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빛 자카란다 꽃으로 가득한 로스앤젤레스의 봄

by 평범한 일상

캘리포니아 LA 정착기 첫번째 글을 올린게 벌써 3년 전 일이네요. 그 후로 단 한 개의 글도 올리지 못 하리라고는 정말 예상치 못했는데, 어쨌든 그렇게 시간은 흘러버렸고 전 이미 한국에 귀국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첫 글을 올린지 3년이 지났음에도 1년 반이라는 짧은 기간이나마 미국에서 거주했던 경험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은 마음만 여전히 남아있어, 소소하게라도 글을 이어가 볼까 합니다. 이번 글의 주요 소재는 LA에 도착해서 처음 보고 무척 인상깊었던 보라빛 자카란다 꽃입니다. LA에 도착했을 때가 5월이었는데, 거리 및 공원 여기저기에 보라색 꽃이 만발해 있어 저건 무슨 꽃이지 싶었는데, 처음 보는 꽃인데도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나중에야 그 꽃의 이름이 자카란다라는 걸 알게 되었고, 딸아이와 함께 디즈니 애니메이션 '엔칸토'를 보다가 가사에 자카란다가 들어가 있는 걸 보고 무척이나 반가워했던 기억도 나네요. '엔칸토'의 삽입곡 중 하나인 'What Else Can I do?'라는 노래입니다. 어떤 노래인지 한 번 감상해 보시길..


https://www.youtube.com/watch?v=bBeZSuHI4Qc




LA 다운타운의 아침 출근길 모습. 이 사진을 촬영했을 당시만 해도 내가 이렇게 삭막(?)해 보이는 도시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컸었는데, 이제는 한 때는 저 곳에 살았었구나 하는 그리움의 장소가 되었네요.


그래도 다운타운 같은 곳까지는 버스나 지하철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사진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는 것처럼 교통체증이 심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출근 피크타임 때 촬영한 사진이 아니라 직접적인 비교는 안 되겠지만요.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LA에 살면서 서울의 출퇴근시간대 수준의 교통체증은 겪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 엔데믹 전이라 지하철에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문구가 표출되어 있습니다. LA에 살기 전에는 LA는 대중교통이 불편해서 자동차가 필수라는 얘기를 듣고, 이 곳에는 지하철은 안 다니나 보다 생각했었는데, LA에도 지하철이 있긴 있습니다. 그것도 꽤 여러 라인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하철을 타다 보면 저렇게 예상치 못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거죠. 다양한 컨셉의 노숙자들이 지하철 여기저기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제 잠에서 깨어날 시간인가 봅니다. 사실 지하철 뿐만 아니라 버스에서도 노숙자들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담배를 피는 사람들도 있고, 엄청난 악취를 풍기는 사람들도 있고...아무튼 LA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나름대로의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여행을 계획하려면 대중교통은 그냥 선택지에 없다고 생각하시는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자동차를 구매하기 전이어서 어쩔 수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앞으로 다니게 될 학교에 잠시 일처리를 하러 왔는데, 캠퍼스가 보라색 꽃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이 때만 해도 무슨 꽃인지도 모르고 '와, 예쁘다'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나무도 엄청 커서 꽃이 만발하면 정말 볼만하더라구요. 자카란다 나무가 우거져 있는 곳이라면 앞에서 감상하셨던 '엔칸토'에서 자카란다가 만발한 배경처럼 보이겠죠?



아마도 졸업사진을 촬영하는 시즌이었나 봅니다. 캠퍼스에 졸업 가운을 입고 사진 촬영 중인 학생들이 많이 보이더라구요. 저도 곧 다니게 될 학교를 처음 방문하니 기분이 싱숭생숭 하더라구요. 워낙 오랜만에 학교를 다니게 된 터라서요. 이 나이에 다시 공부를 하게 될 줄이야!!



처리해야 할 일을 마치고, 다시 버스를 타고 렌트할 아파트로 향했습니다. 한국에서 미리 가계약을 하고 와서 직접 집을 확인해야 했거든요. 어차피 예산의 제약으로 인해 선택의 폭이 넓지는 않은 상태였지만요.



가계약을 한 곳은 '파크 라 브레아'라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였습니다. 이 곳에도 자카란다 꽃이 잔뜩 피어 있었습니다.



이미 자카란다 꽃의 강렬한 아름다움에 현혹이 된 상태였던 터라, 자카란다 꽃이 만발한 아파트 단지의 모습을 마주하니, 이 곳에서 살게 될 것 같다는 강한 확신이 듭니다.



'파크 라 브레아' 아파트는 우리나라의 아파트와 같은 '타워형 유닛'과 단독주택과 유사한 '가든형 유닛' 2가지 타입의 집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위 사진에 보이는 곳이 타워형입니다.



이 곳은 가든형 유닛. 사실 언제 또 단독주택에 살아보겠냐 싶어서 '가든형 유닛'을 선택할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는데, '가든형 유닛'의 경우 공용 세탁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결국은 '타워형 유닛'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라 공용 세탁실에서 여러 사람과 마주치는 것도 조심스러웠거든요.



결국은 최종적으로 가계약했던 최저가 타워형 유닛을 렌트하기로 결정하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미국에서 살 곳을 결정하고 나니 이제야 조금 안정감이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LA 다운타운. 숙소로 바로 들어가기에는 애매한 시간이라 숙소 주변을 조금 돌아다녔습니다.



LA 다운타운은 생각보다 치안이 좋지 않기로 유명해서 낮에는 그나마 사람들이 돌아다니지만, 밤에는 함부로 돌아다닐 수 없습니다. 한낮에도 칼부림 사건이 발생하기도 할 정도니까요. 가끔 한국에서도 LA 다운타운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사고 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 곳 인근에서 트럼프의 불법체류자 억류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기도 하구요.



걷다 보니 어느새 LA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는 LA 인터컨티넨탈에 도착했습니다.



깔끔해 보이는 LA 인터컨티넨탈 호텔 입구.



자동차 구매 등 해야 하는 일들이 아직도 많이 쌓여있었지만, 하루 사이에 초긴장 상태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학교, 집을 왔다갔다 하며 일처리를 하고 나니 지쳐서 그냥 다 미루고 싶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배를 채우면 좀 괜찮아질까 싶어서 저와 같은 처지의 친구를 불러내 LA 한인타운으로 이동해 유명하다는 북창동 순두부(BCD)를 찾았습니다. ㅎㅎ 순두부 1인분에 15달러라니...여기에 팁까지 줘야 하는 걸 감안하면 정말 엄청 비싼 가격입니다. 이게 3년 전 가격이었는데, 아마 지금은 가격이 더 인상되었을 겁니다. 미국의 물가에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기분 전환 겸 순두부 한 그릇씩 시켜서 먹기로 결정!



반찬도 꽤 푸짐하게 나오는 편입니다.



한국의 순두부 맛집에서 먹는 맛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맛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기분 전환이 되는 수준입니다. 한 그릇 뚝딱 비우고 나니 하루 동안 쌓인 긴장감도 사르르 사라지는 기분이었습니다. ㅎㅎ LA에 현지에 사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LA에 방문한 관광객들도 자주 찾는 식당 중 하나이니 LA 여행을 가시는 분들은 기회가 되신다면 한 번 들러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지점이 2개라는 점 참고 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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