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혼밥을 당당하게

사진 에세이

by 김곤

어느 날 아내와 동네 돈가스 집에서 점심을 할 때였다. 그곳은 질 좋은 고기를 사용하여 손님들로 늘 북적대어 대기는 필수다. 순번이 된 한 남성이 자리에 앉지 않고 식당 안에서 서성대고 있자 한 여성 직원이 그를 보며 부드러운 소리로 말했다.

“왜요? 안 앉으세요?”

“혼자인데 민폐가 될까 봐요. 그냥 포장해 갈려고요.”

그러자 그녀가 그를 빈 테이블로 안내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니. 왜요? 여기 앉으세요.”

그는 앉기를 미안해하며 다시 말했다.

“손님들이 많은데....”

그녀가 웃으면서 다시 말했다.

“괜찮아요. 드시고 가세요.”주저하던 그는 그때서야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에 사장으로 보이는 여성이 그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집은 혼자 오셔도 아무렇지 않습니다. 편히 드시고 가세요.”


손님도 주인도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이다. 거리낌 없이 아무 테이블을 차지할 수 있었고 주인장은 손님이 포장해 간다고 했을 때 “네, 그러세요” 하고 눈앞 가게의 수익을 우선할 수도 있었다.




지방의 어떤 식당에서 혼밥 손님을 박대한 일이 SNS 통해 파장이 일었던 일이 있었다. 오래전에 지방에서 근무할 때 혼자 식당을 갈 때면 “1인분은 안 팔아요. “ 라며 문전박대를 당했던 경험이 있던 터라 그때의 일을 환기하며 일본의 후쿠오카에 여행 갔을 때의 일이 떠올랐다.


일본의 하카타역 근처의 주택가에 있는 가락국수 집을 방문했을 때였다. 식당 안을 들어가니 대부분의 테이블은 혼밥 객들을 위한 구성이었다. 그날 저녁 아내와 딸은 백화점 지하에 위치한 유명 초밥 집에서 생맥주를 곁들인 저녁을 하는 사이에 나는 혼밥을 위해 백화점 식당가의 한 곳을 지나칠 때였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식당 안은 혼자서 저녁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오래전에 도쿄에서 유학할 때도 혼자 떳떳하게 끼니를 해결한 수 있는 곳은 많았다. 테이블이 1인석으로 꾸며진 식당이 꽤 있었던 기억이어서 어느 곳을 가든 혼자라도 주저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가 천만을 넘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도 대부분의 식당에는 4인용이 많고 일부 2인용 테이블로 되어있을 뿐 혼자 당당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을 구경하는 일은 어렵다.


이제, 곧, 우리도 어디든 어느 시간이든 혼자서도 당당하게 먹을 수 있는 날을 희망해 본다.


사진: 김곤(일본 후쿠오카에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비 내린 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