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Giving Lounge

나만의 책상을 원했다.

by 여름나무

나만의 책상을 원했다.


어린이들의 장난감이 올라와 있지 않은, 그들이 먹다 남은 사탕 조각의 진득한 자국이 남겨져 있지 않은. 오롯이 나만의 것을 올리는 나만의 책상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나의 책상을 원하는 이 갈망이 내가 진심으로 살아내고 싶은 삶을 방해하는 핑계가 되어가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책상이 생기면. 나만의 책상이 생기면. 나만의 시간이, 나만의 공간이 생기면--그래, 그때에는 글을 쓰리라.


여전히 나는 책상을 원한다. 하지만 그 책상은 더 이상 나 홀로만의 것이 될 수 없음을 결혼한 지 10년이 되어가는 이제야 깨닫는다. 천방지축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삶이 곧 나의 삶인 것임을. 그들 존재가 남기는 작고 소중한 자국들이 내 모든 숨결에 베어져 나오는 것이 당연한 것임을. 이제는 아무리 혼자 있어도 나 홀로 살아가는 인생으로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음을 기쁨으로 받아들였기에, 그래서 어린이들의 책이 한 귀퉁이에 어지러이 올리워져있는 식탁 위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내 마음은 감사로 가득하다. 그리고 다시 다짐한다. 나에게 주어진 모든 순간, 읽고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기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