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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달리기

by La Francia


더위가 꺾일 때까지 집에 있다가, 오후 5시쯤 나섰다.

집에서 700m가량 떨어진 중앙공원. 아이들이 공원 놀이터에서 노는 동안 나는 주위 산책로를 빙글빙글 몇 바퀴 돌았다. 여기 와서 처음 달려본다. 매일 뛰겠다 다짐하며 러닝화를 싸들고 와놓고 오늘 처음 꺼내 신었다.


페이스가 떨어지는데 심박수는 너무 높다. 역시 달리기를 쉬면 바로 티가 난다. 몸이 금세 뜨거워지고, 숨이 마구 차오른다. 어제 하마스시에서 초밥 10 접시를 먹고 나서 튀어나온 배가 들어가려면 10킬로는 뛰어야 할 것 같지만 5킬로도 못 뛰겠다.


선선한 저녁 바람 속에 나무 냄새, 잔디 냄새, 풀 냄새가 진하게 녹아 있다. 여긴 높은 건물이 없는 곳이라 하늘이 잘 보인다. 여섯 시가 되니 서서히 노을이 진다. 오늘 저녁은 뭘 먹을까. 냉장고에 뭐가 있더라. 이렇게 하루 세끼 밥만 하고, 먹고, 먹이며 하루가 끝나도 괜찮은 걸까.



숨을 다 고르고 놀이터 벤치에 멀뚱히 앉아서 자매를 바라본다.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며 꺄 소리 지르는 아이들. 고삐 풀어놓은 강아지들 같다. 쟤들은 언제까지 저렇게 천진하고 귀여울까. 짧은 하루가 벌써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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