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5 필사의 경험
2024년 9월 3일 화요일
주인공과 어린 왕자의 모습을 보고라면 흡사 아빠와 아들 간의 행동이 떠오른다. 나와 아들의 블록 만들기 줄다리기와 같은. 가령 아들 스스로 브릭을 이용하여 용을 만들지 못하니까 아빠인 내게 응석 부리며 만들어 달라고 조르던 때가 있었다. 그러면 나는 처음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용을 만들어서 아들에게 준다. 하지만 아들은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며 다시 만들어 달라고 때를 쓰기 시작한다. 한번 더 만들어 주었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어른인 아빠라도 이성의 끈을 잡고 있기 쉽지 않다. 시급하게 업무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그럴 때면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기 일쑤다. 4, 5살 아들에게. 가끔은 진심인 경우도 있었다.
혈연 관계도 이러한데, 어딘지 모를 곳에 추락하여 생사의 기로에 놓인 주인공은 어린 왕자의 계속되는 부탁이 마냥 반가울 리 없지 않은가. 그래도 무시하지 않고 대충이라도 그려준 것을 보면 주인공은 적어도 나보다는 인내심이 강한 편일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내 생애 아빠가 처음인데 아들이 처음인 그에게 강한 인내심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다. 매번 후회하지만 매번 같은 행동을 되풀이하는 것을 보면 심각한 장애가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지구별에서 사람으로서 처음 인생을 살아내고 있는 우리들이 인간으로서 한층 더 성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필사는 다양한 시각으로 책을 요리조리 살펴볼 수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적어야 할 부분을 읽고 따라 써보면서 문장이 갖는 의미를 다소 피상적으로 받아들인다. 영어 필사로 한번 더 작성했을 때에는 한글 속 표현과 영어 표현의 상이과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필사의 경험을 글로 표현하기 위해 한번 더 읽을 때에는 문장과 내용이 내 삶과의 연관성을 찾고 의미를 탐색하며 통찰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필사 자체보다는 글로써 표현될 때 필사의 위력은 배가 된다.
필사의 경험에 대해 다섯 번째 글을 쓰면서 아들에게 미치는 아빠로서의 행동이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 되고 있다. 아마도 책의 전개가 달라지면 또 다른 측면에서 삶을 되돌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하루에, 또는 일주일에, 한 달에, 1년에 자신의 행동을 돌이켜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