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걷는 시간_네번째
희생은 무엇일까_출생부터 돌까지
결혼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를 굳이 비유하자면 취준생과 직장인의 예를 들 수 있을것 같다.
비혼주의자가 아니라는 전제하에, 미혼자는 기혼자를 개척자처럼 바라본다. 마치 자신이 취업하고 싶은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을 바라보듯.
'어떻게 결혼하셨어요?' '힘들지 않으세요?' '돈 많이들죠?' '결혼생활 어떠세요?'
이런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한결같았다.
'아기를 낳아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결혼까지는 좋아요.'
누군가가 항상 내 편으로 존재한다는게 생각보다는 든든하다. 말도안되는 생각도 좋은생각이라며 치켜세워주고 사소한 투정도 들어주고 위로받고.
그리고 결혼한 사람이 나에게 아이를 키워보니 어떻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죽을 것 같아요'
왜 죽을것 같냐면, 지금껏 살아온 내 모든 습관, 리듬, 생활패턴을 이제 갓 태어나 아무것도 못하는 한 생명체를 위해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평균 7~8시간을 자야하고, 삼시세끼를 제 때 잘 챙겨먹어야 하며 여가생활도 즐겨야 한다. 그러면서 일을 해야한다. 그래야 밸런스가 맞는다.
하지만 아기가 내 삶에 들어오면 직장에 나가야 하는 시간빼고는 모든것이 바뀐다.
퇴근후 간단하게 먹는 치킨과 맥주, 가끔있는 약속, 좋아하는 운동하기, 아내가 먼저 잠드는 날에만 느낄 수 있는, 내가 발생시킨 소음외엔 들리지 않는 기분좋은 적막.
이런것들이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그리고 그 공간을 육아가 모두 독차지한다. 어떤날은 아무말도,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을때가 있는데 육아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내도 나와 같은 감정을 내내 느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다투었다. 긴 연애때보다 더 많은 다툼이 시현이가 태어난지 1년도 안되서 발생했다.
아이로 인해 생긴 힘듦과 피로였으나 그것을 받아내는건 서로의 배우자였다. 나와 아내는 내면의 찢긴 마음을 어떻게 푸는지 몰라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쏟아냈다.
그리고 문득 돌아보니 우리의 관계는 멈춰있었다.
아니, 매말라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