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5 GoOd FeeLing
2024년 10월 5일 토요일 아침 7시경
한결 여유 있는 주말 아침이다. 확실히 평일 아침과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분주함보다는 차분함이 느껴진다. 주중에는 걸음에서부터 시간에 쫓기듯, 열심히 뭔가를 해내려는 움직임이라면 주말에는 지금 이 순간을 본인들이 지배하고 있는 듯, 하고 싶은 대로 할 것처럼 활동한다. 나 역시도 느지막이 일어나 러닝복을 입고 신발끈을 매는 모든 순간에 바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이 내 손아귀에 있는 듯 부드러움을 묻어난다. 그렇게 러닝앱을 켜고 발걸음을 내딛는다.
오늘은 어제와 달리 페이스가 썩 괜찮은 편이다. 1km 이후 한 동안 몸의 가벼움을 느끼며 달리되 무리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는다. 이 기분을 최대한 오래 느끼고 싶은 마음이 앞으로 박차고 나가는 것보다 훨씬 행복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선 사람을 추월하는 내적 통쾌함보다 나만의 페이스를 유지한 채 현재 리드미컬한 움직임을 만끽해 본다.
어느덧 가을의 한가운데로 접어들 초입인 듯 나뭇잎들이 자신의 색을 바꾸고 있다. 멀리 보이는 잎사귀들은 푸르러 보이지만 가까이 보이는 것들은 살며시 그라데이션을 그리고 있다. 아무리 유명 작가가 이 색을 사실감이 있게 표현해도 "자연"이란 거대하면서 섬세한 장인의 붓터치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다. 가을날의 정취를 미리 느낄 수 있는 건 아마 달리기가 주는 매력일 것이다. 순간순간 지나가는 것들에게 관심을 돌리면 가쁜 숨과 굳어지는 근육의 고통도 잠시 잊게 해 준다.
저 멀리 작년까지의 보금자리인 우리 집이었던 아파트가 눈에 들어온다. 참. 오늘은 놀이터 식구들을 초대해 뒤늦은 집들이를 할 예정이다. 러닝 후 집들이 준비에 정신이 없을 듯하다. 편하게 할 수도 있는데 아내가 극구 뭔가를 준비하려고 한다. 그들은 코로나가 맺어준 인연이라 더욱 각별한 관계다. 어디에도 갈 수도 없었던 2020년 그 시절 집 앞 놀이터가 유일한 나들이였는데, 그때 아들의 친구를 만나게 되었고 지금까지 인연이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 못했던 소중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오늘은 더욱 달리기가 좋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