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통한 부모교육의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다
서울문화재단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는 부모의 긍정적 자기 이해와 자아 존중을 도와 건강한 가족문화 형성에 기여하고자, 국내 최초로 예술을 통한 부모교육 ‘예술로 부모플러스’ 사업을 2017년 선보였다. 서울문화재단 예술가교사(TA)의 깊이 있는 통합예술교육을 통해 일상의 잔잔한 변화를 이끌며 좋은 반응을 얻은 이 프로그램은 2018년 5월, 7~9세 자녀를 둔 엄마들을 대상으로 하는 <아트, 맘을 두드리다>로 재시동을 걸었다. 육아에 함몰되어 있던 엄마들이 예술로 자아를 성찰하고 자녀와 함께하는 예술체험을 통해 자녀를 이해하고 소통하도록 기획된 이 프로그램은 지난 7월 7일 8주 여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마지막 교육이 끝난 후, 예술가교사와 엄마들은 한자리에 모여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프로그램이 가져온 변화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 나눴다.
※ 2018년 <예술로 부모플러스>는 ‘어머니 예술학교’를 시작으로, 아이와 예술로 즐겁게 노는 방법을 알려주는 ‘아버지 예술학교’, 서울 지역 초등학교, 기업체 등을 직접 방문해 진행하는 ‘찾아가는 부모예술학교’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은미 예술로 부모플러스 <아트, 맘을 두드리다>를 진행하면서 매 시간마다 “잘해봅시다”라고 인사했는데요. 여러분들에게 ‘잘한다’는 건 어떤 의미였나요?
정주희 살아오면서 잘한다는 건 결과물이 좋은 거라 생각했는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나서는 관점이 바뀌었어요. 잘한다는 건 ‘즐거운 것’이에요.
이은정 저에게 잘해본다는 건 ‘지금 이 순간을 재미있게 즐겨보자’입니다.
권나희 저에게는 잡생각을 하지 않고 그 시간에 충실해서 몰입하자는 의미였어요.
이은미 일상의 많은 일과 생각을 털어내고 이곳에서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지금까지는 누군가의 엄마, 딸, 아내 등 역할이 너무 많았잖아요. 이 프로그램은 다양한 역할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만나는 시간으로 구성됐어요. 이 공간에서만큼은 ‘나’로 만나길 바랐는데 그게 가능했는지 궁금해요.
이은정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보통 나의 과거와 현재를 심리학으로 풀어내는데, 예술로 풀어내는 것이 신선했어요.
이은미 혹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나요?
이은정 처음에는 ‘이런 걸 어떻게 하나’ 했는데, 선생님들이 잘 이끌어주시고 옆에서 힌트를 주셔서 많은 도움이 됐어요.
최아영 다들 용기를 많이 내신 것 같아요. 마음속으로는 ‘어떻게 하지’ 하면서도, 한 번 풍덩 뛰어들어보는 듯한 용기가 보였어요.
이은미 어머님들의 첫 질문은 항상 ‘어떻게 하지?’였어요. 우리가 살면서 많이 하는 질문인데, 차이는 고민에 그치지 않고 어떤 방법으로라도 계속해보는 것에 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하지?’를 실행에 옮긴 과정이 궁금해요.
유정민 저는 시각예술을 전공했지만 연극이나 무용 같은 다른 예술언어는 어색해서 손 하나 뻗기도 쑥스러울 때가 있어요. 참여하신 분들도 그랬을 것 같아요.
이소영 살면서 해보지 않았던 ‘몸으로 표현하기’를 하려니 너무 힘들었어요. 아이와 소통하고 더 나은 관계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왔는데요. 자꾸 몸을 움직이라고 하고, 그림을 그리라고 하니까 처음에는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못하겠다고 했어요. (웃음) 개인적으로 낯도 많이 가리는 편이고요. 다현이도 저랑 비슷해서 만들고 표현하는 건 잘하는데, 몸으로 뭘 하라고 하니까 싫어하는 게 보이더라고요.
유정민 자기 자신에게 좀 더 편한 예술언어가 있는 것 같아요.
이소영 맞아요. 저는 몸을 움직이는 게 어색한데 다들 똑같이 해야 하나 생각했어요.
이은미 저희도 늘 고민하는 지점인데요. 낯설고 불편하다고 해서 그 장르를 안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어떻게든 최대한 덜 부담스럽고 어색하지 않게 하려고 해요.
이소영 첫 시간에 움직임을 한 다음, 책을 읽고 무언가를 만들면서 마음이 편해졌어요. 집에 갈 때마다 ‘그래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어디에서 이런 경험을 해보겠어요.
정주희 저는 반대로 만들기보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편했어요. 소위 ‘금손’과 ‘똥손’이라고 하잖아요. 저희 아이도 저랑 비슷하더라고요. 평상시에 끈기가 없고 만들기를 못하는 아이의 모습에 화가 났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그렇더라고요. (웃음) 결과물이 생각처럼 나오지 않았을 때 아이가 느꼈을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고요. 아이와 같이 인내하면서 무언가를 만들고 결과물이 나오니까, ‘내가 싫어하고 잘 못하는 영역도 막상 해보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아영 수업 중에 나희 님이 “수빈이가 나랑 너무 달라서 안 맞는 것 같다”고 한 얘기가 인상 깊었어요.
권나희 사실 저랑 저희 엄마도 성향이 달라요. 수빈이를 키우면서 아이와 저도 굉장히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저와 닮은 모습은 인지하지 못하고 아빠랑 닮은 모습, 다른 모습만 인지하고 살았어요. 그동안은 너무 달라서 부딪힌다고 생각했거든요. 요즘은 아이가 반항기에 접어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저도 힘들고 아이도 불만이 쌓이는 거예요. 조금이라도 어릴 때 친해지자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했거든요. 하면서 ‘얘가 나랑 비슷하구나, 역시 내 딸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가 나와 많이 닮았다는 사실이 와 닿았어요.
유정민 각자 작업한 후에 만났는데, 나희 님과 수빈이의 작품이 비슷해서 신기했어요.
권나희 개인적으로 여기 와서 이런 작업을 해보면서 제가 이런 것들을 하고 싶었고 좋아한다는 걸 느끼게 되었어요. 그동안은 애 낳고 키우느라 바빴고요. 아이를 수업에 보내기는 했지만 제가 이런 수업을 듣지는 않았거든요.
유정민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예술가처럼 자신만의 상상력, 창조적인 에너지를 어딘가에 갖고 있지만 일상에서 발현할 기회가 많지 않아요. 내 안의 에너지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이은미 첫 번째 수업에서는 테이프와 수건을 드리면서 이걸로 놀아보자고 했고요. 네 번째 시간에도 일상의 사물을 다르게 바라보라고 계속해서 부탁드렸는데요. 낯설게 보기와 새롭게 받아들이는 과정은 어떠셨나요?
이소영 저는 보수적이고 누가 가르쳐주면 그대로 수용하는 편이었는데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아이랑 이렇게도 놀아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둘째가 저를 힘들게 할 때 다현이에게 “‘행복한 고민상담소’(6차시 수업) 선생님!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죠?”라고 물어보면, 다현이가 상담해주면서 분위기가 전환되었고요. 다현이가 만든 ‘알림이’(7차시 수업)를 활용해서, “알림아, 너 다현이에게 가야겠다. 다현이가 씻을 생각을 안 하네”라고 했어요. 평상시처럼 말하면 잔소리로 들렸을 텐데 다현이도 그냥 “으이구” 하면서 씻으러 가더라고요.
이은미 그렇게 시도해본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소영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경직되어 있던 마음이 조금 말랑말랑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정말 별거 아닌 것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되었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있는 것처럼 가정하는 생각의 전환이 가능해졌어요.
유정민 TA들은 일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좀 더 예술적인 시선과 감각으로 바라볼 때 평소와 어떻게 다르게 다가올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프로그램을 준비했거든요.
이소영 음악을 들을 때도 “다현아, 우리 해봤잖아. 느껴봐” 하고 대화하는 거죠.
이은미 지금까지 음악은 귀로 듣는 것이었는데 느껴보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저는 대단한 변화라고 생각해요.
최아영 엄마가 직접 할 수 없어도 그것을 발견해주고 아이에게서 이끌어내는 말 한 마디를 해주는 것이 중요해요. 작지만 시작된 것이 큰 변화 같아요.
이은미 그런 이야기를 해주고 아이가 어떻게 반응하고 표현하는지 계속 관심 있게 지켜봐주는 것이 아이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유정민 총 8주간의 프로그램에서 앞의 4주는 아이와 엄마가 따로 하고 뒤의 4주는 같이했는데요. 두 과정이 어떻게 달랐는지 궁금해요. 아이들과 함께한 예술작업은 어떠셨나요?
이은미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엄마들이 과연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저희에게 내줄지 걱정했거든요. 엄마만을 위한 4주의 시간이 어떻게 받아들여졌나요?
권나희 위로가 되었어요. 솔직히 살림하면 나를 돌아볼 시간이 없어요. 집안일하고 가족들 뒷바라지하다 보면 하루가 가고, 자고 일어나면 똑같은 일상이 이어져요. 그렇게 살다 보니 내가 없는 거예요. 엄마, 아내로 살면서 내가 없는 삶을 살아왔는데, 이 시간을 통해서 나를 찾은 것 같아요. ‘내가 이걸 좋아했구나, 이걸 할 때 행복하구나, 내가 그래서 그랬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이은미 저희가 찍은 사진 중에 예리와 은정 님이 한 곳을 바라보는 사진이 있어요. 우리는 아이가 무언가를 할 때 항상 아이를 쳐다보고 있거든요. 이런 관계도 필요하지만 아이와 엄마가 동등한 인간으로서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각자의 생각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서로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는 관계도 필요해요. 아마 나희 님도 아이와 계속 껌딱지처럼 붙어 있다가 아이와 같은 입장에서 무언가를 하면서 나를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최아영 ‘모드 전환’이라고 하잖아요. 저 또한 누군가의 딸이고, 어느 곳에서는 막내고 어느 곳에서는 팀의 리더이고, 누군가의 부인이에요. 순식간에 전환되지 않으면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거나 온전히 뛰어들어서 그 역할을 만족스럽게 해내기 힘들어요. 만약 책임져야 할 아이가 있다면 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런 일상이 반복되면 나를 잊게 돼요. 처음에는 ‘나’로 전환하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토요일 아침 허둥지둥 준비하고 여기에 와서 일상에서 벗어나 이 시간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많은 용기를 내야 했을 거예요. 저는 앞의 4주 동안 조금씩 변하는 게 느껴졌어요.
이은미 엄마의 모습이나 표현에 아이가 시선을 주고 미소 짓고 집중하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요?
유정민 일상 속에서 쉽게 보지 못했던 엄마의 모습이라, 한 명의 예술가를 보듯 바라봤을 것 같아요.
이은미 아이들은 정말 엄마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보고 닮고 배워가잖아요. 100마디 말보다 엄마가 행복하고 기뻐하는 순간을 보여주는 것이 아이에게 최고의 선물 아닐까요. 8주 프로그램에는 움직임, 이야기, 상상, 변형, 낯설게 보기, 시각적 표현과 같은 각기 다른 예술언어가 들어가 있어요. 예술의 힘이 무엇이기에 처음 만난 사람들을 지켜보게 만들고 웃게 하는 걸까요?
이은정 마음을 부드럽게 해주는 것 같아요.
권나희 밴드 같아요. 아픈 곳을 위로해주는.
안일경 저는 이런 감성이 정말 부족하다는 걸 느꼈어요. 아이와 함께하는 4주가 없었다면 신청도 안 했을 거예요. 예술이 무엇인지 물어보시는데 저는 아직도 어려워요. 종이테이프처럼 별거 아닌 것 가지고도 놀 수 있다는 걸 알았는데 아직 생활에서 실천하지는 못했어요. 잘하지 못하더라도 한 번 해보는 것에 의의를 두었고요.
정주희 저는 선생님들에게서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사랑, 진심이 느껴져서 좋았어요. 아이들에 대한 마음이 특별한 것 같아요.
이은미 예술가교사라는 직업, 교육적 가치관과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아이들을 (성인과 똑같은) 한 명의 인격체로 대해요. 수업할 때도 아이들에게 물어보고, 아이들의 생각을 제가 가진 방법과 어떻게 연결할지 늘 고민해요. 그래서 수업을 시작할 때 이 수업의 주인공은 선생님이 아니라 너희들이어야 한다고 말해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얘기하고 제안하면 저는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상 함께 만들어요. 그런 경험이 반복되면 서로 간에 믿음이 쌓이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격체로 인정하는 거예요.
유정민 저는 처음 만난 아이들도 100% 신뢰하고 마음을 열고 들어가요. 믿음을 장착하면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보여도 수용이 돼요. 아무리 어려도 성인을 만나듯이 똑같이 해요. 아이의 생각이나 표현과 반응을 먼저 존중해주면 아이도 그걸 느끼는 순간 솔직해지더라고요.
최아영 저는 제 친구를 만나는 느낌으로 아이를 만나려고 노력해요. 학교로 수업을 가면 일주일에 한 번, 6주 정도 아이들을 만나요. 어떻게 보면 짧은 시간인데, 아이들은 곧잘 속마음을 얘기해요. 이 시간만큼은 저 사람을 믿고 얘기해도 되겠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를 갑자기 해서 당황할 때도 있어요. 속으로는 놀라면서도 그때 마음이 어땠는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물으면 아이들은 답을 이미 알고 있어요. 질문을 통
대담해서 아이들과 조금씩 대화하다 보면 아이들은 스스로 해소해요. 제 역할은 한 번 더 들여다보고, 질문해주는 정도인 것 같아요.
권나희 저도 수빈이에게 그렇게 해줘야겠어요. 첫 수업 끝날 때 이은미 선생님의 “나희 님이 제 마음에 들어왔어요”라는 한 마디는 제가 여기 와서 무엇을 어떻게 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였어요. 사실 저는 소심한 편인데 선생님이 쓰윽 던진 말에 한 걸음 더 나아가 뛰어다니게 되었죠.
유정민 상대방에게 솔직한 감정이나 생각을 마음껏 표현해도 된다는 자유를 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은미 여기에 더하고 싶은 건, ‘잘하지 못해도 상관없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라는 말이에요.
이은정 제가 무엇을 해도 지적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고 자유롭게 움직였던 것 같아요.
이은미 그런 믿음과 태도를 보여주면 아이들은 쑥쑥 자라요. 엄마가 원하는 것을 아이에게 알려주면 좋겠어요. 엄마도 이런 건 좋고, 이런 건 속상하다고 계속 얘기해야 해요. 안 그러면 아이들은 몰라요. 내가 세상의 중심인 아이들이 주변 사람을 살펴볼 수 있게 길을 내주는 것은 부모의 몫이에요.
유정민 예술로 부모플러스에 참여하기 전에도 아이들과 함께 예술작업을 해본 적이 있나요?
이은정 집에 비닐을 깔아놓고 온몸으로 물감을 가지고 그려본 적은 있어요. 첫째, 둘째랑은 체험활동을 많이 했는데, 셋째는 터울이 있다 보니 둘만의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하고 다양한 경험을 못한 것 같아 이 프로그램에 신청했어요.
이은미 여기 계신 분들은 이 프로그램에 문을 두드리면서 시작한 것 같아요. 어머님들의 생활이 갑자기 확 달라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생활하면서 아이가 하는 말이 새롭게 다가온다거나, 째깍째깍 가는 시계가 새롭게 보이는 순간이 올 거예요. 오늘 수고한 나의 몸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만져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몸의 감각을 깨워주는 것. 한 번 경험했으니 순간순간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또 이런 기회가 있다면 어떤 수업을 해보고 싶으세요?
이은정 몸으로 표현하고 움직이는 거요. 전에는 이런 생각조차 못했는데, 제가 이렇게 대답할 줄 몰랐어요. (웃음)
권나희 저는 수업 횟수가 많으면 좋겠어요.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이제 이런 경험을 해보았잖아요. 일상생활에서는 엄두도 못 냈는데, 여기 와서 표현해보면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것 같아요. 집에 있으면 밥하고 빨래하지, 만들기를 하지는 않죠.
유정민 어떤 점에서 ‘나를 표현하기’를 계속하고 싶으세요?
권나희 집중하면서 즐겁게 몰입하는 순간이 있었어요. 그냥 놀다가는 느낌인데 무언가가 나오는 데서 오는 만족감이요.
정주희 이제 맛을 한 번 봤다면, 깊게 들어가는 수업이 있으면 좋겠어요.
최아영 저희 엄마는 전업주부셨는데, 모든 것들을 가족에게 맞추셨거든요. 엄마도 사람이고 여자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어요. 예전에는 엄마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몰랐어요. 요즘은 시대도 자라온 환경도 다르니, 엄마들도 자신을 드러내고 스스로를 아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정민 생김새도 살아온 환경도 다르지만 각자만의 고유한 색깔이 있는 것 같아요. 장점을 살리고 그 색깔을 돋보이게 하면서 살면 좋겠어요. 내 색깔을 조금씩 잃어가면서 주어진 환경에 맞춰서 살아가다 보니, 문득 ‘나는 뭐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내 색깔을 갖고 있어야 주변과의 관계도 잘 맺을 수 있어요. 8번의 시간을 함께하면서 어머님 한 분 한 분 모두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낯선 예술의 언어 속을 헤엄치면서 각자의 속도에 맞춰 무언가를 발견해가는 모습이 모두 특별하게 느껴졌고, 응원해드리고 싶어요.
최아영 어머님들이 예술을 탐험하고 예술과 반응하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저희에게도 힐링이었어요.
이은미 저희는 평상시에 소모된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데, 이 수업은 오히려 채워간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권나희 저에게는 일주일을 살아갈 원동력을 얻는 시간이었어요.
이은미 나희 님께서 이 시간을 의미 있고 중요한 일로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과정을 의미 있게 생각하고 만남을 소중하게 생각하도록만드는 것이 예술의 힘이에요.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에서 예술로 부모플러스 같은 사업을 만들어주신 것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소수의 인원을 위해 이런 프로그램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감사합니다.
이은미 서울문화재단 연극TA
부모도 미적 체험을 경험해야 예술의 힘을 알 것이고, 그 힘으로 아이와 소통하고 이해하는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때문에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 또한 소통이었어요. 잊고 있던 나를 깨우고 알아가는 자신과의 소통, 그리고 아이와의 소통. 이 소통의 언어가 예술인 거죠. 부모가 아이를 돌봐야 하는 관계에서 떨어져 나와, 서로를 한 사람의 예술가로 바라본다는 게 중요한 지점이었어요. 예술은 정답이 없고 나이, 성별, 역할을 초월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유정민 서울문화재단 시각TA
재단에서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미적 체험 예술교육을 진행한 건 처음이에요. 강의식으로 이루어지는 기존의 부모교육은 방법론이나 생활의 팁을 알려주는 데 그치는 한계가 있어요. 이 프로그램은 예술을 통해 부모 스스로 삶에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역량과 에너지를 찾도록 한다는 게 중요한 취지였어요. 부모와 아이가 일상의 소재로 만든 창작물을 통해 서로를 들여다보는 거죠. 예술가가 되어 각자의 생각과 느낌을 창작물로 만들어내면 그것을 통해 서로 소통할 수 있거든요.
최아영 서울문화재단 무용TA
사람에게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어요. 터치만 안 해줬을 뿐이죠. 일상에서 예술을 경험할 기회가 별로 없잖아요. 수업을 하면서 감각적으로 자극하고 일깨워주는 다리를 만들어주면 스스로 창작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활동이 가능하다는 걸 알았어요. 말을 하지 않아도 눈빛과 표정, 기운으로 부지런히 소통하는 걸 느낄 수 있으니까요. 모두 예술가가 되어 감각적으로 소통하는 거죠. 엄마들에게 이런 예술적 소통이 딱 필요한 시기였던 것 같아요. 엄마를 ‘나’로 돌려놓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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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전민정(객원 편집위원), 방유경(서울문화재단 미디어팀)
사진 서울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