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던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가고 이 땅의 청소년들은 무한 경쟁 속에 내던져져서 마음과 정신과 영혼의 성장은 돌보지 못한 채 온전하게 꿈을 꾸지도 못하고 혼돈의 시간을 헤매고 있습니다. 인디고 서원은 꿈꾸는 청소년들을 길러낼 것입니다.”
이 취지로 2004년 8월 28일에 설립된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인 인디고 서원이 21년이 되었다. 축하할 일이다. 청소년들의 내적 성장의 자양분이 되는 좋은 책들을 선별해 놓은 작은 책방은 21년 세월 동안 청소년들을 위한 진정한 삶의 동반자 같은 곳이었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 작은 골목길에 있는 서원은 백로(白露)가 지났지만, 여전히 여름이다. 입구에는 토실한 올리브 열매와 주황빛 능소화가 나를 반겼다. 인디고 서원의 작은 중정(中庭)에는 건물 높이만큼 뻗은 은행나무가 청소년들의 생명력과 성장을 표출하는 듯 멋스럽다.
인디고 서원 1층은 어린이, 2층은 청소년, 일반인 대상의 오직 인문학책들만 판매한다. 초록빛으로 물든 서가에는 문학 역사·사회 철학 예술 교육 생태·환경 등 6가지로 분류한 서적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이 달의 추천도서는 ‘호의에 대하여’ ‘디어 올리버’ ‘AI시대, 인간의 경쟁력’ 등이다.
서원은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청소년 인문 토론의 장인 ‘정세청세’, 한 달에 한 번씩 여는 ‘인디고 열두 달’, 수요시민 인문학, 청년들의 저녁 식사 등 인문학적 소양을 고취하는 다양한 활동도 진행한다.
“행복한 나날의 일이 없이는 행복이란 불가능한 것이다”라는 영국 사상가 윌리엄 모리스 말처럼, 일상의 행복을 만들기 위해 고민한 흔적들이 서원 곳곳에 스며있다. 2006년부터 청소년이 직접 만드는 인문교양지 ‘INDIGO+ing’에는 독서와 토론을 통해 형성된 고민과 생각들을 청소년의 시각에서 진솔하게 담고 있다. ‘많은 세상을 보고 더 열린 세상을 보고 그래서 꿈을 꾸게 되는 곳’, 청년들의 삶과 정신에 희망을 더하는 마음이 서원에 가득 풍겼다.
청소년을 위한 서점이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인문학의 본질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건강한 책 읽기 문화를 만들어 가는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시대일수록 인간이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인성지능(HI)’이 필요합니다.” 윤홍식 홍익학당 대표가 던진 이 한마디에 AI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인문학을 풀어가고 배워가는 과정이 매우 중요함을 알리고 있다. 인디고 서원이야말로 AI 시대에 필요한 지속 가능성을 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