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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틋한 부녀지간

2025. 8. 25.

by La Francia


구월 초하루인 담의 생일이 다가온다. 아홉살은 자신의 생일을 매일 꼽으며 기다린다. 하지만 이번생일을 대하는 아이의 마음은 다르다. 어제 써놓은 일기를 보면 복잡한 심경이 잘 드러난다.



생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는데 생일이 되면 곧 아빠와 헤어져야 하니 생일이 안 왔으면 좋겠다는 양가적 마음. 아빠가 너무너무 좋은 담은 아빠를 두고 돌아갈 생각을 하니 불안한가 보다. 헤어지는 날에 또 얼마나 울지 벌써 걱정이다.


담이는 유난히도 아빠와 각별하다. 4주 전, 아빠가 일주일 먼저 일본으로 떠난 날. 공항에서 아빠를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벌써 아빠가 보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남편이 자주 입고 다니던 파란 체크무늬 셔츠를 껴안은 채로. 아빠 냄새가 없어진다며 그 옷은 세탁도 못하게 했다.



오늘 담은 자신의 핸드폰에 녹음기능을 발견하고는 그걸 가지고 한참 놀았다. 그러더니 아빠에게 가서 폰을 들이대고 말했다. “아빠, 여기에 대고 담아 사랑해~말해, 나 한국 돌아가면 밤에 자기 전에 들을 거야.”


남편이 ”담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쪽쪽쪽 안녕” 하고 한껏 감정을 실어 말하자 담은 그것을 반복해서 들었다. 한참을 듣더니 “아 삼일뒤에 헤어진다고 생각하니까 눈물이 날 것 같애, 아빠, 맨 뒤에 안녕 은 왜 한 거야. 너무 슬프잖아.” 하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남편은 그런 둘째 딸을 끌어안고 “나도 슬퍼” 하며 울었다. 이어진 담의 말이 가관이었다. “그냥 엄마가 일본에서 일하고 아빠는 나랑 같이 울산 가면 좋겠다.” 으응?


언제부터였지. 분명 아기땐 엄마를 더 좋아했는데.


그러고 보니 이들 부녀의 공통점이 있다. 껴안고 뽀뽀하고 손잡고. 스킨십을 아주 좋아한다. 첫째 보리와 나는 잘 때 독립된 공간에서 방해받지 않고 자는 걸 선호하는 반면, 저 둘은 매일 서로 껴안고 잔다. 언제까지고 저럴 순 없을 텐데, 그렇게 살 맞대는 걸 좋아하는 둘이다. 신기하고 애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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