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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말랭 Nov 02. 2024

까만 눈동자 속 그대 눈빛은


까만 눈동자 속 그대 눈빛은 어딘지 알 수 없다.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지만 묘하게 다른 곳을 보고 있는 느낌. 아니 또 나를 보면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으려나. 허나 나는 실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해한다. 나를 만나기 전 그대 눈은 나 없는 다른 풍경을 보고 내가 모르는 것들을 보면서 느끼고 살아왔을 텐데. 내가 앞에 있는데 뭐가 서운할까. 다 안다. 그는 나를 보고 있지만 동시에 다른 일들을 유념하고 있다는 걸. 그리고 나 또한 그렇기에.


"무슨 생각하고 있네. 뭐 있어?"


바라보고 있으면 느껴지는 온전한 그 눈빛에 대해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사람은 거짓말할 수 없다. 아니 다시 말하면 사람은 거짓말할 수 있지만 눈빛은 거짓말하지 못한다. 슬프면 슬픈 대로, 걱정하면 걱정하는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다 드러난다. 아무리 칠흑 같은 새까만 눈동자라도 빛은 속이지 못한다. 새까만 도화지에 하얀 물감 하나 떨어지면 그게 얼마나 거슬리는지. 무얼 의미하는지 알아야겠으니까 물어보는 거다. 그러면서 우리는 엉킨 실타래를 풀어나간다. 각자의 고민, 사정, 노력을 떨어뜨린 실타래가 멈추는 줄 모르고 데굴데굴 굴러가듯이 그렇게 속내를 털어놓는다. 덕분에 우리의 입은 쉴 세 없다. 커다란 실타래가 조그마해질 때까지 모두 풀려 없어질 때까지 대화는 계속된다. 모두 풀리고 나면 고마움과 감사함, 따스함과 위로의 스웨터가 하나 짜여 있다. 서로에게 입혀주고 토닥여준다. 까만 눈동자 속 그대 눈빛은 누구는 그냥 지나칠지 몰라도 누군가는 안다. 그 행성 같은 동그란 눈동자 속의 점을.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는 이렇게 점점 닮아갈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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