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최근 필사와 더불어 시작한 것은 아침 운동이다.
여느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새벽 6시에 일어나 부스스한 몰골로 헬스장으로 향했다. 폼롤러로 굳은 몸을 살살 풀어주어 근육을 이완시키며 덜 깬 잠을 깨웠다.
그 후 트레드밀에 오른다. 쳇바퀴에 오르는 햄스터가 된 기분이긴 하지만 무더운 날씨에 바깥 운동은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 기분을 억제시키며 천천히 걷기부터 시작한다.
근데 달리기가 귀찮아졌다. 몸도 쑤시고...
그래서 나 자신에게 합리적 제안을 제시했다.
그 제안은 바로 "영어 공부"
그 쳇바퀴 위에서 쉐도잉도 하고, 어린 왕자 영문 내레이션을 따라 읽어보기도 하고, 영어회화도 공부하는 척해보면서 운동을 이어갔다.
이것조차 하지 않고 걷기를 하면 너무 죄책감이 들기에 이것만은 성실하게 보며 따라 했다.
그렇게 1시간을 쉬엄쉬엄 운동도 하고 영어공부도 하는 것처럼 느끼면서 샤워를 하고 아들의 등교와 출근을 준비하러 집으로 향한다.
한편, 친한 부장님은 최근에 러닝에 푹 빠져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끔씩 달리기를 얘기할 때면 정말 달리기의 즐거움이 느껴졌다. 인근 마을에 살고 있는 그는 나도 알고 있는 공원을 달린다고 했다. 그것도 새벽 5시에. 부장님은 그곳을 3바퀴 정도 달린 후 집에서 샤워 후 출근 준비한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 갑자기 나도 새벽에 달리고 싶어졌다.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던 나에게 영감을 준 것이다. 바로 실행에 옮겼다. 일요일 새벽 7시에 일어나 그 공원을 달렸다. 트레드밀에 갇혀 있던 내게 오랜만의 바깥 달리기는 퍽 힘들었다.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내가 달리기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은 더위가 물러나고 있는, 달리는데 더없이 좋은 날씨가 한몫을 톡톡히 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래도 나를 이렇게 움직이기 하는 것 부장님 덕분이다.
어느 때부터인지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에서 달리기 장면이 종종 연출되었다. 달리기의 맛을 느껴봤던 나로선 2020년의 추억이 저절로 소환된다. 또, 내 글의 댓글에서도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는 힘을 받기도 했다. 또 한 가지, 책을 통해서도 영감을 받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통해서 달리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다. 언제까지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시작해 보기로 한다.
이처럼 우리는 때론 누군가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무언가를 시작하는 계기가 된다. 그들에게 영감을 받아 어떤 행동을 하는 동기가 되는 것이다. 마음이 무언가가 훅! 하고 다가왔다면 이것저것 재지 말고 일단 해보자! 다시 멈추는 한이 있어도 실행에 옮겨보도록 하자! 그 한 번의 시도가 정체된 삶에 활력의 파도가 되어 다른 것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