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고계금(鑑古戒今). 옛 것을 거울삼아 지금을 경계하란 말이다. 뭐, 흔히 들을 수 있는 싱거운 교훈이다. 누군들 그런 걸 모르겠는가. 이 교훈이 싱겁다고 느끼는 건, 말은 수긍할 수 있지만, 정작 변화한 현실에서 옛 것이 과연 의미를 지니겠는가, 라는 회의감이 들기 때문이다.
아침에 <서경>을 읽다, 나도 모르게 감탄이 절로 나오는 구절을 만났다. 嗚呼 予旦已受人之徽言咸告孺子王矣 繼自今文子文孫 其勿誤于庶獄庶愼 惟正是乂之(오호 여단이수인지휘언함고유자왕의 계자금문자문손 기물오우서옥서신 유정시예지). 아아, 저는 전수받은 아름다운 말을 모두 임금께 말씀드렸습니다. 지금부터 임금께오선 서옥과 서신의 일에 불필요한 사견을 내시어 일을 그르치지 마시고 오직 적임자를 두시어 그로 하여금 일을 주관하게 하소서.
주공 단이 어린 조카인 성왕에게 정치의 요체에 대해 지도하면서(?) 한 말 중의 한 대목이다. 눈에 띈 대목은 서옥과 서신의 일에 함부로 사견을 달지 말고 적임자를 두어 일을 주관하게 하라는 대목이다. 서옥과 서신은 감찰 수사 형법 집행에 관련된 일을 하는 자리이다. 주공은 이 말을 한 뒤 뒤에 가서 다시 한번 경계의 말을 반복한다. "임금이시여, 서옥의 일에 사견을 내어 간섭치 마시고 오직 목부에게 맡겨 처결하게 하소서."
주공은 왜 그토록 성왕에게 감찰 수사 형법 집행에 함부로 간여치 말라고 한 것일까? 아쉽게도 주공은 그 이유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지 않다.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것이기에 그 이유를 굳이 언급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면? 권력의 간여로 자칫 법 집행의 불공정이 야기될 수 있고, 이는 나라의 기강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한 일이라는 것 아니겠는가!
목하 대통령의 채상병 수사 외압이나 김건희 여사 수사 외압(본인은 아니라고 우기지만, 누가 그 말을 믿을까?)이 몰고 온 파장(법에 대한 불신과 기강 해이)을 생각하면 아득히 먼 옛날의 저 교훈이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니, 위 구절을 접하며 어이 아니 감탄이 나오랴!
옛말 그른 것 하나도 없다더니, 결코 허언이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