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 수업 중 한 아이가 다쳤다
어제 6학년 체육 수업 시간에 한 아이가 크게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누구때문에 다친 것은 아니고 혼자 열심히 달리다 벽쪽에 충돌하면서 손가락이 완전히 반대로 꺾이면서 크게 다친 것이다. 아이가 너무 고통스러워해서 수업중이라 우선 보건실로 보냈으나, 수업 내내 계속 신경이 쓰였다. 수업을 마치자마자 보건실로 달려갔는데 다친 아이가 아픈 손가락을 붙잡고 울고 있는 모습에 마음이 철렁했다. 크게 다치지 않았기를 바랐는데 많이 아픈것 같아 보여 심히 걱정이 됐다. 보건실에서 응급처치를 한 후 바로 조퇴하여 부모님과 병원으로 향했는데 부디 크게 다치지 않았기를 바랐다.
나는 내가 가르치는 아이가 다치면 늘 생각 이상으로 속이 상한다. 부모가 된 이후에는 그러한 속상함은 더 커졌다. 내 자식이 학교에서 다치고 왔다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되니 학생들이 다치면 더 안쓰럽고 미안하다.
철학과 좋은 교육방법과 실천 등등 교육에 필요한 것들, 교사가 열심히 쌓아야 하는 것들은 많지만 교육활동 중에 다치게 되면, 그 모든 것은 의미가 없어진다. 아무리 좋은 교육활동이어도 누군가 다치거나 '안전'이 깨지면 어떤 의미도 가질 수 없게 된다. 학교에서든 어디서든 이루어지는 공부라는 것은 다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하는 일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체육시간에는 아이들이 정말 많이 다친다. 아무래도 몸을 쓰는 공부고 아이들이 열심히 그 공부에 몰입하여 참여하다보면 의도치 않게 다치는 경우는 계속해서 생긴다. 거칠거나 위험한 활동이 아니라도 기본적으로 몸을 쓰기 때문에 자주 다칠 수 밖에는 없다. 교사는 당연히 위험하지 않도록 안전을 보장하며 교육활동을 계획하여 구성하고 아이들에게 계속해서 주지시키며 주의를 주고 지도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이들은 다친다. 이 또한 교사들이 체육 수업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나 역시 매 수업마다 안전과 관련하여 아이들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고 지도하고 수업 구성도 위험한 활동들을 최대한 줄이는 쪽으로 구성하였으나 그럼에도 이와 같은 사고가 생겼다.
그런가하면, 비단 체육 수업이 아니라도 학교라는 곳에서는 여러 가지 안전 사고가 늘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교사가 함께 있는 공간에서도 일어나고, 교사가 없는 곳에서는 더 쉽게 일어난다. 어린이들은 아직까지 신체 조정력, 협응력 그리고 주의력이 부족한 미성숙한 인간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아이들을 책임지고 함께 사는 교사는 늘 안전과 관련해 신경이 곤두서있어야 한다.
정말 의미있는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한 교육활동이라 하더라도 안전보다는 우선할 수 없다.
다치는 것이 어린이들의 특성상, 교육활동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이라고는 해도, 교사는 이 점을 늘 상기해야 한다. 아이들은 자기가 다칠 것이라 생각하며 학교에 오지는 않는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부모들도 아이가 다칠 것이라 생각하고 학교에 보내는 것이 아니다. 물론 학교 뿐 아니라 모든 일상에서 사람들은 자기가 다칠 것이라, 혹은 사고가 날 것이라 생각하며 살아가지는 않는다. 다만 미성숙한 아이들을 책임지는 교사이기에 안전에 조금 더 예민해져야 한다. 어떤 가치도 안전보다 우선되는 가치는 없다.
나 역시 조금 더 반성하고 더 예민해져야 한다. 물론 체육수업이라 하더라도 조금 더 예민해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