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 irrt der Mensch, solang er strebt."
"Man errs as long as he strives."
"인간은 지향하는 한 방황한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파우스트] 中
어렸을 때는 무언가에 도전한다는 사실이 크게 겁나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무언가를 할 때 크게 고민을 하지 않았음에 더욱 가깝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다. 하고 싶은 것이 있었으면 쉽게 시작하고, 쉽게 포기했다. 그리고 그 후에 새로운 무언가를 계속해서 도전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부모님이라는 거대한 품 안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그때는.
미래에 대한 고민을 그나마 처음 진지하게 생각했던 때는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당시 해외에서 거주하며 영어와 스페인어를 배웠고, 그러니 자연스레 언어, 외국어와 관련한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7년이 지났다.
처음 종이와 펜을 손에 쥐었을 때를 기억한다. 2017년 4월 16일. 조지 오웰과 알베르 카뮈를 동경하며 나도 그들처럼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글을 썼다. 그리고 6월 12일과 10월 23일, 각각 한 권씩 책을 출간하였다. 마치 내가 정말 유명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현실을 마주하고 절망했다. 절망은 회의, 회의는 곧 포기. 언제나 포기가 쉬웠던 나에게 글은 포기하고 싶지 않은 무언가였다. 절망은 절망일 뿐이고, 어쨌든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믿으며.
그럼에도 나는 언제나 고민한다.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 이제 더는 하지 못하겠다 생각하면서도 정신을 차리면 습관인 듯 책상에 앉아 글을 쓴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의 온점을 찍은 후에는 이게 내 마지막 글이 될 수도 있겠다는 마음으로 노트북을 덮는다. 이 무의미한 반복을 나는 4년 전부터 했다. 세 번째 책을 출간하자고 생각했던 때부터.
글을 쓰는 이유,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하여. 글을 쓰면서 이루고 싶은 목적, 나의 진실을 전부 전하고 언젠가 내가 사라져도 언제나 이곳에 존재하는 것. 그리고 조금이라도 문학의 발전에 힘이 되는 것. 확고하게 굳은 목적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초래하고, 그리고 이 불안은 판단을 흐리게 한다. 눈앞을 가리는 자욱한 안개를 가르며 한 걸음의 앞도 보이지 않는 다리를 건너는 기분.
가끔은 어렸을 때를 그리워한다. 언제나 쉽게 선택하고, 쉽게 생각하며, 큰 고민과 걱정 없이 나아갈 수 있었던, 용기와 패기 하나로만 나아갈 수 있었던 그때를. 나이가 차고 나를 지켜주었던 세계에서 벗어날 때가 다가와 이제 혼자의 힘으로 날아갈 준비를 해야 할 때가 다가올수록 한걸음 내딛는 것조차 두려워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그 두려움을 무릅쓰고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두려움이라는 무거움을 어깨에 짊어진 채로, 방황이라는 문제를 풀며. 방황, 나는 그 난제에 대한 답을 '옳은 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구나, 적어도 틀린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구나 생각하며-. 가끔 코를 쑤시는 냄새를 향기라고 생각하며 나아간다. 적어도 내가 틀린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면 지금의 방황도 없었으리라 믿으며. 그리고 아직 나아갈 수 있는 용기가 있다는 것은 여전히 나는 이것을 사랑하고 있다고 믿으며.
꿈은 이루는 것이 아니라 도착할 때까지 버티는 것이라고 하더라.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가 그 꿈을 향해 피하지 않고, 도망가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라고. 어디에 있는지, 얼마나 왔는지 알지도 못하는 칠야의 숲을 나아가는 것이라고.
이 방황의 끝이 내가 지향하는 파라다이스가 아니더라도, 내가 마지막 눈감는 순간 후회가 없는 곳이기를 바랄 뿐이다. 그곳이 나의 파라다이스가 될 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