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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털 마지막 투자 절차 - 투심의와 투자 집행

실무자가 전하는 실전 조언

by Luke Chun

VC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은 길고도 치밀한 마라톤입니다. 이제 드디어 마지막 두 단계, 즉 6단계 ‘투자 심의’와 7단계 ‘투자 집행’ 단계만을 남겨두고 있다면, 투자 유치의 성공까지 거의 다 온 셈입니다. 하지만 끝이 보인다고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이 글에서는 스타트업 투자 프로세스의 최종 관문인 투자 심의(투자심의위원회)와 투자 집행(계약 체결 및 자금 납입) 단계에서 무엇이 진행되는지, 창업자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주의할 점과 실전 팁을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스타트업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친근하면서도 깊이 있는 조언들인 만큼, 투자 유치를 준비 중인 창업자 분들께 현실적인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VC 투자 유치 전체 8단계 초기 검토부터 예비심사, IR미팅, 실사, 조건 협상, 투자 심의, 투자 집행, 사후 관리의 단계로 나눠져 있으며 이번글은 6단계 투심의와 7단계 투자 집행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6단계: 투자 심의 – 최종 의사결정의 관문


(1) 단계 개요: ‘투자 심의’ 단계는 흔히 투심위(투자심의위원회)라고 불리며, VC 내부에서 최종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회의입니다. 이전 단계들(IR 발표, 실사 등)을 모두 통과한 후, VC의 투자 심사역이 내부 의사결정권자들에게 해당 투자 건을 정식으로 상정하는 자리입니다. 보통 VC의 대표 파트너들과 임원들이 참석해 심사역이 작성한 투자 검토 보고서를 바탕으로 투자안을 심사하게 됩니다. 이 회의는 대개 1~2회의 예비 심의를 거친 뒤 진행되는 본 심의로, 투자 팀 내 격렬한 토론과 질의응답을 통해 투자 승인 여부를 가립니다. 투자 심의 단계까지 왔다면 투자 건은 이미 상당한 긍정 평가를 받은 상태이며, 보통 “투심위를 통과하면 투자 프로세스의 80%는 끝난 것”이라고들 합니다. 그만큼 이 심의 결과가 최종 승인을 위한 결정적 순간인 셈입니다.


(2) 주요 활동: 투자 심의에서는 투자 대상 스타트업의 모든 핵심 사항이 다시 한 번 점검됩니다. 시장 규모와 성장성, 사업 모델의 경쟁력, 핵심 팀 구성, 재무 건전성 및 법적 리스크 등 투자 결정에 중요한 쟁점들이 빠짐없이 논의됩니다. 예를 들어, 해당 스타트업의 기술 경쟁우위는 충분한지, 시장 규모가 투자에 적합한지, 대표를 포함한 핵심인력의 역량과 지분 구조는 안정적인지, 혹시 모를 소송이나 부채 등의 위험 요소는 없는지, 필요한 투자 금액이 적절하며 추가 모집이 가능한 규모인지, 향후 Exit(회수) 가능성은 있는지 그리고 예상 방법은 무엇인지, 투자 구조와 기업가치(밸류에이션), 계약 조건은 타당한지 등 다양한 각도의 심사가 이루어집니다. 투자위원들은 각자 사전에 자료를 검토하며 준비해 온 질문과 우려 사항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이에 대해 심사역과 참석자들이 심도 있게 토론합니다. 이 과정에서 항상 핵심 쟁점 한 가지쯤은 뜨겁게 부각되는데, 어떤 경우에는 창업자의 리더십이나 지분 안정성이 최대 쟁점이 되기도 하고, 또 다른 경우에는 예상 매출처 확보나 대형 계약 성사 여부가 최대 쟁점이 되기도 합니다.

투자 심의는 이렇게 2~4시간 동안 치열한 논의로 진행되며, 최종적으로 투자의 찬반 투표나 합의로 결론이 나게 됩니다. 만약 이 심의를 통과하면 투자 승인이 확정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만, 통과하지 못하면 해당 투자 건은 최종 불발로 마무리됩니다. 말 그대로 스타트업 투자 유치 과정의 마지막 관문인 셈이지요.


(3) 창업자가 준비해야 할 것들: 이 단계에서 창업자가 할 수 있는 직접적인 활동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투자 심의는 기본적으로 VC 내부 회의이기 때문에, 창업자가 배석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창업자는 직접 회의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이 심의에서 나올만한 쟁점과 질문들에 대비한 철저한 자료 제공과 답변 준비를 미리 해두어야 합니다. 우선, IR 자료와 사업계획서를 투자 심사역과 함께 충분히 가다듬어, 투자위원들의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이 자료에 녹아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심사역을 통해 투심위 멤버들이 중점적으로 볼 부분이 무엇인지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됩니다. 예컨대 “우리 회사의 약점이 무엇으로 지적될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추가 데이터나 근거는 준비되어 있는가?” 자문해 보아야 합니다. 심사역과 긴밀히 소통하여 추가로 필요한 자료나 실사 보완자료가 있다면 빠짐없이 제출하고, 법률/재무 이슈에 대한 질의에도 대비해 두세요.

경우에 따라 일부 VC는 최종 심의에 앞서 창업자에게 직접 프레젠테이션이나 Q&A를 요청하기도 하는데, 그런 자리가 마련된다면 초기 IR 때보다 더 날카로운 질문이 나올 수 있으므로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창업자는 이 단계에서 자신이 투심위 현장에 함께하지 못한다 해도, 담당 심사역이 자신의 대변인으로서 충분히 무장할 수 있도록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논리적으로 정리해 주는 것이 가장 큰 준비 과제입니다. 또한, 이미 합의된 투자 조건(밸류에이션, 지분율 등)을 내부 이사회나 기존 주주들과 공유해 두어 내부 의사결정도 정리해 놓아야 합니다. 투심위를 통과한 후 투자 계약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스타트업 내부적으로도 해당 조건에 이견이 없어야 하므로, 미리미리 조율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4) 유의사항: 투자 심의 단계에서는 방심하거나 섣불리 안심하지 말아야 합니다. 투심위에 상정됐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지만, 완전히 결정된 것은 아니며 언제든 불확정 요소가 존재합니다. 실제로 투심위에서 예상치 못한 우려가 제기되어 투자가 보류되거나 무산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따라서 창업자는 최종 승인이 떨어질 때까지는 다른 투자 유치 활동도 계속 병행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특히 투심위 통과 전후에 시간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VC 내부 절차상 추가 검토나 승인이 더딜 경우, 투자 확정 통보가 미뤄질 수 있으므로 자금 소진 시기를 고려한 플랜 B도 머릿속에 갖고 있으세요. 한편, 투심위 핵심 쟁점으로 지목된 사항이 있다면 이를 솔직하고 정확하게 해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잘 보이려고 사실과 다르게 포장하거나 정보를 숨기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합니다. 심의 단계에서 만약 사실 관계나 수치가 틀린 것이 드러나면 신뢰가 무너져 투자 승인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투심위를 앞두고 조건을 변경하거나 욕심을 부리는 행동은 지양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미 논의된 투자 조건을 투심위 직전에 일방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아주 부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이제 와서 지분율이나 투자 금액을 크게 조정하려 하거나, VC가 요구한 조건을 갑자기 거부하면 투자자 입장에서 신뢰가 떨어져 부결될 가능성이 큽니다. 최대한 겸손하고 성실한 태도로 프로세스를 끝까지 함께 하는 것이 좋습니다.


(5) 실전 팁: 투자 심의를 성공적으로 넘기기 위해서는 사전에 보이지 않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음은 실무자의 입장에서 전하는 몇 가지 팁입니다:

심사역과 한팀이 되라: 담당 심사역은 투심위에서 스타트업을 대신해 싸워주는 챔피언입니다. 심사역과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우려 사항에 대해 함께 해결책을 고민하세요. 심사역에게 솔직하게 우리 약점을 말하고, 이를 보완할 자료나 논리를 공유하면 심사역도 투심위에서 적극적으로 설득에 나설 것입니다.

예상 Q&A 목록 만들기: 우리 사업에 대해 투심위 위원들이 질문할 법한 리스트를 작성해 보세요. 팀 역량, 경쟁사 대비 강점, 수익모델의 지속가능성, 향후 자금 계획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합니다. 답변은 장황하지 않게 핵심만 정확히 짚도록 연습해 두면 좋습니다.

기존 투자자나 멘토의 조언 활용: 이미 투자를 받은 경험이 있는 선배 창업자나 멘토에게 투심위 통과 전략을 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혹시 그들이 아는 투자사라면 내부 분위기나 성향에 대한 팁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준비 단계에서 조언자들의 피드백을 받아 IR 자료를 다듬거나 예상 질문에 대비하면 한층 완성도가 높아집니다.

최악의 질문에도 침착함 유지: 투심위에서는 때로 아주 날카롭거나 부정적인 시나리오에 대한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 시장이 붕괴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같은 극단적인 질문에도 논리적으로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답변 준비를 할 때는 비판적인 시각에서 우리 사업을 검증해보고, 불리한 가정 하에서도 준비된 대응책이 있음을 보여줄 수 있도록 연습하세요.

심의 결과에 대한 플랜도 생각: 만약 투심위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할지 가볍게나마 시나리오를 그려두세요. 통과에만 기대고 있다가 불발 시 당황하지 않도록, 다른 투자자들과 접촉을 유지하거나 사업 운영 계획을 재정비하는 대비책이 필요합니다. 물론 통과한다면 이후 일정(계약 일정, 발표 등)에 바로 착수해야 하니, 통과를 가정한 준비(예: 법무 검토 준비, PR 계획 등)도 병행하면 좋겠습니다.


투자 심의 단계를 잘 넘겼다면 이제 정말 투자금이 눈앞에 다가옵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꼼꼼히 챙겨야 할 일들이 남아있으니, 다음 투자 집행 단계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준비해야 합니다.



7단계: 투자 집행 – 계약 체결과 자금 납입, 그리고 그 이후


(1) 단계 개요: ‘투자 집행’ 단계는 투자 승인 이후 실제로 계약을 체결하고 자금을 주고받는 마무리 단계입니다. 투심위를 통과했다면 투자자는 스타트업에 투자 의향서(LOI)나 Term Sheet 등을 통해 확정 조건을 제시했을 것이고, 이후 법률 검토를 거쳐 본 계약서(투자계약서)를 체결하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 창업자는 VC와 최종 계약 조건을 확정짓고, 이에 따라 주식 발행 등의 행정절차를 수행해야 합니다. 흔히들 “계약서에 도장 찍고 돈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계약 체결부터 돈이 입금되기까지 세심한 절차와 준비가 요구됩니다. 법적 서류 검토, 조건부 조항 확인, 주식 발행 및 등기 절차, 잔금 확인 등 일련의 프로세스를 모두 완수해야 비로소 투자 유치가 완료됩니다. 투자 집행 단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은 단순히 돈을 받는 것을 넘어, 앞으로 투자자와의 파트너십의 시작을 의미하기 때문에 더욱 신중히 임해야 합니다.


(2) 주요 활동: 투자 집행 단계에서는 크게 두 가지 흐름의 활동이 이루어집니다. 첫째, 투자 계약서 작성 및 체결이고, 둘째, 투자금 납입 및 법적 절차 수행입니다. 우선 투자 계약서는 보통 투심위 통과 직후부터 VC 측 법무팀이나 변호사를 통해 초안이 전달됩니다. 이 계약서에는 투자 금액과 지분 구조, 투자자 권리(의결권, 우선주 조건 등), 보호조항(동의권/협의권 등), 대표이사의 의무, 조건부 조항(선행 조건, 리픽싱 등) 등이 상세히 명시됩니다.

스타트업은 해당 계약서 내용을 검토하고 VC와 세부 조항들에 대한 합의를 마쳐야 하지요. 주요 조건들은 앞서 term sheet 단계에서 어느 정도 합의되었다 해도, 법률 용어로 적시된 실제 계약서를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양측의 변호사나 법무팀이 몇 차례 수정과 합의 과정을 거쳐, 최종 계약서가 완성되면 계약서에 서명/날인을 합니다. 보통 창업자(대표이사)와 투자사가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나면, 투자 계약은 공식적으로 체결됩니다.

계약 체결 후에는 약정한 일정에 따라 투자금이 납입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계약서에 날인한 후 1영업일~7일 이내에 약속된 투자 금액이 스타트업 계좌로 송금됩니다. 이 때 투자금 입금 날짜를 ‘납입일’ 혹은 ‘납입기일’이라고 부르는데, 해당 일자가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회계 및 법적 관점에서 투자 유치의 효력 발생일은 계약일이 아니라 납입일이기 때문입니다. 즉, 투자자는 납입일의 다음 날부터 공식적인 신주 주주로 인정되며, 회사 입장에서도 이 날을 기준으로 자본금 증가 등 회계처리를 하게 됩니다. 따라서 계약을 맺었다고 곧바로 끝이 아니며, 약속된 납입기일에 정확히 자금이 입금되고 이를 법적으로 확인하는 절차까지 완료되어야 합니다.

투자금이 입금되면 스타트업은 곧바로 유상증자 등기 절차에 착수해야 합니다. 이는 회사의 법인 등기부에 새로운 자본금과 주주 정보를 반영하는 작업으로서, 이사회 결의 및 주주총회를 통해 신주 발행을 승인하고, 관련 서류 공증과 등기소 신고 등을 마쳐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작성되는 주요 서류로는 이사회 의사록, 주주명부, 납입금 보관 증명서(잔고증명) 등이 있습니다. 특히 잔고증명서(납입 증명서)는 투자금이 실제로 회사 계좌에 입금되었음을 은행이 확인해주는 서류인데, 납입일 당일 잔액 기준으로 발급받아야 합니다. 이런 법적 서류 절차는 투자금을 받는 당사자인 스타트업이 책임지고 진행해야 하므로, 미리 법무 담당자나 행정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준비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3) 창업자 입장에서 준비해야 할 것들: 투자 집행 단계는 법률적, 행정적 작업이 많으므로 창업자는 철저한 서류 준비와 일정 관리가 필요합니다. 먼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권장합니다. 가능하다면 스타트업을 대리해줄 스타트업 투자 계약 경험이 많은 변호사를 선임하여 계약서 검토를 진행하세요. 계약서 조항들은 전문 용어도 많고 한 문장의 해석에 따라 권리 의무가 크게 갈릴 수 있기 때문에, 경험 있는 법률 전문가의 자문이 투자 후의 분쟁을 예방해 줍니다. 창업자는 계약서의 주요 내용을 직접 이해하고 있어야 하지만, 세부 문구 조율은 가급적 전문가에게 맡기는 편이 안전합니다. 다음으로, 사전에 회사 내부 정비를 해두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주주명부 최신화, 정관(회사 정관) 수정 필요사항 확인, 기존 주주의 동의 여부 확인 등을 미리 챙겨야 합니다. 새로운 투자 유치로 회사 정관에 변경이 필요한 조항(예: 우선주 조건 추가 등)이 있다면, 계약 체결과 동시에 정관 변경 결의를 하고 공증을 받아야 하므로 내용을 숙지해 두세요. 또한 이사회 및 주주총회 개최 일정도 역산해서 계획해야 합니다. 신주 발행을 위한 이사회 결의, 필요시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야 투자금을 법적으로 수령할 수 있으므로, 투자자와 협의하여 납입일 전에 필요한 회의 일정을 모두 완료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금 납입에 대비한 금융 행정 준비도 필요합니다. 투자금이 들어올 기업 통장 계좌를 미리 점검하고, 대규모 금액 입금 시 은행에서 요구하는 절차는 없는지 확인하세요. 또한 납입 증명서 발급 방법(은행 창구 방문 또는 온라인 발급)을 사전에 알아두고, 필요한 경우 은행과 미리 협의하여 당일 발급이 원활히 되도록 준비합니다. 만약 여러 투자자들이 동시에 투자하는 라운드라면, 모든 투자자의 납입일을 동일하게 맞추는 것이 행정 부담을 줄여줍니다. 납입일이 투자사마다 다르면 각 납입일별로 별도의 등기 절차를 반복해야 하므로, 가능하면 투자사들과 조율하여 한 번에 클로징하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4) 유의사항: 투자 집행 단계에서 창업자가 특히 유의해야 할 점은 법률적 함의와 절차적 실수입니다. 첫째로, 계약서 조항 하나하나를 이해하지 못한 채 넘어가지 말아야 합니다. 종종 창업자들은 투자 유치에 급한 나머지 계약서 내용을 충분히 읽지 않고 서명해버리는 실수를 합니다. 그러나 투자 계약서에는 향후 회사 경영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조항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VC의 보호조항인 동의권/협의권에 따라 추후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 시 투자자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할 수도 있고,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경우 일정 조건 하에 투자자가 원금 상환을 요구할 권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리픽싱(anti-dilution) 조항이 있다면 향후 실적이 미달성될 때 투자자에게 더 많은 지분이 갈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특약 사항들은 협상 여지가 있긴 하지만, 스타트업이 해당 조항들의 존재 이유와 작동 방식을 정확히 알고 수용해야 합니다. 만약 창업자가 이해되지 않는 조항이 있다면 끝까지 설명을 듣고 납득한 후에 서명해야 하며,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은 협상의 여지가 있는지 논의해야 합니다. 다만 주의할 것은, VC가 매우 중시하는 기본적인 권리(예: 동의권 조항)를 계약서에서 아예 빼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이는 VC 입장에서는 투자 리스크 관리의 필수 장치이기 때문에, 이를 무리하게 제거하려 하면 투자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협상은 합리적인 수준에서 진행하되, 투자자의 신뢰를 해치지 않는 선을 지키는 것이 현명합니다.

둘째로, 투자금 납입 및 등기 과정에서의 실수를 경계해야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투자금이 입금되고 증자 등기가 완료될 때까지가 진짜 끝입니다. 이 과정에서 자주 발생하는 실수 중 하나는 투자금이 들어오자마자 흥분해서 그 돈을 바로 써버리는 것입니다. 예컨대, 자금이 막 입금되었는데 그날 당장 급한 지출이 있다고 일부를 사용해버리면, 은행 잔고 증명서에 찍히는 잔액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투자금 전액이 회사 계좌에 들어와 있는 것을 증명해야 증자 등기가 가능한데, 중간에 돈이 빠져나가 있으면 법적 서류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죠. 따라서 납입 증명서를 발급받기 전까지는 투자금에 손대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또한 잔고증명서를 발급받은 당일에는 기술적으로 해당 금액을 인출할 수 없는 제한도 있으니 계획된 지출이 있더라도 하루 정도 여유를 두고 진행하세요. 그리고 등기 절차가 완료되어 법적으로 신주가 발행되기 전까지는, 투자자가 공식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점도 인지해야 합니다. 즉, 계약을 했다고 투자자가 곧바로 이사회에 참석하거나 경영 간섭을 시작하는 것은 아니며,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까지 절차를 마쳐야 비로소 새 주주로서 활동하게 됩니다. 이 기간 동안 창업자는 필요한 서류 작업을 신속히 마무리하여 투자자에게 주주권을 원활히 부여하고, 혹시 지연이 생기면 투자자에게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투자금이 들어왔다고 방심하지 말고 오히려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합니다. 투자 집행이 끝나면 통장에 큰 금액이 찍히게 될 텐데, 이때부터는 그 돈이 투자자와 함께 써나가야 할 자본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투자 계약서에는 분명 투자금의 사용 용도나 계획에 대한 약속(Use of Proceeds)이 암묵적으로나마 깔려 있습니다. 약속했던 용도대로 자금을 집행하고, 펑펑 쓰거나 목적 외 사용을 하지 않도록 내부 통제를 갖추세요. 또한 투자자와 앞으로 맺어나갈 관계의 출발점이니만큼, 초기 자금 집행 내역이나 사업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하여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5) 실전 팁: 투자 집행 단계에서는 작은 실수가 큰 지연이나 문제를 낳을 수 있으므로, 다음 팁들을 참고하여 꼼꼼하게 대비하세요:

전문가 활용: 가능하면 스타트업 투자에 밝은 변호사나 법무 전문가를 꼭 참여시키세요. 계약서 조항 하나에도 업계 관행과 법률적 함의가 담겨 있으므로, 경험 많은 전문가가 놓치기 쉬운 부분을 집어주고 협상 포인트도 조언해줄 것입니다. 초기 비용이 들더라도 훗날 문제를 방지하는 값진 투자입니다.

체크리스트 작성: 계약 체결부터 납입, 등기까지 해야 할 일들을 체크리스트로 정리해 두세요. 예를 들면, “이사회 결의 -> 주주총회 의결(필요시) -> 계약서 날인 -> 납입일 은행 증명 -> 등기 서류 제출 -> 변경된 주주명부 공유” 등 순서를 시간순으로 나열하고 하나씩 완료해 가는 것입니다. 체크리스트를 활용하면 어떤 절차가 남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실수를 줄입니다.

조건부 조항 다시 확인: 계약서에 선행 조건(Conditions Precedent)이나 특약 조건이 있다면, 빠뜨리지 말고 이행해야 투자금 납입이 완료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인력의 채용”이나 “지적재산권 출원 완료” 같은 선행 조건이 붙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충족해야만 투자가 실행됩니다. 혹시 놓친 조건이 없는지 다시 한 번 체크하고, VC 측과 조건 이행 여부를 공유하세요.

커뮤니케이션 유지: 투자 집행 단계에서는 VC 측 담당자(심사역 또는 법무담당)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진행 상황을 업데이트하세요. 돈이 제때 들어오지 않으면 회사 입장에선 치명적이니, 송금 일정을 미리 확인하고, 입금이 예정일에 되지 않으면 즉시 문의하여 문제를 해결합니다. 반대로 스타트업 쪽 등기가 지연될 경우에도 그 사유와 새로운 일정을 투자자에게 투명하게 알려주세요. 서로 신뢰를 확인하며 마무리하는 것이 이후 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투자 유치 발표 및 보안: 투자금이 들어오고 나면 언론에 투자 유치 성공 소식을 알리거나 대외적으로 홍보할 계획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다만, 언제 발표할지는 투자자와 협의하세요. 일부 VC는 계약 체결 직후 보도자료 배포를 원하기도 하지만, 다른 일부는 납입 완료 후에 하길 선호합니다. NDA 등 비밀유지 약정 사항도 있으니, 공식 발표 전에 반드시 투자자 측과 콘텐츠를 공유하여 승인을 받는 것이 예의입니다.


이렇게 마지막 투자 집행 단계까지 세심하게 마무리하면, 공식적으로 투자 유치 프로세스 완료입니다. 축하할 일이지만 곧바로 그 다음 단계인 사후관리와 본격적인 사업 성장이 시작되니, 긴장의 끈은 이어가야겠지요.



정리 및 마무리

지금까지 VC 투자 절차의 마지막 두 단계인 ‘투자 심의’와 ‘투자 집행’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처음 투자 유치를 결심하고 투자자 접촉부터 IR, 실사, 조건 협의 등을 거쳐 이 최종 단계들에 도달하기까지 수개월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투심위와 투자 집행은 그 여정의 피날레로서, 투자 유치의 성패가 최종 결정되는 순간입니다. 이 단계들을 성공적으로 통과하려면 앞선 단계에서부터 차근차근 쌓아온 준비와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결국 VC 투자 유치 과정 전체를 전략적으로 이해하고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투자 프로세스 전반을 미리 파악하고 있다면, 창업자는 시간 계획을 주도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VC 투자는 최소 3~6개월 이상 걸리는 마라톤이므로 자금이 부족해 급한 상황에서 허둥지둥 시작하지 않도록 미리 착수해야 합니다. 또한 단계별로 Drop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기에 (투심위에서든, 계약 단계에서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마음으로 임해야 합니다. 그러니 투자 유치를 결심했다면 회사의 현금 흐름을 면밀히 파악하고, 충분한 여유를 두고 단계별로 준비하여야 낭패를 보지 않습니다.

이번 글에서 다룬 투자 심의 단계에서는 VC의 관점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보는지 이해하고, 그에 맞춰 우리 사업의 강점을 부각하고 약점을 보완하는 전략이 필요함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투자 집행 단계에서는 단순히 돈을 받는 것을 넘어서 법적 절차와 관계 관리의 중요성을 짚어보았습니다. 투심위를 통과했다고 끝이 아니고, 계약서 사인했다고 끝이 아니며, 돈이 들어왔다고 해서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닙니다. 각 단계마다 프로세스를 빈틈없이 관리하고, 창업자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해야 최종적으로 투자 유치의 결실을 안정적으로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억해야 할 것은, VC와의 관계는 투자 유치 완료와 함께 시작된다는 점입니다. 투자 유치는 목표가 아니라 새로운 파트너십의 출발점입니다. 그러므로 전체 프로세스를 거치는 동안 신뢰를 쌓고 프로답게 대응하는 것은 이후 투자자와의 협력 관계에도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VC 투자 프로세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전략적으로 준비한다면, 창업자는 자금 확보와 함께 든든한 동반자를 얻는 결과를 얻게 될 것입니다. 긴 여정 동안 고생 많았고, 앞으로 펼쳐질 성장의 단계에서도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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