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책상을 원했다.
어린이들의 장난감이 올라와 있지 않은, 그들이 먹다 남은 사탕 조각의 진득한 자국이 남겨져 있지 않은. 오롯이 나만의 것을 올리는 나만의 책상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나의 책상을 원하는 이 갈망이 내가 진심으로 살아내고 싶은 삶을 방해하는 핑계가 되어가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책상이 생기면. 나만의 책상이 생기면. 나만의 시간이, 나만의 공간이 생기면--그래, 그때에는 글을 쓰리라.
여전히 나는 책상을 원한다. 하지만 그 책상은 더 이상 나 홀로만의 것이 될 수 없음을 결혼한 지 10년이 되어가는 이제야 깨닫는다. 천방지축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삶이 곧 나의 삶인 것임을. 그들 존재가 남기는 작고 소중한 자국들이 내 모든 숨결에 베어져 나오는 것이 당연한 것임을. 이제는 아무리 혼자 있어도 나 홀로 살아가는 인생으로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음을 기쁨으로 받아들였기에, 그래서 어린이들의 책이 한 귀퉁이에 어지러이 올리워져있는 식탁 위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내 마음은 감사로 가득하다. 그리고 다시 다짐한다. 나에게 주어진 모든 순간, 읽고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