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다저스의 8-2, 6점 차 대승으로 끝난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LA 다저스의 정규시즌 마지막 맞대결 경기. 경기의 승패만큼이나 화제가 된 장면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가 상대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홈팬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장면이었습니다.
경기 중에 관중석에 앉아있던 팬과 선수가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장면은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입니다. 하물며 자신을 응원하는 팬이 아닌 상대팀 팬과 하이파이브를 나눌 일은 더더욱 없기 마련입니다.
오타니는 왜 상대팀인 샌디에이고 팬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게 되었을까요? 해답의 실마리는 등번호 23번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저지를 입고 있던 샌디에이고 팬에게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경기 후 LA 다저스 감독 데이브 로버츠의 인터뷰에 따르면 오타니와 하이파이브를 나눈 샌디에이고 홈팬은 경기 내내 다저스 덕아웃 바로 옆에서 말로 오타니를 자극하며 괴롭히던 팬이었습니다.
오타니는 이날 경기 첫 타석에서 볼넷으로 출루했을 뿐 9회 초 마지막 타석이 돌아올 때까지 2개의 삼진을 당하는 등 경기 내내 침묵했습니다. 다저스 타선의 키맨인 오타니의 부진한 활약에 샌디에이고 팬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을 겁니다.
반전은 9회 초 오타니의 마지막 타석에서 이루어졌습니다. 7-2로 승부는 어느 정도 다저스 쪽으로 기운 상황이었지만 오타니는 본인을 경기 내내 자극하던 샌디에이고 팬을 향해 무언가 보여주고 싶었을 겁니다.
샌디에이고 일본인 투수 좌완 마쓰이 유키를 상대한 오타니는 기어코 큼지막한 솔로홈런 한방을 펫코파크 외야석에 꽂아 넣었습니다. 8-2로 점수 차를 벌리는 오타니의 시즌 45호 홈런.
그리고 오타니는 덕아웃으로 들어가다 말고 샌디에이고 팬에게 하이파이브를 건네며 짜릿한 복수전을 완성했습니다. 얼떨결에 오타니에게 손을 건넸던 샌디에이고 팬은 겸연쩍은 듯 웃으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다저스의 중계진으로 해설에 나선 오렐 허샤이저는 오타니의 비싼 몸값을 빗대어 '빌리언 달러(10억 달러) 하이파이브'라고 코멘트하기도 했습니다. 조 데이비스 캐스터는 한술 더 떠 샌디에이고 팬에게 오타니와 하이파이브 한 손을 씻지 말 것을 웃으며 권하기도 하였습니다.
오타니에게 한방 제대로 맞은 샌디에이고 팬의 기분은 과연 어땠을까요? 모르긴 몰라도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 오타니와 하이파이브를 나눈 경험은 아무리 상대팀이지만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