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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가 상대팀 팬과 하이파이브를 한 사연

by clay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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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다저스의 8-2, 6점 차 대승으로 끝난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LA 다저스의 정규시즌 마지막 맞대결 경기. 경기의 승패만큼이나 화제가 된 장면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가 상대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홈팬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장면이었습니다.


경기 중에 관중석에 앉아있던 팬과 선수가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장면은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입니다. 하물며 자신을 응원하는 팬이 아닌 상대팀 팬과 하이파이브를 나눌 일은 더더욱 없기 마련입니다.


오타니는 왜 상대팀인 샌디에이고 팬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게 되었을까요? 해답의 실마리는 등번호 23번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저지를 입고 있던 샌디에이고 팬에게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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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LA 다저스 감독 데이브 로버츠의 인터뷰에 따르면 오타니와 하이파이브를 나눈 샌디에이고 홈팬은 경기 내내 다저스 덕아웃 바로 옆에서 말로 오타니를 자극하며 괴롭히던 팬이었습니다.


오타니는 이날 경기 첫 타석에서 볼넷으로 출루했을 뿐 9회 초 마지막 타석이 돌아올 때까지 2개의 삼진을 당하는 등 경기 내내 침묵했습니다. 다저스 타선의 키맨인 오타니의 부진한 활약에 샌디에이고 팬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을 겁니다.


반전은 9회 초 오타니의 마지막 타석에서 이루어졌습니다. 7-2로 승부는 어느 정도 다저스 쪽으로 기운 상황이었지만 오타니는 본인을 경기 내내 자극하던 샌디에이고 팬을 향해 무언가 보여주고 싶었을 겁니다.


KakaoTalk_20250825_210444875_01.jpg 사진 @dodgers


샌디에이고 일본인 투수 좌완 마쓰이 유키를 상대한 오타니는 기어코 큼지막한 솔로홈런 한방을 펫코파크 외야석에 꽂아 넣었습니다. 8-2로 점수 차를 벌리는 오타니의 시즌 45호 홈런.


그리고 오타니는 덕아웃으로 들어가다 말고 샌디에이고 팬에게 하이파이브를 건네며 짜릿한 복수전을 완성했습니다. 얼떨결에 오타니에게 손을 건넸던 샌디에이고 팬은 겸연쩍은 듯 웃으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다저스의 중계진으로 해설에 나선 오렐 허샤이저는 오타니의 비싼 몸값을 빗대어 '빌리언 달러(10억 달러) 하이파이브'라고 코멘트하기도 했습니다. 조 데이비스 캐스터는 한술 더 떠 샌디에이고 팬에게 오타니와 하이파이브 한 손을 씻지 말 것을 웃으며 권하기도 하였습니다.


오타니에게 한방 제대로 맞은 샌디에이고 팬의 기분은 과연 어땠을까요? 모르긴 몰라도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 오타니와 하이파이브를 나눈 경험은 아무리 상대팀이지만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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