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온전히 느꼈던 이주 간의 기록
시골 마을에서 얼마간 살아보고 싶었다. 많은 이들이 생각과는 다를 거라고 했지만 아직 해보지 않았기에 내게는 여전히 로망이었다. 우연히 뜻이 맞은 친구와 이주동안 시골살이를 해보기로 했다. 상상 속의 시골 마을과 집을 찾아보았다. 한참을 알아본 끝에 한 곳이 눈에 들어왔다. 로드뷰로 살펴본 마을의 모습이 딱 내가 그리던 시골이었고, 뒤로는 산, 앞으로는 천, 교과서에서만 보던 풍수지리의 배산임수를 갖추고 있었다. 삶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나는 집은 마치 할머니댁처럼 친근했다.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지명을 보니 ‘전라남도 강진군 도암면 항촌리’. 그렇게 우리는 도암에서 이주 간의 여름을 보내게 되었다.
그곳에서는 매 순간이 선택이었다. 누구도 이런 곳에서 살아본 적이 없으니 모든 순간이 경험이었다. 그래서 그 순간들에 충실하게 살았다. 그 시간들이 모여 우리의 시골을 느꼈다. 아마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어느 여행자의 시골이 조금씩 느껴질 것이다.
새로운 자극들이 많아서였을까, 순간에 충실해서였을까, 그곳에서는 많은 것들이 내 안을 스쳐가는 것이 느껴졌다. 움직이는 구름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새 그 모습이 달라져 있는 것처럼, 그것들도 어렴풋한 흔적만 남기고 금세 사라져버렸다. 그냥 그렇게 흘려보내는 것이 아쉬워서 그것을 붙잡고 싶었다. 그것을 어떠한 형식으로든 세상 밖으로 꺼내어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그래서 시선을 붙잡는 것들을 카메라의 프레임 안에 담았고, 갑자기 마음 속으로 들어온 것들을 손의 감각으로 옮겼다. 그리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한 자 한 자에 조심스럽게 담아서 글로 남겼다.
사진, 그림, 글. 내가 기억하고 표현하는 방법인가보다. 기록하는 순간, 다시 그 기록에 몰입하며 그 순간에 더 가까워지는 시간, 다시 세상 밖으로 꺼내려 그것을 다듬어가는 시간 모두가 흥분되었다. 잠들어 있는 구석구석의 감각들을 깨워주었다. 그것이 좋아서, 모든 기록들을 연결해보고 싶었다. 깨어난 감각들이 그 연결고리가 되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