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가 신뢰를 훼손하지 않게 하는 방법
나는 지난주에, 다른 부서의 한 직원과 그의 부서 전체에게 사과 메일을 한 통 써서 보냈다.
사건의 경위는 이랬다. 한 달 전, 타 부서의 사원 한 명이, 법무팀장인 나에게 결재를 받기 위해서 문서를 전달했는데, 그 문서가 어디에선가 분실되었다. 내 책상과 서랍에는 그 문서가 없었고, 나는 그 문서를 해당 직원에게 돌려줬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직원과 그 직원 소속의 부서에게 본인들 부서에서 찾아보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결재 문서 관리는 철저히 해주셔야 할 것 같다는 충고까지 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난 며칠 전, 그 문서가 우리 법무팀의 다른 팀원 자리에서 발견되었다. 그 문서가 법무팀에 있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팀원도 잘 모르겠다고 하여 나도 더 캐묻지 않았지만, 우선 그 문건이 내가 책임지는 법무팀에 있게 된 것만으로도 결과적으로 나는 잘못된 기억을 토대로, 다른 부서에 잘못된 해명을 하게 된 셈이다.
이렇게 회사 생활을 하면서 실수는 반드시 일어난다. 우리는 기계가 아닌 사람이기 때문에, 누구든 크고 작은 실수를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다른 사람의 실수 때문에 피해를 보게 될 때, 그 사실만으로 동료나 부하직원을 평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실수를 하고서도 자신의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고 명백히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 그때에야 나는, 그 사람에 대해 나쁜 평가를 하게 된다. 그러지 않고, 스스로 실수를 인정하고 책임지겠다는 자세를 보이는 사람이라면, 나는 앞으로도 그 사람의 판단이나 업무도 신뢰하게 되고, 다음에도 함께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결국 신뢰를 훼손하는 것은, 실수 그 자체가 아니라, 실수에 대해 책임지지 않으려는 자세이다.
다른 사람들도, 나에 대해 마찬가지로 평가할 테다. 이번 문서 분실 해프닝에, 어쩌면 나는 그 다른 법무팀원을 핑계 대며 책임을 회피하는 자세를 취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확하지 않은 기억으로 문서를 돌려줬다며 사실과 다른 변명을 한 것은 분명 나의 잘못이고, 사건을 악화시킨 요인이었다. 그런데도, 내가 만약 책임을 이리저리 회피하거나 다른 직원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면, 앞으로 법무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고, 그 법무팀원의 팀장에 대한 믿음도 무너질 수 있다. 나는,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또 오후에 내가 찾아가서 사과하겠다고 메일을 써서 그 부서 사람들 모두에게 발송했다.
그리고, 잠시 후 해당 부서의 직원에게 전화했더니, 그 직원은 밝은 목소리로, '팀장님, 그 일은 큰 일 아니었으니 정말 괜찮습니다.'라며 웃었다. 하지만, 그때 내가 잘못된 기억으로 해명한 것이 무척 마음에 걸린다며, 점심시간이 마칠 때쯤 커피를 사들고 그 부서를 찾아갔다.
다행히 그 부서 사람들 모두 웃으며, 내 사과를 잘 받아 주었다. 그 부서의 외국인 팀장도, 정말 큰일이 아니었다고 이야기하며, 법무팀에는 항상 믿음이 있고 감사한 마음이 있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큰일이 있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또 너그러이 내 잘못을 받아주는 회사 동료들이라 고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실수로 인해 그 부서의 법무팀에 대한 평가가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실수에 대한 내 자세가 충분히 믿음직하다고 동료들이 평가해 준 것이, 참 고마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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