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은 하되 주관을 지켜라
세 번째 즈음 이직했던 회사는 매우 딱딱하고 권위적이었다. 대표님은 건의사항이나 물어볼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이야기하라 했지만 그게 쉬운가. 기존 회사 체계에 다른 제안을 하려면 소위 말해 열사 혹은 총대를 매야 가능했다. 내가 다녔던 회사는 물건을 파는 쇼핑몰을 운영하던 곳이었다. 마케팅팀 작가이자 직급은 대리였다.
제품에 대한 이해도는 물론이고 가격대가 있어 고객의 마음을 잘 사로잡아야 했다.
정확히는 글과 영상으로 설득할 줄 알아야 했다. 당시 단톡방은 두 개가 있었는데 대표님을 포함 전 사원들이 있는 방, 부장님을 필두로 있는 마케팅방이 있었다.
대표님이 전사원에게 지시를 하는 날이면 사람들의 ‘넵’ 행렬이 시작된다. 파도타기라도 하듯 알겠습니다 내지는 '넵'이 빠르게 도배된다. 처음에는 대표님이 어떤 말을 하는지 대화 내용을 꼼꼼히 읽다가 언젠가부터는 포기에 이르렀다. ‘아니요’라고 하고 말하는 순간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하기 십상이다.
공적 공간에서 이견을 달면 분위기를 흐린다는 암묵적 룰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넵’으로 정리한다.
그럼 매번 yes 맨 혹은 yes 걸이 되냐고? 아니다 함께 일하는 팀 단톡방은 얘기가 달라진다. 다르게 말하면 일이 실제로 돌아갈 때는 상황이 다르다.
누군가의 업무를 자르고, 마감과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책임 범위를 조정할 때는 ‘넵’으로 넘어가선 안 된다. 무조건 ‘알았다’하는 건 다 수용하겠다는 뜻으로 매우 위험하다.
신입사원 때는 다 해야 되는 줄 알고 ‘예’라고 대답했다가 혼난 적이 많았다. 그럼 어떤 상황에서 ‘예’ ‘아니요’라고 대답해야 할까?
공개 답변은 가볍게 ‘넵’이라고 말한다.
카톡방 지시나 확인 메시지 (특히 전 사원)이 해야 하는 일에는 이견을 달지 말고 ‘넵’으로 정리한다. 공기를 흐리지 않는 게 좋다. 이견이 있으면 팀장님을 통해 말하면 된다.
이슈가 생기면 1:1 사적 대화방을 활용한다
일을 하다 이슈가 생기거나 돌발 상황이 생기면 즉각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좋다.
특히 내 선에서 해결되지 못할 문제라면 더더욱이. 책임 범위·마감·일 컨디션 등 핵심 논의는 사수 혹은 팀장님께 보고하자.
주관은 데이터·상황 등 근거를 들어 설명한다
지금 제 담당 일이 A건·B건 있어서 추가는 어렵습니다처럼 사실(수치·일정)을 보여주며 납득하도록 이해시킨다. 무작정 안된다고 자르면 일 안 하는 사람이 되기 십상이다.
대안을 제시한다
단순 거절보다 “제가 직접 하기 어렵습니다 대신 A에게 일을 맡기거나 마감을 B 일로 하면 가능합니다” 말해보자. 다른 사람을 이야기하는 건 일을 미루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므로 다른 팀원들과 스케줄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게 좋다.
단순 거절보다 “제가 직접 하기 어렵습니다 대신 A에게 일을 맡기거나 마감을 B 일로 하면 가능합니다” 말해보자. 다른 사람을 이야기하는 건 일을 미루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므로 다른 팀원들과 스케줄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게 좋다.
일을 하다 이슈가 생기거나 돌발 상황이 생기면 즉각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좋다. 특히 내 선에서 해결되지 못할 문제라면 더더욱이. 책임 범위·마감·일 컨디션 등 핵심 논의는 사수 혹은 팀장님께 보고하자.
일에서만큼은 주관을 드러내지 않으면 일이 뒤엉키고, 결국 큰 불편이 내게 돌아온다. 일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좋지 않다. 직장에서는 ‘네’ ‘아니요’를 상황에 맞게 써야 한다.
공적 공간에서는 ‘네’라고 평정심을 지키되, 일의 실무와 책임을 조정할 때는 사적으로 혹은 회의에서 단호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물렁한 태도보다는 확실하게 말하는 편이 낫다.
‘넵’이란 말은 빠르고, 가볍고 안전하다. 하지만 주관은 무겁고 느리지만 결국 나를 지켜준다.
직장생활을 그 사이를 오가는 줄타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