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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비로소 조금 덜 외로워진다.

우리의 사랑이 헛되지 않도록

by 보요






여자는 사랑받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 하고, 남자는 사랑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 하는 듯하다.


“내가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가”를 통해 여자는 사랑의 온도를 확인한다. 잔잔한 말투, 놓치지 않는 메시지, 약속을 기억해 주는 작은 정성들. 그 안에서 자신의 존재가 소중히 여겨지고 있다는 확신을 얻는다. 사랑받는다는 건, ‘나는 괜찮은 사람이구나’라는 믿음을 타인의 시선을 통해 다시 확인받는 일 인지도 모른다.


여자는 사랑을 받으며 안정감을 느끼고, 그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관심과 애정, 예측 가능한 다정함을 통해 여자는 자라난다. 꽃이 햇볕을 받으며 피어나듯, 사랑받는다는 감각은 그녀를 부드럽게 만든다.



반면, 남자는 “내가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가”에 자신의 진심을 담는다. 무언가를 해주고 싶고, 지켜주고 싶고, 때론 말로 다 설명 못해도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어 하는 듯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여자가 받고 싶어 하는 그 따뜻한 표현들은, 남자에게는 이미 ‘내가 이렇게까지 했으니 사랑하는 거야 (이걸 말로 해야 아니?)’와 같은 증거였던 것이다.


남자는 사랑을 주는 방식으로 존재를 증명한다. 누군가를 챙기고, 웃게 만들고, 지켜주는 감각 안에서 그는 살아있다고 느낀다. 어떤 남자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며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준다.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며, 스스로의 무릎을 내어주고, 등을 내주고, 계절을 내준다.



이렇게 성별이 다른 남녀의 사랑은, 같은 선에 있으면서도 자주 엇갈린다. 여자는 ‘왜 표현을 안 해?’ 하고 물으며 서운해하고, 남자는 ‘이 정도면 됐잖아’ 하며 억울해한다. 참 애석한 균형 위에 서 있는 감정이다.

사랑을 받고 싶은 사람과 사랑을 하고 싶은 사람이, 같은 타이밍에 같은 언어로 마주하지 않으면 서로가 서로에게 충분히 좋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 감정은 허기처럼 느껴질 수 있는 듯하다.


그래서 남녀의 사랑은 노력해야 한다. 받고 싶은 사람은, 주는 사람의 방식도 알아보려는 노력을, 주고 있는 사람은, 받는 사람의 언어도 배워보려는 배려와 같은것들 말이다. 여자가 원하는 건 작은 기념일의 꽃 한 송이, 아무 이유 없는 전화 한 통, 피곤한 하루 끝의 “오늘도 고생했어” 같은 말들일 수 있다. 남자가 원하는 건 자신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인정, 가끔은 기대어 오는 무게, “네가 있어서 든든해”라는 짧은 진심일 수도 있다.



이렇듯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같은 마음으로 눈을 마주치며 알아차리는 순간, 사랑은 비로소 조금 덜 외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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