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덩이에 빠진 수레바퀴

by 백건

웅덩이에 빠진 수레바퀴


​우리가 타고 있는 인생이라는 수레는 길 위에 있는 동안 수없이 많은 웅덩이에 빠집니다. 평탄한 길을 기대하며 나섰지만, 운명의 행로는 늘 예상치 못한 곳에서 우리를 배신합니다. 붓다는 이를 두고 “수레바퀴가 웅덩이에 빠지듯 인생은 불만족(dukkha)의 연속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Dukkha'는 단순히 심리적인 괴로움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바퀴 축이 어긋나 덜컹거리는 수레처럼, 근본적으로 '어긋나 있는 상태' 그 자체가 인생의 본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어쩌면 인생이란 길의 본성은 우리가 원하는 '안정'이 아니라 '흔들림'에 있는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붓다는 수레가 흔들리는 현상 자체에 매몰되지 말고, 그 흔들림을 대하는 마음의 태도에 주목하라고 가르칩니다.

길에게 화를 내는 어리석음

​스토아 철학 역시 같은 지점을 주목합니다. 로마의 황제이자 철학자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전쟁터의 막사에서 쓴 『명상록』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외부의 사건이 너를 흔드는 것이 아니다. 그것에 대한 네 판단이 너를 흔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판단을 지워버릴 힘은 바로 네 안에 있다.”


​수레가 웅덩이에 빠질 때, 우리의 본성을 가장 먼저 장악하는 것은 당혹감과 분노입니다. “왜 하필 지금인가?”,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라며 하늘을 원망합니다. 그러나 스토아적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질문은 길바닥에 대고 고함을 치는 것과 같습니다. 길은 귀가 없으므로 우리의 비명에 대답하지 않습니다. 진흙탕은 우리를 괴롭히기 위해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연의 질서(Logos) 속에서 그곳에 존재할 뿐입니다.

​세네카는 “운명은 길들여지지 않는다. 다만 그것을 다룰 기술만이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수레바퀴 아래의 웅덩이를 통제할 수는 없지만, 웅덩이를 발견한 순간 고삐를 쥐는 나의 손아귀에 힘을 줄지 말지는 결정할 수 있습니다. 불만족은 예외가 아니라 규칙이며, 삶의 디폴트값입니다. 이 규칙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고통은 가중되지만, 그것을 ‘세상의 구조 자체’로 받아들이는 순간 고통은 관찰 가능한 객관적 사실로 변합니다.


통제의 영역과 방임의 영역

​스토아 철학의 핵심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엄격히 구분하는 데 있습니다. 웅덩이의 깊이, 갑작스러운 소나기, 수레바퀴의 마모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반면, 빠진 바퀴를 보며 내뱉는 한숨의 길이를 조절하는 것, 다시 수레를 밀어 올리기 위해 방법과 도구를 생각하는 것, 그리고 이 상황을 ‘불운’이 아닌 ‘과정’으로 해석하는 것은 오로지 나의 영역입니다.

​우리가 덜컹거림을 ‘부당한 공격’으로 해석하는 순간, 수레는 고통이 되지만 그것을 ‘지나가는 소나기’처럼 인식한다면, 우리는 다시금 평온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웅덩이에 빠진 수레를 보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내 인생은 왜 이 모양인가"라는 비관적 자책이 아니라, "이제 어떻게 나갈 것인가"라는 기술적 대응입니다.


흔들림이 주는 선물

​삶의 웅덩이는 피할 수 없지만, 다행히 수레는 다시 앞으로 나아갑니다. 바퀴에 묻은 진흙은 햇볕에 마르면 결국 떨어져 나가고, 엉망이었던 길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단단해집니다. 우리가 할 일은 단지 걸음을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바퀴가 흔들릴 때마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속삭여보세요.

“아, 이것도 인생이라는 여정의 일부일 뿐이다.”

​이 문장을 받아들이는 순간, 불만족은 인생의 적이 아니라 스승이 됩니다. 덜컹거림은 나태해진 나를 깨어 있게 하고, 깊은 웅덩이는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지 점검하게 하며, 끊임없는 흔들림은 내가 무엇을 통제할 수 있는지 가르쳐 주는 엄격한 훈련 교관이 됩니다.

​붓다와 스토아 철학자들은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살았지만, 결국 하나의 지혜로 수렴됩니다. 인생은 본래 울퉁불퉁한 것이니 수레바퀴를 탓하지 말고, 그 진동 속에서도 중심을 잡는 '내면의 근육'을 기르라는 것입니다. 웅덩이에 빠진 바퀴를 보며 미소 지을 수 있는 여유, 그 흔들림조차 삶의 리듬으로 받아들이는 기술.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거친 생의 길 위에서 끝까지 완주할 수 있게 하는 유일한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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