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셨나요? 2025년 9월 14일 늦은 밤 12시, 유튜브 알고리즘이 우연히 찾아준 슈만 「숲의 정경, Op.82」 곡의 첫음절을 듣는 순간 세진님이 떠올랐어요. 자연스럽게 모니터 앞에 앉아보았습니다. 오랜만이죠. 어느새 가을이네요 :)
지난 편지로 전해주신 수국의 전설도 잘 들었습니다. 덕분에 올여름, 여기저기서 수국을 발견할 때면 병아리 감별사 마냥, 수국감별사로 잠시 활동을 해 보았습니다. 우선 저희 동네에는 대부분 파란색 수국이라 안심이었어요. 일상에 새로운 잡지식이 늘어난 것 같아 한동안 즐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럼 제가 오늘은 그 화답으로 비슷한 속설을 전해드릴게요.
그거 아시나요? 식물은 주인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합니다. 너무 귀여운 속설이지 않나요! 하핳.. 처음에 이 이야기를 전해준 친구에게 뭔 그런 소리를 하냐며 우스갯소리쯤 취급을 했었는데, 이상하게 머릿속에서 자꾸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 이후로는 며칠씩 집을 비우거나, 출장을 갔다 집으로 돌아오면 식물들에게 괜히 미안해지는 마음이 들기도합니다. (비밀인데 그런 날은 일부러 식물 옆 가까이서 걸어본 적도 있어요.) 이제 이 이야기를 세진님께서도 알게 되었으니 떠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하지 않고는 못 배기실 거예요. 약간 이런 재질의 이야기들은 행운의 편지 같은 전염성이 있는 것 같아요. 허허 나만 알고 있기에는 아까운(뭐가 아깝다는 건지(?)) ㅎㅎ 그런 소재 같아요.
저는 요즘 인테리어에 조금 관심이 생겼습니다. 남는 시간에 종종 오늘의 집이나 핀터레스트를 살펴보며 이미지들을 모아보고 있어요. 그중 벽시계를 너무 사고 싶어 졌습니다. 그 이유로는 유튜브에서 본 한 영상에, 작업실이 나왔는데, 한쪽벽에 걸린 시계추가 오른쪽~왼쪽~으로 조용히 움직이는 동적인 시계였어요. 대부분 혼자 있는 작업실 같은 공간에는, 움직이는 인테리어 소품을 두는 게 정서적으로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시계를 구매하게 된다면 시계추가 움직이는 제품을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 물론 아직 구매는 안 했습니다. 만약에 구매를 하게 된다면 소개해드릴게요.
이제 본격적인 가을냄새가 나네요. 눈에 보이지 않는 계절을 칼로 썰어내듯 구별할 수는 없겠지만 귀뚜라미와 매미우는 소리가 동시에 들릴 때면 실감하곤합니다. 세진님은 계절을 구분하거나 느끼는 나름의 방식이 있으신가요? 각자만의 고유한 공감각을 듣는 걸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궁금하네요.
기대하는 마음으로
보요
2025년 9월 14일 늦은 밤 12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