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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 Nov 23. 2022

고양이에게 받은 팔레트

인생에 고양이를 더하면 그 힘은 무한대가 된다. _라이너 마리아 릴케


전적으로 동의하는 말이다. 고양이를 키운 순간부터 절망보다 희망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내가 보였다.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인데, 하나는 힘든 순간 내게로 와서 내 기분을 살피고 가는 고양이들에게 위로를 얻기도 하고, 다른 한가지는 저런 녀석도 (아주 대충 살아가는) 그저 그런대로 사는데 나는 왜 그렇게 어렵게 살려고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엉뚱한 고양이 곁에 있으면 호기심이 가득해진다.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비닐봉지 안에 들어가거나, 굳이 의자 바퀴에 손을 넣어서 끼게 만들고 나에게 빼달라고 울거나, 멍하니 오래도록 눈만 꿈뻑꿈뻑하거나. 의미가 없으면 행동으로 잘 옮기지 않는 나로서는 신기한 생명체다. 이유없이 그저한다. 그러한 행동들에 의문이 들기 시작하면 저 귀여운 털뭉치 생명체 자체에 신비로움을 느낀다. 왜 저렇게 털이 많지? 몸집은 큰데 냥젤리는 왜 작은 거지? 그냥 왜 저렇게 귀엽지?


우리 고양이가 내게로 온 순간 부터 삶의 결이 달라졌다. 무채색 도시같던 삶에서 조금씩 알록달록한 색이 피어난다. 정말 몸과 마음이 지쳐 포기하고 싶던 순간, 내 방으로 와서 야옹거리며 나를 살펴주고 위로해준 그날을 절대 잊지 못한다. 덕분에 나는 이 아이를 보고 '포기'보다는 '그럼에도'라는 단어를 선택하게 되었다. 


심심하면 가만히 멍때리고 있는 이 친구의 몸에 기대 숨결을 함께 느끼고 포근함을 느낀다. 편안하고 평화롭다. 이렇듯 행복한 순간이 오면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한다.


어느 날은 이 친구와 싸워서 화가 난 빨간 날로 살다가, 또 어느 날은 둘이 신나게 뛰어놀고 장난치며 천진난만한 노랑 빛 날로 살다가, 서로가 아무 생각 없이 흰색으로 하루를 지낸다. 고양이와 살지 않던 과거가 상상이 되지 않을 만큼 나의 일부가 되었다. 그러한 과거의 나는 도대체 어떻게 살았을까 의문이 들기도 하고, 덕분에 아무렇지 않아 지루해보였던 길 속에서 이 아이가 팔레트가 되어주어, 살아간다는 소소하지만 중요하고 행복한 느낌을 느끼며 살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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