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책임자
얼마 전 소방공무원 최종합격자 발표가 공고되었다.
서류부터 체력, 면접까지 몇 달이란 기간이 걸려 발표가 난 거다. 면접은 6월 중순쯤 끝났지만 최종 발표는 7월 중순이 공고된 거다.
오래도록 준비했던 지원자들은 정말 심장이 빠르게 뛰는 날이기도 하다.
퇴사한 지도 한 달이 넘었고 그들이 마지막 나의 수업 학생들이었다. 강사 입장에서는 합격자 연락이 중요하기도 하고 학원 입장 역시 합격자 수가 중요하기에 최종합격자 날짜는강사 입장에서는 심장 떨리고 기대되는 날이기도 하다.
정확히 14시, 발표가 공고되었고 합격되자마자 빠르게 연락을 주는 학생들도 있는 반면 다시 한번 물어봐야 연락을 주는 학생들도 있다.
제일 안타까운 건 불합격의 연락이다.
불합격이 되면 거짓말처럼 모르는 사람처럼 카톡을 나가버리거나 아예 읽씹을 하거나 그 어떠한 연락을 주지 않는 사람도 있다. 원망을 안 해서 다행인 건가…
고맙게도 불합격을 해도 연락을 주는 학생들도 있다. 참 미안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아도 앞으로 하는 일을 더 응원한다는 말을 해줄 수밖에 없다는 게 아쉽기도 하다.
그들도 얼마나 용기 내어 나에게 연락을 취했던 걸까. 하지만 그들의 착한 인성이 보이기도 하다.
저번에도 언급했지만 요즘 ‘그냥 쉬고 있다’라는 뉴스가 많이 나온다. 계속 언급이 된다 (이젠 나도 그중에 한 명이다)
취업 결정은 합격과 불합격 둘 중 하나로 된다. 그 둘 중 하나로 인해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조차 달라지는 사람도 있다.
그들의 인생을 책임지고 이끌어 가는 게 면접강사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피드백을 받고 앞으로 나아가는 건 면접 지원자의 역할이기도 하다. 1년에 단 한 번의 기회 밖에 얻을 수 없는 직업은 정말 절망이 더 크게 느껴질 거라 본다.
사실 보면 어떤 사람이 합격되고 떨어질지 대략적으로 파악은 된다. 대화를 해보면 그들의 말투, 판단 능력에서 보이기도 한다. (이렇기에 대화법 관한 책이 많은 듯 하다)
본인 인생 책임자는 당연히 본인이다. 강사는 그저 그들이 선택한 길에 좀 더 판단이 흔들리지 않게 도와줄 뿐이다. 모든 선택은 자신의 몫이니까 말이다.
일을 할 땐 덜했지만 일을 그만두고 그들을 생각하면 온갖 생각이 다 든다. 분명 또 준비를 하는 학생들도 있을 거고 포기하고 다른 길을 가려는 사람도 있을 거다. 최선을 다해서 피드백을 주었지만 그 잠깐의 기대감과 함께 허무함도 없어지질 않는다.
나도 앞으로 취업을 다시 하기 위해 불합격을 맛볼 수 있다. 물론 한 번에 합격하면 좋지만 그들이 원하는 사람과 내가 원하는 조건을 부합한다는 건 쉽지 않으니까.
여전히 쉬고 있지만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수많은 절망과 좌절을 맛봤지만 여전히 새로운 절망과 좌절 또한 넘치는 듯하다.
그 감정을 겪어봤기에 그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본다. (또 겪은 건 싫지만…)
불합격이 되었다 해서 오래 좌절하지 않았음 한다. 그 늪을 빠져나오기 힘들지만 늪을 빠져나오는 것 또한 내 몫이기에 혼자 움직일 힘이 있어야 한다.
가만히 있어봤자 늪은 점점 나를 잡아당길 거고 팔을 잡아당길 누군가가 있더라도 힘은 빠지기 마련이니까.
그럼에도 합격자 발표는 공고되었고 끝은 났다. 후련하면서도 허무함, 그 감정은 언제쯤 적응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