러 사진을 찍고 햇살이도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은 아내가 올 입원실로 자리를 옮겼다.

아내가 오기전 저녁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입맛은 없었지만 긴 밤이 될것 같았기에.


서둘러 밥을 먹고 올라왔더니 아내는 눈을 떠 있었다. 안쓰러웠다.

신혼여행지에서 찧어서 멍든 상처가 1년을 갔는데, 배를 가르는 수술을 했으니 얼마나 아플까 싶었다.

햇살이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가족들이 떠나고 두명이 누우면 꽉 차는 공간에 우리둘만 오롯이 남았다. 마주보며 소리없이 웃었다.


2018년 12월28일은 2012년 서로에 대해 하나도 모르던 남녀가 만나고, 2016년 만남의 결실을 맺고, 마침내 아빠와 엄마로써 새로운 출발점에 선 날이었다. 우리는 그것을 소리없는 미소로써 받아들이고, 함께 달릴 준비가 되었다는 표시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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