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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있어야하는 이유

by 보요




가끔씩 아무 이유없이 글이 쓰고 싶을때가 있습니다. 딱히 쓰고 싶은 주제가 있는 것 도 아니고, 하루동안 일어났던일이 별다르게 특별하지도 않은데, 어쩐지 정말아무 이유없이 끄적 거리고 싶을때 말이에요.


비슷한 기분을 묘사하자면 딱히 외출할 일도 없지만

화장대에 앉아, 얼굴에 무언가를 덧칠하곤 괜시리 셀카나 몇장 찍어보다 곧바로 지워버리는, 그런 상황이랑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이렇게 사람은 아무 이유없이 이유모를 행동을 하기도 하나봅니다. 하긴 제가 오늘 했던 행동 중에 딱히 이유가있었던 장면이 있었나, 생각해보면 또 없는 것 같아요.


세진님은 어떤 선택을 할 때 이유가 명확한 편인가요?

아니면 이유가 불분명 하더라도 이후에 이유를 발견하는 편이신가요?


사람이 반복적으로 붙잡는 이유를 들여다보면,그 끝에는 그 사람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이유’와 ‘가치’를 함께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저의 사례로 말씀드리자면, 사실 저는 무엇이든 가치있다고 납득이 되지 않으면 행동으로 전혀 옮겨지지 않는 성인금쪽이입니다. 그래서 제가 가진 소지품이나, 선택한 직업, 흘려보내는 시간들 처럼 왠만한것들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정말이에요. 아무거나 물어보세요!) 이렇게나 분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에 저는 많은 것들에서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곰곰 생각해보면 저 또한 이유없이 태어난 것 같은데, 내가 뭘 그렇게 이유(=가치)를 찾고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세상에는 이유가 없는것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아요.



사진 : 별다른 의미는 없고, 그냥 함께 가을을 나누고 싶었어요. 이렇게나 예쁜 가을이라니!



내가 너무 삶을 거창하게 생각했나 싶어요. 누군가 말했죠, 삶의 이유 처럼 거대한 질문은 온 생애로 대답을 하기 때문에 도저히 알 수가 없다고요.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 때문인지 요즘은 많은것에 힘이 빠진 상태입니다. 가치가 없는것과 가치가 있는 것, 제삶에 이 두개의 무게가 자명했는데 이 또한 그다지 대수롭지 않아졌어요. 그렇다고 염세적인 상태로 빠진것은 아닙니다. 그냥.. 그렇다고요. 쓰다보니 밀란쿤데라의 무의미축제가 생각나네요.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사는거겠죠?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뮤지션 윤종신님의 단행본 그리움축제라는 곡을 전해봅니다. 브릿지로 넘어가는 대목이 예술입니다. 꼭 들어보셔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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