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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단계별로 필요한 사람 유형

스타트업 단계별로 꼭 필요한 인적자본 (사람 유형)

by Luke Chun

이전 스타트업에 필요한 사람 3명에 대해 글을 다룬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단계별로 필요한 사람에 대해 글을 써본다. 사람이 전부이지만, 언제나 같은 사람이 전부인 건 아니다. 스타트업이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 위에서 달리는 팀’이다. 문제는, 이 불확실성은 시간이 흐르며 모습이 바뀐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누가 뭐라도 하나 먼저 만들어야 되는 상황”이었다면, 시리즈 A쯤 가면 “이걸 어떻게 다시 사람들에게 설명할까?”가 문제이고, 시리즈 B 이후에는 “이 조직을 어떻게 굴러가게 만들지?”가 최대 고민이 된다. 이처럼 스타트업은 단계별로 문제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며, 필요한 사람의 성격, 능력, 포지션 또한 완전히 달라진다. 이번 글에서는 투자 사이클 네 단계(엔젤~시리즈 C)를 기준으로 우리 팀엔 어떤 사람이 필요한가를 구체적으로 정리해본다.




1단계: 엔젤투자 시기 – 불확실성과 외로움 속의 전우

이 시기는 "일단 만들어보자"는 마음 하나로 모인 창업자들이, 자신들의 확신만을 믿고 뛰어드는 전장입니다. 아직 고객도, 매출도 없고, 제품은 반쪽짜리지만 ‘우리만은 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확신이 모든 원동력입니다. 하지만 그 확신이 유지되기 위해선 함께 믿어주는 사람, 즉 동지 같은 팀원이 절실한 시기입니다. 이시기는 아직 설계하지 말고 그냥 벽돌부터 올리는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필요 인물:

함께 일할 사람이 아니라, 함께 믿어줄 사람

실행력 > 전략 / 성실성 > 효율성 / 열정 > 경험

대표의 말에 “그게 맞는지 한번 해보자”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

인재 유형 예시:

개발자는 ‘코드 깔끔하게 짜는 사람’보다 ‘에러가 나도 다시 붙잡는 사람’

마케터는 ‘콘텐츠 기획자’보다 ‘지인에게 일일이 써보라고 연락하는 사람’

디자이너는 ‘디자인 시스템’보다 ‘피그마 링크를 매일 던져주는 사람’

자주 하는 실수:

대기업 출신, MBA 출신, 외국계 경력자 뽑고 높은 연봉주고 조용히 폭망

초기에는 논리가 아니라, 체력·속도·의지로 버텨야 한다

실력보다 무서운 건, “창업자의 방향에 의문만 던지고 실행하지 않는 사람”


2단계: 시리즈 A – 시장 반응이 생기고, 정답이 없는 질문이 쏟아질 때

이제 제품은 돌아가고, 유저는 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쓰는지’는 설명하기 어렵다. 우리는 어느새 리텐션, 전환율, CAC, PMF 같은 단어 속에서'진짜 중요한 게 뭔지'를 파악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모든 게 가능하지만 동시에 불확실한 지금, 우리에겐 데이터와 직관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고객이 왜 들어오는지 모르면, 돌아오지 않게 되는 순간도 모르는 시기이다.


필요 인물:

혼란을 정리하고, 고객 반응을 구조화할 수 있는 사람

반복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왜 쓰는지’를 언어화할 수 있는 사람

기획자보다는 현장 분석가, 브랜딩보다는 유저 행동 추적자

인재 유형 예시:

PM: 문제 가설을 세우고 실험 설계를 반복하는 타입

마케터: 채널 테스트하며 CAC / 전환율 / LTV 비교 가능한 사람

디자이너: UX 흐름을 단순화하고, 행동 유도 포인트를 리디자인하는 사람

자주 하는 실수:

너무 일찍 “브랜드 정체성 고민”만 하는 사람 뽑기

기존 업계 출신을 데려왔더니 실험보다 과거 사례 얘기만 하는 경우

채용 기준 없이 “일단 누군가”를 뽑기 시작함 → 조직 피로 누적



3단계: 시리즈 B – 조직이 커지고, 처음으로 ‘사람 문제’가 본질이 되는 시점

팀원이 10명을 넘고, 부서가 생기고, 보고체계가 필요해지면 제품보다 조직이 문제의 본질이 되기 시작합니다. 지금까지는 '뛰어난 개인'이 회사를 이끌었다면, 이제부턴 ‘잘 설계된 구조’가 회사를 살려야 하는 시기입니다. 단순히 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일 잘하게 만들어주는 사람, 즉 조직의 뼈대를 만드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이시기에 사람만 많아지면 일이 빨라질 것이라는 착각을 많이 한다. 사실은 일을 줄일 수 있고 시스템을 만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필요 인물:

채용 기준을 만들 수 있는 사람, 조직과 실행을 동시에 설계할 수 있는 사람

어떻게 일할 것인가”를 디자인할 수 있는 관리자급

창업자 대신 ‘결정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팀원들과 말이 통하는 사람

인재 유형 예시:

Head of People 또는 HRBP: 채용→온보딩→피드백 시스템 수립

오퍼레이션 리더: 팀 간 커뮤니케이션 루트 정리 + 리소스 배분

사업/마케팅 리드: 채널별 전환율 보고 + GTM 전략 정교화 + 리드 제너레이션 설계

자주 하는 실수:

내부 시니어 없이 외부 임원만 뽑았다가 ‘내부 저항’ 발생

창업자가 여전히 모든 결정을 다 하고 있음 → 병목화, 권한 위임 실패

명함에 CXO 달아주고 실질 권한 없는 가짜 리더 채용



4단계: 시리즈 C – 브랜드, 스케일, 그리고 ‘복잡성’의 시작

이제 회사는 크고, 복잡하고, 외부의 시선도 무겁습니다. 직원 수도 늘고, 제품 라인도 다양해졌고, 단순히 “열심히 하자”로는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복잡성을 질서 있게 연결하고, 회사 전체를 하나의 브랜드와 메시지로 정렬시키는 힘입니다. 사람은 많지만, 방향이 흐려질 수 있는 이 시점에, 조율자이자 설계자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무엇을 일할 사람보다 '왜' 하고 있는지 정의하고 가이드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필요 인물:

비즈니스 모델을 재설계할 수 있는 전략가

대외 커뮤니케이션의 언어를 설계할 수 있는 브랜드 책임자

자금, 지분, 리스크를 구조화할 수 있는 CFO급 전략 운영 파트너

인재 유형 예시:

CBO: 브랜드 철학 + 외부 메시지 + 조직 커뮤니케이션 총괄

COO: 각 부서 목표 정렬 + KPI 관리 + 오퍼레이션 시각화

CFO: 투자 유치 전략 → Exit 계획까지 파이낸셜 기반 의사결정 리드

자주 하는 실수:

여전히 창업자가 모든 홍보, 보드 대응, 조직문화까지 직접 담당

브랜드 = 마케팅으로 착각하고 인하우스 전략 설계 안 함

후속 투자자와 내부 팀 간 기대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조율자가 없음





성장은 채용이 아니라 ‘구성’의 문제다

좋은 사람을 데려왔다고 스타트업이 잘 되는 게 아니다. 지금 우리 조직에 필요한 사람을 데려왔을 때만 성장의 퍼즐이 맞춰진다. 엔젤 시기의 동료는 불을 지피는 사람이다. 시리즈 A에서는 혼란을 정리하는 사람,

B에서는 조직을 연결하는 사람, C에서는 구조와 방향을 다시 정의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사람은 전략이며, 문화이고 생존이다. 그리고 결국, 스타트업은 사람이 맞았을 때만 살아남는다.



스타트업과 벤처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 lukecarrer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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