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현실과 이상
2024년 9월 29일 일요일, 오전 7:25
드디어 다시 신발끈을 동여맸다.
사실, 전날에 스마트워치 연동 가능한 음악 어플을 재구독했다. 사치라던 아내의 말에 구독 취소한 지 반년이 넘은 시점에 다시 구독했던 것이다. 이게 합리화되려면 매일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로써 내가 달려야 하는 이유가 한 가지 추가되었다.
아내와 아들이 일요일 아침의 여유를 즐기고 있을 때, 살며시 밖으로 나왔다.
밖은 고요했다. 웬일로 자주 지나다니던 열차도 잠잠했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고요함과 편안함이었다.
준비운동 겸에서 걸어서 몸을 풀었다. 그러면서 어제 준비한 음악을 듣고자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어째 음악이 흘러나오지 않는다. 몇 번을 연결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치밀(?)하게 준비했던 러닝을 위한 첫 번째 일탈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어폰을 주섬주섬 바지 속에 넣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위 기록을 보면 알겠지만 너무 형편없는 페이스였다.
달릴수록 숨이 차오르기보다는 다리가 무거워졌고 골반이 뻣뻣해져 몸을 앞으로 보낼 수가 없었다.
걷는 횟수가 점차 늘어가면서 지난날에 대한 후회도 커져만 갔다.
첫걸음을 떼면서 기대감이 있었다.
공원에서 친한 부장님을 우연히 만날 것만 같은 부푼 희망 같은.... 뭐 그런 드라마 속 한 장면을 기대했었다.
공원 초입부터 두리번거리며 러너들의 모습에 집중했다.
역시나 부장님은 없었다.
그래도 나의 기대감 덕분에 공원에서의 러닝은 무사히 마쳤다.
과연 내일은 만날 수 있을까?
과연 내일은 음악을 들으며 달릴 수 있을까?
과연 내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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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