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들을 붙잡고 싶었다"
시간이 생기자 내가 상상을 즐겨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인식하지 못하고 흘러갔던 수많은 시간 속에서 나는 상상하고 있었다. 이제는 머리 속에 스쳐가는 생각들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것들을 붙잡고 싶었다. 그를 통해 나를 조금 더 들여다보고 싶었다.
사진으로, 그림으로 순간의 생각들을 붙잡기 시작했다. 예전에도 사진을 찍었고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이미지의 구현일 뿐이었다. 이제는 순간의 시선을 담는다. 그 사진을, 그 그림을 보면 그 때로 돌아간다. 그것을 상상하며 지금의 작업을 더욱 섬세하게 다듬는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떤 생각이 들면, 글을 써내려갔다. 다시 그 글을 읽을 때마다 그때로 되돌아갔고, 그 순간과 더욱 와닿는 표현들로 바꿔나갔다. 그러면 글들이 더욱더 나를 끌어당겼다. 가만히 앉아 여러 시간대를 누릴 수 있다니, 흥분되었다. 그때부터였다. 글과 관련된 것을 끔찍이도 싫어하던 내가 글쓰기가 좋아졌다. 어쩌면 원래부터 좋아했을지도 모르겠다. 그것을 알아갈 시간이 부족했을 뿐. 처음으로 스쳐가는 상념들을 가만히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