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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 Jun 28. 2024

뜨겁던 열정은 차게 식는 법

여전히 게으름 피우는 중입니다


퇴사한 지도 벌써 3주가 지났다.

처음 다짐보다 뜨겁게 타오르던 열정과 계획은 더위와 함께 녹아 사라져 가고 있다.



퇴사를 말하던 그날부터 퇴사 후 일주일 동안 꿈도 꾸지 않았다. 매일 꾸던 꿈을 꾸지 않으니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드디어 끝을 말했단 생각에 잠까지 편하게 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한동안 꾸지 않았던 꿈을 요 며칠사이 다시 꾸기 시작했다.



예민한 편이란 걸 알았지만 과할 정도라는 게 요즘 느껴진다.



알 수 없는 불안한 감정을 늘 느꼈지만 과할 땐 몸이 불안하다 느낄 때가 있다. 첫 면접 볼 때와 첫 직장 다닐 때, 첫 직장의 사건 사고들과 처음 느끼는 겁먹은 일 등등…

그럴 때마다 꿈자리가 좋지 않았다.



한동안 괜찮기에 잘 쉬고 있다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제대로 쉬는 법을 알지 못하는 듯하다. 생각이 많아 잠깐의 틈이라도 생기면 내 뇌는 신랄하게 나를 압박해 오는 듯하다.



직장 생활을 해봤으면서 괴로웠던 일도 다 견뎌내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 버텨왔지만 여전히 모른다.

나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걸 해야 할지 말이다.



퇴사하면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봐야지,라는 다짐은 다짐일 뿐이었다.



여전히 나는 게을렀고 누워있는 게 좋은 사람인 듯하다. 나름 밖을 나가겠다고 열이 많은 사람이 더위를 뚫고 나가긴 하지만 완벽하길 바라나 보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고 실수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었다. 다만 생각한 걸 행동으로 옮기는 게 약한 듯하다.



낮추는 듯한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 더 이상 낮출 곳도 없고 자신을 낮추는 말은 늘 어딘가에 품고 있어서 그러려니 하는 편이다.



자존감도 낮아봤던 사람이 그 감정을 안다고 어떤 감정인지 잘 알고 있다.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고 땅을 뚫고 내려갈 힘은 없으니 올라갈 곳을 찾아보기만 하면 된다.



뜨겁던 열정은 차게 식었지만 또 다른 열정을 불태울 곳을 찾아보면 되는 거니까.



얼마 전 뉴스에서 ’그냥 쉰다‘의 청년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걸 봤다. 그 뉴스를 보면서 나도 그중에 한 명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취업 면접 강사를 했어도 취업하기 싫은 건 똑같은 마음이니까.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수많은 갈대들이 작은 바람에 쉽게 흔들려 무너지고 부서지고 있다. 가까이에서 유혹적인 말들이 살살 간지럽히니 쉽게도 흔들리고 부서져 내리지 않을까?



나는 나 자신을 내향적인 사람이 사회적 외향인의 탈을 쓴 사람이라 생각한다. 최대한 감추면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발악했던 동물. 그게 나라고 본다.

갈대 하나가 수많은 갈대와 같이 흔들리더라도 서로 같은 방향으로 흔들려 넘어지지 않게 받쳐준다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탈을 쓰더라도 어딘가에 적응하고 누구나 불안하고 나아가기 무섭다라는 걸 안다면 하루를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용기가 생길 거라 본다.



게으름을 피우더라도 좋다. 그 속에서 잠깐 시간을 투자하여 나를 보이는 글이라도 써본다면 부끄럽지만 내 감정을 토해내어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 생기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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