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4 자괴감
2024년 10월 4일 금요일 새벽 5시경
달리기를 시작한 지 4일째 되는 날이다. 작심삼일의 산은 넘은 듯하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무더운 여름날, 에어컨 없이는 잠을 이루지 못한 날들이 많아서 우리 부부와 초등 1학년 아들이 안방에서 함께 자는 바람에 아들의 혼자 자는 잠자리 습관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버렸다. 그래서 요즘 내가 아들과 함께 아들 방에서 자는데, 아들의 지독한 잠버릇 탓에 딥슬립에 들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에 목감기가 진전이 없어서 몸이 제 컨디션이 아니다. 그래도 새벽잠을 이겨내고 신발끈을 동여맨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지난번과 동일한 루트를 달렸는데, 컨디션 난조로 인해 페이스가 엉망진창이었다. 페이스 조절이 어렵고 숨이 차서 걷는 횟수와 시간이 늘어만 갔다. 달리면서 나보다 앞서는 이들을 볼 때면 힘을 내야겠다는 다짐을 하지만 몸은 마음 가는 대로 따라주지 못해서 자괴감이 온몸을 감쌌다. 그래도 집에는 가야 했으므로 하루의 목표 거리는 달성했다. 그래도 기록은 물론 달리는 마음가짐 모두 상쾌하지 못한 레이스였다.
최근 달리기와 관련된 영상을 살펴보면서 주법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다음에는 달리기 동기 부여 영상과 달리기 후의 달라진 모습을 담은 영상이 그 뒤를 잇고 있었다. 나의 달리기에 도움을 주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뭔지 모를 허전함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물론 앞선 영상들은 너무 좋은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다. 그런데, 나는 뭔가 부족함을 느끼는 것 같아 내 책상을 살펴보다가 문득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눈에 띄었다. 코로나19 초창기 달리기에 빠졌을 때 존 베이커의 생애를 담은 책 <마지막 질주>와 함께 하루키의 책에 큰 영감을 받았던 것이 떠올랐었다. 다시 유명 작가의 달리기 에세이를 읽으면서 나의 달리기와 글쓰기를 되짚어보고 있다.
그는 책에서 달리기는 목적이 있는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도움을 준다고 전하고 있다. 달리기라는 것이 전통적으로 심폐지구력을 비롯하여 전신의 근력을 길러주어 건강을 유지시키는 것은 물론 강한 정신력을 함양시키는 훌륭한 도구라는 점에서 개인 삶의 목적 달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달리기 자체에서 느끼는 기쁨과 물소리, 새소리, 물안개, 일출 등 자연의 소리와 모습을 느낌으로써 오는 행복감도 있다. 단지 달리기를 수단적 가치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자신의 삶을 풍성해줄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