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종교의 경이로움이 공존하는 어색한 만남
자하라 데 라 시에라에서의 일정을 마친 후 코르도바까지는 약 2시간 30분 가량이 걸렸다.
시에라로 향할 때는 끝없는 푸르른 구릉지대가 우리를 반겼다면,
또 다른 산 위의 마을 올베라(Olvera)를 지나서 아마르헨(almargen) 외곽을 거치는 동안
해발 600~800m 산악지대를 꼬불꼬불~달렸다.
구릉지대를 생각했던 나로선 살짝 실망했지만
이곳 나름대로의 드라이브하는 맛이 있어서 이내 즐기고 있었다.
아내와 아들은 차에서 여독을 푸느라 연신 코고는 소리를 내고 있었고,
난 미리 준비한 음악을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해 들으며 나만의 시간을 보냈었다.
아마르헨을 지난 후 오수나(Osuna)까지는 이전보다 다소 낮은 산악지대였고
오수나부터 에시하(Ecija)까지는 넓은 평야지역이었다. 간혹 보이는 산들도 나즈막했고
듬성듬성 형성되어 있는 마을과 저 멀리서도 보이는 교회는 이곳의 운치를 더하고 있었다.
이때! 주의할 점.
풍경을 감상하다가 잊고 있었던 과속 카메라를 기억하시길!
우리나라와 달리 제한속도가 표시되어 있지 않아서 특히 유의해야 한다.
나도 구글 맵에서도 이 속도를 파악하기 쉽지 않았는데,
다행히 렌트카 내비게이션에는 표시를 해주고 있어서 제한속도를 알 수 있었다.
에시하에서는 큰 고속도로로 진입했는데,
스페인의 특징은 우리나라처럼 통행료를 내는 IC가 없는게 신기했다.
우리는 왠만한 도로에는 거의 통행료를 지불하는 반면
이곳은 우리나라의 경부고속도로에 해당되는 고속도로도 무료였다.
그러므로 스페인에서 렌트카를 이용할 분들은 통행료 걱정은 안하셔도 될 듯~~~
그렇게 2시간 30분을 내달려서 도착한 곳은 중세의 세계적인 도시 코르도바.
차로 왔으니까 당연히 먼저 주차공간을 찾아야겠지.
그래서 찾은 곳은 지도에서 보듯 메스키타와 5분 거리에 위치한 "parking la mezquita de cordoba"
렌트카 여행에서의 주차는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마시길. 주차료에 얾매여 도박하지 않도록!
우리는 걸어서 메스키타로 이동하는데, 역시 아기를 데리고 간다면 유모차는 필수 중 필수!!
사실 기내용으로 휴대성이 높은 것으로다가 살까 싶었지만
돌길이 많은 유럽 도시의 특성 상 앉아있는 아이와
끄는 우리의 불편함이 더 클 것 같아서 과감하게 원래 우리가 쓰던 것을 가지고 왔다.
항공사는 루프트한자를 이용했는데, 너무나 친절하게 공항 탑승구 앞까지 유모차를 갖고 가서 맡긴 후
경유지인 프랑크푸르트와 마드리드에서도 직접 갖고 주셔서 편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러니...3, 4살 정도면 굳이 기내용을 따로 살 필요는 없이 보인다.
메스키다 입구에 도착한 우리는 세비야 대성당에서처럼 오렌지 정원이 입구에 조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공사중이었다는 것. 아쉽게 아들과 함께 세비야 대성당처럼 오렌지도 구경하며 뛰어놀지 못했다.
회랑을 따라 티켓팅을 하러갔고 다른 관광지와 달리 예매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편했다.
세비야 대성당을 비롯하여 마드리드왕궁, 프라도미술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경기장 등
대부분의 관광지는 예매가 필수여서
여행준비 과정에서나 현지에 도착해서도 계속 신경쓰였었는데,
이곳은 즉시 입장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참고로 티켓을 구입할 때 티켓 창구를 이용하기보다는 바로 옆에 있는 자동화기기를 이용하는 것이 수월하다.
메스키타 입장과 종탑 입장 패키지와 둘 중 하나만 이용할 수 있는 단일권이 있으니까
여행 목적과 시간을 고려하도록.
우리는 다소 늦게 도착한 까닭에 종답은 생략하기로 했다.
그리고 세비야 대성당의 히랄다탑을 올라갔다는 경험때문인지 큰 매력을 느낄 수 없었다.
만약 지갑을 잃어버리지 않고 당일 코스와 왔다면 반드시 올랐을 것이지만.
카펫을 깔아놓은 듯 반듯하게 손질된 진한 갈색빛깔의 바닥
흰색과 진갈색의 줄무늬로 표현된 두겹으로 된 말굽모양 아치들의 향연
어두운 듯 어둡지 않은 조명들과 창을 통해 신이 재림하듯 비추는 햇빛
다만, 두 종교의 억지스러운 만남으로 인한 부조화가 아쉬울 따름이다.
우리는 감탄을 하며 메스키타 이곳저곳을 돌아다녔고 아들은 유모차가 심심했는지
스스로 내려 천년 세월의 깊이가 스며들어 있는 이곳을 본인의 놀이터인 마냥 뛰어다녔다.
다소 늦은 시간이라서 관광객들이 거의 없었으므로 아들에게 자유(?)를 만끽할 시간을 줄 수 있었다.
아라베스크 문양으로 대표되는 이슬람의 모스크 속에 가톨릭 성화와 제단이 있다는 것이 묘한 기분을 갖게 한다. 종교적 신념이 만들어 낸 두 종교 간의 어색한 동거가 600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한편, 다행히도 우리가 여행했던 기간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직전이었다.
스페인에서도 당연히 코로나를 생각하지도 않던 시기였고.
가끔씩 현지인이나 외국인들이 지나가는 우리를 가리치며 손으로 입을 막는 제스처를 보이기도 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 당시에는 중국 우한에서의 피해가 극심했던 때라
우리 역시 중국인 단체 관광객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