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과 치과

쉬는 날인데 기분이 개운치 않다. 해야 할 일이 있는 날은 이렇다. 아이를 유치원 차에 태워 보내고 달리기를 한 판 하고 들어온다. 그래도 가기 싫다는 번민은 없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 미룰 만큼 미뤘다. 머리카락이 아우성을 친다. 날 좀 쳐내라고!



...



오늘은 미용실 가는 날이다.



...



나는 미용실 가는 것을 참 싫어한다. 작은 의자에 갇혀 3~4시간 머리에 장비를 가득 달고 앉아 있는 그 시간이 너무나도 지겹다. 미용실 다녀온 날은 일한 날보다 더 피곤하게 느끼니 나도 참 희한한 인간이다.


미용실 의자에 앉아 두리번거려본다. 미용실은 치과와 참 닮았다. 매번 느낀다.



먼저, 꼭 가야 하는데 가기 싫다. 물론 이것은 멋쟁이들에게는 해당이 안 될 수도 있다. 펌은 1년에 1,2번은 해주어야 관리가 되고, 치아도 1년에 1,2번은 스케일링을 포함해 검진을 받으라 국가에서도 권하고 있다. 그럼에도 가기 싫다. 이상한 일이다.



둘째, 생각보다 항상 돈이 더 나온다. 난 커트만 하러 갔는데 늘 지적을 당하는 것은 두피 상태이다. 두피 스케일링 권유를 받는다. 이를 뽑으러 갔는데 치아가 약하단다. 불소를 권유받는다. 이상한 일이다.



셋째, 건물마다 있는데 내가 갈 곳은 없다. 건물마다 최소 1개, 아니 요즘은 2,3개씩 미용실이나 치과가 있다. 그런데 나의 마음에 쏙 드는, 나와 잘 맞는 미용실과 치과는 참 찾기가 힘들다. 그래서 가끔 그런 헤어디자이너를 만나면 지구 반대편까지 그(또는 그녀)를 쫓아가고 싶다. 그(또는 그녀)가 사라지면 또다시 유목민의 방랑이 시작된다. 참 이상한 일이다.



커트를 당하면서 이런 잡생각을 하고 있는데 한 발치쯤 떨어져 있는 보조 디자이너님이 보인다. 여긴 누구, 나는 어디 표정이다.


미용실과 치과는 인력 양성 부분도 비슷하다. 도제(徒弟)식이다. 이론도 물론 있지만, 실습이 더 중요하다. 그 실습은 단계별로 진행된다. 처음에는 시다(인턴), 그다음에는 보조(레지던트) 그 이후에 한참 뒤에야 디자이너(전문의). 저분은 아마도 실습을 배우면서 도와주는 보조 단계이시겠지.



그런데 그 먼발치에서 커트하는 것이 보일까? 저 먼발치에서 장승처럼 서서 무얼 배울 수 있는 걸까?


인턴 때 인턴의 자리에 대한 불문율이 있었다. 우리는 "공기"처럼 존재해야 했다. "선생님"들의 동선에 걸리적거리면 안 되지만 그들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 때는 바로 도와줄 수 있는 자리. 그 자리가 인턴의 자리였다. 그래서 적정거리가 한 발치 정도이다. 나를 찾을 수 있으면서도 걸리적거리지 않는 위치...


인턴은 엄연한 피교육자 신분이다. 그런데 나는 뭘 배웠을까? "공기"처럼 존재해야 한다는 것?



보조 디자이너분의 시간에 오지랖을 떨고 싶다. 아까운 시간을 공기처럼 서있지 말고 가까이 와서 커트 기술을 보시라고. 오너 당신들 교육 목적으로 보조 인력은 월급 작게 주지 않냐고. 그러면 제대로 보게 해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쓴소리가 목젖까지 차오른다.


머리에 달아놓은 장치가 무겁다. 목을 꼿꼿하게 세우려다가 그만 무거운 장치 무게를 핑계로 전의를 상실한다. 일단 내 영역부터 개선시키자. 미용실 개선은 그다음이다.



길고 길었던 펌의 시간이 끝났다. 뭐 더 다듬고 싶은 부분이 있냐 물으시는데 총알같이 미용실 의자에서 내려온다. 치료가 끝나면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는 아이들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이제 한 6개월은 미용실 안 가도 된다. 앗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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