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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마지막 날

2025.8.31.

by La Francia

이곳에서 보내는 마지막 일요일.

어제는 차를 빌려 교외로 나갔다 왔고, 오늘은 집에서 쉬기로 했다. 요거트와 사과로 간단히 아침을 먹은 뒤 남편은 동네 이발소에 다녀왔다. 일본은 미용실 요금이 상당히 비싸다고 하던데 여긴 시골이라 그런지 3,000엔이었다. 남자사장님이 영어도 조금 하셔서 편안한 마음으로 앉아 컷트를 하고 왔다는 남편에게 “그 사장님과 대여섯 번 정도 만나고 나면 한국 돌아오겠네”라고 말했다. 요 며칠 자꾸 이런 식의 말을 하게 된다. 선선한 바람이 한 자락 불자 “곧 가을이겠다, 가을은 짧으니 겨울올거고 그럼 남편 돌아오겠네” 라든지 “여긴 소주가 없어서 남편 너 나중에 한국 돌아오면 엄청 날씬해져 있겠다 “ 같은, 그가 돌아올 날을 상정하는 말들. 6개월이 얼른 지나가기를 바라는 내 마음을 그도 알 테지. 1개월이 지났으니 이제 5개월이다!




점심을 먹으러 집 근처 식당엘 갔다. 중식 스타일의 일본 가정식 집, じんせい라는 간판이 걸려있다.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마치 오래된 동네 백반집에 온 듯 친숙한 분위기였다. 손님들이 먹고 있는 음식을 슬쩍 엿보니 고소한 튀김과 덮밥이 먹음직스럽다. 교자 한 접시 곁에 아사히 맥주병을 하나 두고 천천히 음미하고 있는 노신사의 저 여유로움. 맛있는 냄새가 침샘을 자극했다. 여기가 이 동네 맛집이로구나, 먹기도 전에 우리는 알아챘다. 직원 분이 우리에게 얼음물 네 잔을 가져다주셨고 나와 남편은 마치 중요 문서를 판독하듯 메뉴판을 탐독하며 더듬더듬 메뉴를 읽고 있었다. 그러던 중 보리가 실수로 얼음물을 시원하게 한 컵 쏟고 말았다. 행주를 들고 뛰어오신 직원에게 나는 스미마셍을 연발했고 직원분은 다이죠부데스카를 연발했으며 그 모습을 예의 그 교자 노신사가 웃으며 지켜보고 있었다. 이방인인걸 티 안 내고 조용히 식사하고 싶었는데 오늘도 역시 실패였다. 하지만 음식맛은 대성공.

카츠카레라이스, 치킨카트정식, 짬뽕멘, 볶음밥, 그리고 교자. 모든 음식은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맛있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왜 이렇게 잘 튀기는 거야. 여기 와서 먹은 모든 돈가스 고로케 멘치카츠 등.. 모든 튀김은 감동적이었다. 바사삭, 갓 나온 튀김을 한입 베어 물었을 때의 행복감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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