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뜬 담이 배가 아프다고 했다.
공부하기 싫어서 꾀병 부리는 건가 의심하며 별스럽지 않게 손으로 배를 문질러주었는데, 점점 더 아프다며 눈물을 또르르 흘리는 것이 아닌가. 이 조그만 것이 얼마나 아프길래 끙끙 거리며 울까. 순간 스친 생각들. 내일부터 2박 3일간 도쿄 여행인데 어쩌나. 이케부쿠로에 잡아놓은 호텔, 해리포터 스튜디오 티켓, 버스 투어예약 내역.. 이게 다 얼마였더라. 갑자기 내 배가 다 아픈 것 같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담아, 어떻게 해줄까. 응? 토할 것 같애? 가서 토 한번 해볼까? 겨우 몸을 일으킨 아이가 어지럽다며 도로 누워버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어제 우리가 뭘 먹었더라. 카레돈가스랑 소고기 덮밥. 아, 자기 전에 담이가 감자칩 한 봉지를 다 먹어서 그게 탈이 났나? 따뜻한 물 한 모금 먹이고 다시 한번 화장실로 부축했다. 아무리 등을 두드려도 헛구역질만 나오는지 결국 토하기는 실패. 다시 침대에 누운 아이는 걱정스러운 눈길로 나를 보며 말했다. 엄마, 해리포터.. 나 못 가? 나 너무 아픈데 너무 속상해. 괜찮아 한숨 자고 나면 나아질 거야. 잠을 자보자. 담이 옆에 누워서 나는 생각했다. 자고 나서도 안 좋으면 어쩌지. 왜 해열제만 챙겨 왔을까 소화제도 좀 가져올걸. 병원에 가봐야 하나. 그런데 병원이 어디지. 여행자보험으로 현지 병원비 커버가 되었던가.
담이 옆에 누워서 배를 쓸어주며 주절주절 말했다. 우리 담이 배 아픈 거 엄마배로 옮겨와라 엄마가 대신 아프게. 아니야 그건 안돼. 담이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해서 내 마음이 조금 찌릿했다.
나는 카레를 만들어서 보리와 먹었다. 맛있다며 두 그릇 싹 긁어먹는 보리가 고마웠다. 너까지 아팠으면 어쩔뻔했어. 한 시간 반정도 지난 후 잔 담이가 눈을 떴다. 좀 어때? 음. 아까보다는 나은 것 같아. 하나도 안 아픈 게 100 점이고 많이 아프면 30점이야. 지금 몇 점 같애? 음.. 60점. 그래 아까는? 아까는 30점. 우와 자고 나니 많이 좋아졌네!! 응 엄마 나 그럼 조금 더 자볼게. 담이는 다시 눈을 꽉 감았다. 애착인형 토토를 안고. 두 시간 더 자고 일어난 아이는 힘없지만 다급하게 화장실로 갔다. 물 내리는 소리와 함께 밝은 표정으로 나와서는 말했다. 엄마! 나 100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