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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보리 Jul 04. 2020

타인에게 당신의 친절을 강요하지 마세요

과잉친절에 대하여


직장  2년 차인 정민은 막 입사한 수현과 친해지고 싶었다. 성격도 쿨해 보이고 자기 주관이 뚜렷해 보이는 사람이어서였다. 수현이 막  입사했기 때문에 선배로서 업무의 팁 등을 알려주고 점심시간 식사도 함께 하며 수현이 회사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났고 하루는 수현이 정민에게 제안을 했다.



'점심시간에 좀 개인적인 시간을 갖고 싶은데,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는 식사를 따로 하는 게 어떨까요?'



정민은  수현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고민이 들었다. 혹시 수현이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는 걸까? 아니면 자신이  모르는 새에 수현에게 무언가 잘못을 한 걸까? 이런저런 생각 끝에 수현을 더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민은 수현에게 커피도  사주고, 밥도 사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현은 어딘지 모르게 점점 더 웃음을 잃어갔다. 정민은 화가 났다. 자신이 수현을 위해  일도 도와주고, 커피, 밥도 사주는데 수현은 왜 어두운 표정만 짓고 있는 것인지.



'수현씨, 너무 하시네요. 수현씨가 회사 적응에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신경도 더 쓰고, 밥도 사주고 하는데 왜 고마워하지 않고 더 멀어지는 느낌이 드는 거죠?'



정민의 말에 수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은 마치 내 상황을 정말 모르겠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선배, 제가 원하는 건 이런 게 아니에요. 저는 밥을 사달라고 한 적도 없고 일을 도와달라고 한 적도 없어요. 선배야말로 제가 요청하지 않은 일을 왜 먼저 해서 제가 할 말이 없게 만드는지 모르겠어요. 너무 눈치가 보여요.'


'저는 눈치 보라고 한 행동들이 아니에요. 진심으로 수현 씨를 걱정하는 마음이라고요!'


'저는 점심시간만이라도 저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요. 하루 종일 함께 일하는 9시에서 6시 사이에서 한 시간만 개인 시간을 갖자고 하는 게 그렇게 화가 나고 어려운 일인가요?'


'그래서 제가 노력하잖아요. 수현씨 불편해하지 않게.'


'저는  개인 시간을 갖고 싶을 뿐이라고 말씀드렸어요. 그런데 선배는 전보다 더 과한 친절을 베풀고 있고요. 정작 제가 원하는 것은  들어주지 않는데 제가 고마워해야 할 이유가 있나요? 선배 마음 편하자고 베푼 친절을 저에게 강요하지 말아주세요. 정말 불편해요.'






정민은 과연 수현을 이해했을까? 아니다. 


정민은 수현이 자신의 친절을 다 받아 먹었으면서 왜 이제 와서 불편하다고 하는지, 자신의 친절이 이용당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자신의 친절이 고맙지가 않다니, 쿨한 사람이 아니라 그냥 진짜 차가운 사람이었다.


수현은  고집스레 자신의 기준으로만 친절을 베푸는 정민 때문에 더 불편함만 늘어났다. 수현이 원하는 건 단 한 가지였는데 말이다. 왜  그것만 쏙 빼놓고 자신이 멋대로 계산해 놓고, 일처리를 해놓고 고마워하라고 강요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적어도  정민이 수현에게 친절을 베풀 때 이 밥은 내가 사도되는지, 일하는데 막혀서 내 도움은 필요 없는지 먼저 물어봤었다면 정민은  수현을 위해 더 노력하지 않아도 됐을 일이다. 수현은 정말 정민의 도움이 필요할 때 구조요청을 보내고 그때 정민이 나타나 해결해  줬다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동료가 아닐까.


이후 정민과 수현은 어떻게 되었을지는 읽는 이들의 상상에 맡기도록 하겠다.






사람마다  각자의 성향이 있다.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이것은 다른 것이지  후자가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종종 후자의 특성을 가진 사람을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해 불쌍한 사람이라고 외롭겠다고 단정짓고는  요구하지도 않은 친절을 베푸는 경우를 보게 된다. 


친절을  받는 사람은 처음에는 고마운 마음으로 그 사람의 친절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어느 순간 선을 넘기 시작하면 불쾌함으로 다가온다.  원하지도 않는 것을 주고는 고마워하라고 강요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친절을 멈추라고 하면 되려 상대를 차갑고 냉정한 사람이라고  하기도 한다. 


타인을 자신의 잣대로 판단하지 말자. 서로 다른 사람이고 저런 성향의 사람이며 아주 약간 당신이 나를 필요로 하면 나는 언제든지 당신을 도와줄 수 있음 정도만 보여주자. 자신이 보기에 불편하다고 타인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친절을 베푸는 무례함을 저지르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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